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칼빈의 믿음론, 기독교강요 제3권 1장 2(1559년 라틴어 최종판 완역, 문병호 옮김, PP.32-34)
2. 성령(聖靈)은 그리스도의 영(靈)이시라 불리심
그러나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
우리가 더욱 확실하게 새겨야 할 것은
그리스도가 고유한 방식으로,
곧 성령으로서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를 세상에서 멀어지게 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모아 영원한 기업의 소망에 이르게 하신다는 사실이다.
성령이 “성결(聖潔)의 영(靈) (롬 1:4; 참조. 살후 2:13; 벧전 1:2) 이라고 불리시는 것은 이러한 뜻에서 이다.
그는 인류와 나머지 생명체 모두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능력으로
우리를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하늘 생명의 뿌리와 씨앗이 되신다. 10)
10) 이 한 문장에 모든 피조물에게 미치는 성령의 우주적 역사,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성령의 일반적 역사, 오직 택함 받은 백성에게만 미치는 성령의 특별은총적 역사가 모두 합의되어 있다. Cf. Institutio, 1.13.14.
선지자들이 그리스도의 나라에 최고의 찬미를 돌리는 이유는
그 나라가 도래할 때 더욱 충만한 성령의 임재가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날에 내가 내 영(靈)을 모든 육체(肉體)에 부어 주리니 "(적용. 욜 2:28)라는 요엘서의 본문이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현저히 주목된다.
여기에서 선지자는 성령(聖靈)의 모든 은사(恩賜)를 예언하는 직분에 국한시키고 있는 듯 보이지만,
하나님이 한 형상을 사용하여 그 자신의 영(靈)을 예증하심으로써 하늘 교리가 부족하고 결핍되었던 이전의 사람들을 제자로 삼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는 자기의 아들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성령(聖靈)을 부여하신다.
그는 자기의 후하심 가운데 성령의 충만함을 부어 주셔서
그 아들이 일꾼이자 청지기가 되시게끔 하셨다.
그리하여
성령은 어떤 때는 '아버지의 영(靈)'으로, 어떤 때는 '아들의 영(靈)'으로 불리신다. 11)
11) 이는 성령이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부터'(a Patre et Filio) 나오신다는 필리오케(Filioque) 교리를 제시한다. Cf. Institutio, 1.13.18.
바울은 말한다.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靈)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靈)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롬 8:9).
참으로 이로부터 전적 갱신의 소망이 생겨난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롬 8:11).
왜냐하면
아버지께 은사(恩賜)들의 조성자로서 찬양을 돌리는 것이 전혀 불합리하지 않듯이
자기 백성에게 수여되는 성령의 은사(恩賜)들을 담고 계신 그리스도께 동일한 역할을 돌리는 것 역시 전혀 불합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13)
13) Cf. Comm., Rom, 8:9, 11 (CO 49.144-146). 여기서 성도가 '그리스도의 영'을 받아 그리스도 자신을 영접하는 동시에 그리스도가 이루신 모든 의에 대한 값없는 전가(轉嫁)를 받게 된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리하여 그는 누구든지 목마른 사람이 있으면
그 자신에게로 와서 마시라고 초청하신다(요 7:37).
바울은 성령이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엡 4:7) 나누임을 가르친다.
또한
성령이 '그리스도의 영(靈)이라고 불리시는 이유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영원하신 말씀으로서 그 동일하신 성령 가운데 아버지와 결합하셨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중보자(仲保者)의 인격(人格) 때문이라는 것도14)
우리는 알아야 한다.15)
14) 이와 같이 보혜사 성령이 '그리스도의 영'이라고 칭함을 받으심은 성령이 성자로부터 영원히 출래(出來)하신다는 사실(필리오케)과 성령이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가 다 이루신 의(義)를 전가(轉嫁)해 주신다는 사실(구원 역사) 모두를 지시한다.
15) 칼빈은 구원의 은혜를 논함에 있어서 보혜사 성령의 '그리스도의 영'으로서의 역사에 주안점을 둔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는 "살려 주는 영(靈)으로서,
하늘로부터 주어지신 "둘째 아담"(적용. 고전 15:45)이라고 불리신다.
하나님의 아들이 자기에게 속한 사람들에게 그 자신의 고유한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것은
그들이 그 자신과 하나가 되게 하시기 위함이다.
바울은 이를 사악한 사람들에게도 공유되는 동물의 생명과 대조(對照)한다.
같은 취지에서,
그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이 신자들에게 있기를 기도하면서
동시에 성령(聖靈)의 교통(交通)하심을 결합(結合)시킨다(고후 13:13).
왜냐하면 그가 다른 본문에서 말하듯이,
성령의 교통하심이 없다면 우리는 아버지의 부성적(父性的) 사랑과 그리스도의 자애(慈愛)를 한 입도 맛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롬 5:5).16)
16)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영(靈)으로서 그리스도의 의(義)를 전가(轉嫁)해 주시는 성령(聖靈)의 역사(役事)는 칭의와 성화를 포함하는 성도의 구원 전 과정에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