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지하철로 가는 백패킹은 처음이지?"
자연에서 보내는 하룻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백패킹을 추천하고 싶다. 백패킹은 아웃도어를 즐기는 1인 레저로 각광받고 있지만 초보 백패커에게는 선뜻 도전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백패킹은 해보고 싶은데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다면 여기 호명산 잣나무숲속캠핑장을 추천하고 싶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수도권 근교 캠핑장으로 백패킹 입문자들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호명산은 산림이 우거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던 옛날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 남쪽 아래로 청평호반을 끼고 있고 서쪽으로는 조종천이 흐르고 있어 산행이 즐겁고 청평댐과 호명호수의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호명산 자락에 위치한 호명산 잣나무 숲은 원래 백패커들의 최애 장소였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울창하게 우거진 잣나무 숲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그곳에 캠핑장이 조성되었다.
호명산 잣나무 숲속 캠핑장 가는 법
지도에는 지하철 중앙선 상천역 1번 출구로 나와 호명산 방향으로 약 15분이라고 나와있는데 짐이 많아서 그런지 40분은 걸린 것 같다. (아마도 네이버 지도에 있는 호명산잣나무숲속캠핑장은 주차장까지만 위치 표기가 되어있는 것 같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 내비게이션에 호명산잣나무숲속캠핑장 또는 아래 주소를 찍고 가면 된다.
캠핑장 :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상지로 64번길 83-25
주차장 :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상지로 64번길 77 상천루 앞
상천루를 지나 임도를 따라가면 몇몇의 작은 계곡을 지나 곧 캠핑장에 도착한다. 포장된 길이 아니라서 수레나 웨건보다는 박배낭을 메고 가는 것이 좋다. 15분인데 뭐.. 하는 생각으로 가져갔다간 고생길이 시작된다.
잣나무숲속캠핑장에 도착했다. 일반 등산객이 종종 지나다니지만 사람 키만한 울타리가 촘촘하게 등산로를 감싸고 있어 방해되지 않는다.
호명산잣나무숲속캠핑장
이용 요금
- 평일 : 35,000원
- 주말 : 45,000원 (금요일 및 공휴일 전날 포함)
- 1개 사이트 당 기준인원 4명
관리사무소에서 체온 체크와 명단 작성을 하면 쓰레기봉투와 물(2L)이 제공된다. (겨울엔 이 물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다음날 돌덩이처럼 얼어서 마실 수가 없다.) 예약한 데크에 짐을 내려놓고 서둘러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2인 텐트 2동을 칠 정도로 데크가 넉넉하다. 데크 간 간격도 넓어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낼 수 있다.
캠핑의 꽃 캠핑요리를 빠트릴 수 없다. 첫 번째로 이자카야 스타일의 무한리필 어묵국과 쌀쌀한날씨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정종을 준비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어묵이 예쁘다. 잘 차려놓은 식탁은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다.
준비된 화로로 불멍 체험도 해보자. 겨울철 날이 어두워지면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완전히 해가 떨어지기 전 화로를 피우는 게 좋다.
*꿀팁 – 마른 휴지를 돌돌 뭉쳐 식용유를 충분히 뿌린 다음 불을 붙이면 토치나 착화제가 없어도 쉽게 점화할 수 있다.
먹고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경치가 좋은 산 정상도 좋지만 가끔은 숲 속 캠핑장도 좋다. 매점이나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어 마음껏 먹고 마시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텐트는 얇은 천으로 되어있어 방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캠핑장에는 저마다 매너 타임이라는 게 있다. 이곳의 매너 타임은 하절기 (5월~9월) 23:30부터 06:00까지, 동절기 (10월~4월) 22:30부터 06:000 이다. 너무 이르지 않은가 싶어도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와 오들오들 떨면서 먹고 마시다 보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금세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밤사이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이곳은 캠핑과 백패킹 사이 그 어딘가쯤을 즐기기에도 참 좋다.
숲 속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조금만 올라가도 돼서 초보 백패커들에게 성지로 불리지만 초보가 아니어도 괜찮다. 여름엔 시원한 잣나무 그늘 아래 피톤치드 가득 느끼며 힐링하기에도 좋고 겨울엔 화로에 오손도손 모여 앉아 군고구마를 구워 먹는 재미도 있다.
백패킹 장비가 없어도 괜찮다. 개인 수저와 컵만 준비하면 관리사무소에서 텐트, 침낭, 매트, 테이블, 의자까지 캠핑 장비 대여도 가능하다. (1인 세트 50,000원 / 2인 세트 65,000원) 매점에는 각종 술과 고기, 햇반이나 과자 등 웬만한 편의시설은 모두 구비되어있다. 자세한 구매물품이나 가격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대략 유원지 물가 정도 된다.
*이 날은 갑작스러운 한파로 영하 15도의 극강의 추위였지만 전기매트 대여로 나름 따뜻하게 보냈다. 백패킹에 전기매트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체험하기 좋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게 포인트인 곳이다.
개수대에 특별히 마련된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이 있었다.
개수대에는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온다. 세제랑 수세미도 있어서 기름기가 남은 식기류를 여기에서 말끔하게 씻을 수 있었다. 고무장갑을 가지고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설거지할 때는 괜찮았는데 나중에 텐트로 들고 돌아올 때 너무 손이 시렸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캠핑장 사장님이 야만인들이라는 유명 백패킹 유튜버였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그 목소리에 알아차렸다.
다음엔 친구들이랑 여름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명산 등산도 하고 계곡에 발도 담그고 저녁엔 캠핑장에서 닭한마리에 술 한잔으로 마무리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