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란 이름의 바탕은? 6년 전 CNM에서...


'서울'은 '머릿도시'의 뜻
'서울'이라는 지명을 두고 항간에서 그 유래를 엉뚱하게 전하는 사람이 있어 혼선을 야기시키고 있다.
첫째, 서울이라는 지명이 '눈(雪)의 울타리'라는 뜻의 '설(雪)울'에서 왔다는 설이다. 조선 초에 서울에 성을 쌓는데, 하루는 눈이 많이 와서 그 눈의 녹은 자국을 따라 성을 쌓아 '설울'이 됐다는 것이다.
둘째, 서울은 성(城)으로 둘러싸여 '성(城)의 울타리'라는 뜻에서 '성(城)울'이었는데, 그것이 변해 '서울'이 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말일 뿐,아무런 역사적 근거나 문헌-어원적 근거가 없다.
'눈의 울타리'의 '설(雪)+울' 또는 '성(城)의 울타리'의 '성(城)+울'이 변해 '서울'이 되었다는 주장은 우선 '설(雪)울-성(城)+울'이라고 하는, 한자말과 우리말의 복합 관계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그것을 인정한다 해도 '설울-성울'이 '서울'로 되었다는 주장은 우리말의 보편적 변화 과정으로 볼 때 타당하지 못하다.
'서울'은 신라 때부터 써 온 말임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은 '서벌' 또는 '서라벌'이 그 바탕일 것으로 보이는데, 고 양주동 님이 한글로 풀이한 신라 시대의 향가 <처용가(處容歌)>의 '서벌'도 지금의 '서울'에 해당하는 말로 보고 있다.

'새벌 발기다래 (東京明期月良)
밤드리 노닐다가 (夜入伊遊行如何)
드러사 자래보곤 (入良沙寢矣見昆)
가라리 네히러라 (脚烏伊四是良羅)
두블흔 내해엇고 (二 隱吾下於叱古)
두블흔 뉘해언고 (二 隱誰□下焉古)
미틔 내해다마난 (本矣吾下是如馬於隱)
아사날 엇디하릿고 (奪叱良乙何如爲理古)
이 노래에 담긴 뜻은 이러하다.
'서울 밝은 달밤에 밤 늦도록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아내의 것이지만 둘은 또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아내이지만 빼앗은 것을 어찌할 것인가?'

이 노래의 가장 앞에 '새벌(새발 새벌)'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새발(새벌)은 당시 신라의 서울인 경주에 해당하고, 이것은 당시의 말로 '수도(首都)'에 해당하며, 신라 경주의 한자식 이름인 '서벌(徐伐)' 또는 '서라벌(徐羅伐.徐耶伐)'이 바로 이 '새벌'의 음차식(音借式) 표기로 여겨지고 있다.
국호인 '신라(新羅)'나 '시림(始林)'도 '새벌-새불-새풀'이 음차된 이름으로 보고 있는 학자도 있으며, 백제의 수도인 '소부리(所夫里=부여)'나 고려의 수도인 '송악(松岳)'과 태봉의 수도인 '철원(鐵原)' 등도 모두 '새벌'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수도의 뜻인 이 '서벌-새벌'은 그 뒤로 조금씩 음이 변하면서 지금의 '서울'이라는 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이러한 사실은 훈민정음이 나오고 난 후의 조선 시대의 문헌들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 '셔블 적신(賊臣)이 잇고'<용비어천가>(37)
* '슬피 셔울흘 사랑하노라'<두시언해>(초.15;52)
* '가난 비난 셔울로 도라가놋다'<두시언해>(초.24;45)
문헌들에서는 지금의 '서울'이라는 말이 이처럼 '셔블','셔울' 등으로 나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를 보아서 신라 초 이래로 '머릿고을(首都)'의 개념으로 계속 써 왔던 '서울'이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소리 변화 과정을 거쳐 정착된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새벌>셔벌>셔블>셔불>셔울>서울
2011년 CNM 방송을 통해 나는 이를 잘 설명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