군산근대역사박물관
■ 주소: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0
■ 운영시간: 09:00 - 18:00 (1월 1일, 매주 월요일 휴무)
■ 공식사이트
<짬뽕의 도시, 군산>
군산에 오게 된 것은 오랜 친구를 만나기 위함인데요. 고맙게도 친구가 이른 아침부터 군산 곳곳에 데려다주었습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깊이가 있지만, 함께 하는 여행은 행복을 더합니다.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 친구와 다시 만났습니다. 군산에서 짬뽕을 먹어보지 않을 수가 없지요. 친구에게 어디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보니, 가게마다 분위기, 맛 등 개성이 다르니, 취향에 따라 골라 가면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답이네요. 오랜 역사를 지닌 ‘빈해원’은 옛 분위기 물씬한 건물 속에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지린성’은 고추 짜장이 유명하니 매운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하며, ‘국제 반점’은 영화 《타짜 1》의 촬영지였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여러 장소를 말해 줍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가보고 싶었지만, 영화 속 장면이 궁금했던 국제반점으로 정했습니다.
깔끔한 내부 공간이 인상 깊었고, 가게 곳곳에는 국제 반점과 군산을 배경으로 한 《타짜》의 장면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물짜장과 짬뽕, 탕수육을 주문했습니다. 물짜장이라는 메뉴가 참 독특했는데요. 짜장 맛과 볶음 우동 맛이 함께 나는 오묘한 맛이었어요. 참 맛있었습니다. 함께 시킨 짬뽕과 탕수육은 말할 것도 없구요.
▼ 주요 메뉴와 가격 (2020년)
· 짜장면 - 5,500원
· 간짜장 - 7,000원
· 물짜장 - 8,000원
· 짬뽕 - 7,000원
· 백짬뽕 - 7,000원
· 탕수육(소) - 13,000원 / (중) 20,000원 / (대) 27,000원
· 볶음밥 - 7,000원
· 새우볶음밥 - 8,500원
▼ 물짜장
▼ 짬뽕
▼ 국제반점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타짜'의 장면들
군산에는 왜 중국집이 많으며 또 짬뽕으로 유명한지 늘 궁금했습니다. 마침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군산의 화교展 – 이웃사촌 화교를 만나다’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이 전시는 지난 2020년 8월 31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운 좋게도 기간 내에 방문해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짬뽕의 시작은 군산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짬뽕이 시작되었는지 전시 내용을 통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군산의 화교展 – 이웃사촌 화교를 만나다’ 기획전
※ 이 글의 내용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군산의 화교' 기획전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짬뽕의 기원>
화교는 중화의 ‘화’와 임시 거주를 뜻하는 ‘교’를 합해서 만들어진 말로, 잠시 고향을 떠나 해외에서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중 90% 이상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 모여 살고 다른 나라의 화교들은 주로 광둥성 등 남방 출신이 많은데, 한국의 화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동성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화교의 한국 이주는 임오군란(1882) 당시 청나라 군대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함께 들어온 중국 상인 40여 명이 입국하면서 시작됩니다. 화교의 직업은 상점을 운영하는 화상, 도시 인근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농민 화농,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 화공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군산 곳곳에 대규모 중화요리점들이 있었는데요. 이곳의 주요 고객은 일본인과 일부 조선인 등 특권층이었다고 합니다. 1961년 제정된 ‘외국인 토지법’으로 화교의 농지 소유가 불법화되자 농사를 짓던 화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중화요리점을 열게 됩니다. 이후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지요.
군산을 대표하는 음식 ‘짬뽕’은 중국에서 기원한 한국 음식입니다. 화교를 통해 산동성 지방의 음식인 초마면의 변형으로 시작되었으며 1960년대 이후 한국인의 기호에 맞추어 고춧가루를 첨가한 붉은 ‘초마면’을 만들었는데, 1980년대 이후 손님들이 ‘초마면’을 ‘짬뽕’으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짬뽕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에서 '여건방', '빈해원' 등 오랜 역사를 지닌 군산의 중화요리점에서 사용하던 도구들을 직접 볼 수가 있었습니다.
▼ 다기
▼ 밀가루 포대
▼ 제면기
▼ 중식도와 칼판
▼ 빈해원에서 사용하던 조미료, 용문각과 빈해원 성냥 등
▼ 중식용 프라이팬, 국자, 튀김용 거름망
▼ 중국집 식기 및 술
▼ 배달가방(나무), 1960년대에는 나무 배달가방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흘러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변화
▼ 배달가방(알루미늄)
▼ 요금표, 조리복
<화교의 삶, 문화>
화교들은 다른 나라에 이주해 살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주국에서 태어난 2세들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학교를 세워 언어와 문화를 가르쳤고, 오랜 한국 생활 속에서 한국의 풍토에 맞게 변화한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의식주와 교육, 풍습, 문화 등을 두루 살펴보며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 화교의 평상복
의복은 초창기인 일제강점기까지 중국 전통 복장인 장삼, 마괘, 치파오 등을 일상복으로 착용했으나 광복 이후에는 한국인과 같은 의복을 입었다고 합니다.
▼ 놀이: 마작, 종이마작, 골패
▼ 풍요와 번영을 기원
▼ 결혼식 기념사진(1950년대 이후)
▼ 제사 용품
▼ 교과서
▼ 군산화교소학교 사진
▼ 군산화교소학교 풍경
어떠셨나요? 짬뽕의 유래나 화교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시기 등이 예상 밖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이렇게 궁금했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은 매우 즐겁고 기쁜 일입니다. 군산을 여행하기에 앞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먼저 둘러보면 곳곳에 있는 근대문화유산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계속해서 또 다른 군산의 모습을 소개해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