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에서는 노동절휴일이다.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며 잠실 롯데백화점에 갔다. 아 넘쳐나는 사람들과 말썽이 많은 롯데월드는 나를 압도했다. 양복 한벌을 무려 백만원에 사면서 집사람의 친구앞에서 표정관리를 하느라 힘이 들었다. 캐주얼바지를 사려고 몇벌을 입어보다가 전부 쫄쫄이 바지같이 달라 붙어서 포기했다.
친구는 나를 이상하리만치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축제파트너였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썼던 일기장을 보여주며 아무날이나 말하면 그날의 일기를 읽어주겠다고 했단다. 참나... 시간은 이상한 개념이다. 삼십이년만의 만남인데 그 얼굴과 사람의 느낌은 변함이 없다.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만나던 기억이 섬뜻하리만큼...
친구의 남편은 한 은행에서 사십년 가까이 근무를 하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 착하고 성실 그 자체로 보이는 일등으로 장로님으로피택받은 그가 운전대를 잡으니 브레이크를 수십번 급하게 밟고 계속 차선변경에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고 사고없이 다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예전에는 한국사람들의 운전실력이 훌륭해 보였는데 이번에 느끼기는 그 실력들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긴장과 배짱싸움의 연속이다.
친구는 멋진 식당으로 우리를 인도했고 손으로 만든 수세미와 총각김치하고 야채짱아찌를 선물하고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아 그리고 남편을 시켜 우리가 찾지 못했던 머리염색약을 사주었고...
이번 여행은 사람들에 촛점을 맞추게 된다. 그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표정들 속에 얼마나의 만족이 서렸는지 인생이 주는 외로움을 어떻게 감추는지 한 번 관찰해보자.
이 나이가 되서야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아울러서 내 모습도 아주 조금씩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