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한동훈 대표의 입장은 뭔가?>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의 300만원짜리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사팀 검사들이 대통령실 경호처 공간으로 출장 가서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굴욕조사’를 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입니다. 앞으로 국민 누구나 ‘접견 수단으로’ 혹은 ‘감사 표시’로 공직자 배우자에게 고가의 명품백을 건네도 무방합니다. 대한민국 검찰과 국민권익위원회가 만들어 가는 ‘윤석열식’ 청렴사회의 모습입니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검찰의 중대한 결정에 한마디도 못 하는 정당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입니다. 논평 하나 없습니다. 그 당의 대표라는 자는 뭔가 얘기를 하긴 했는데, 검찰이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 모호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에게 받은 질문은 단순합니다. ‘검찰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했다고 보느냐’였습니다. 그렇다면, 답도 단순해야 합니다. 한 대표의 답은 “어차피 결국 팩트와 법리에 관한 것이다. 거기에 맞는 판단을 검찰이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였습니다. 이어 “상세히 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제는 상세히 볼 시간이 없다고 칩시다. 대부분의 언론이 어제와 오늘 주요 뉴스로 다뤘으니 ‘팩트’와 ‘법리’에 대한 판단도 섰을 겁니다. 그러면 “검찰이 팩트와 법리에 맞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하나 마나 한 얘기 이상의 입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당한 결정이었다’거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부족한 결정이었다’거나.
조국혁신당이 한 대표의 입장을 거듭 묻는 이유는, 한 대표가 김건희씨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민심’을 유독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 1월18일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튿날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대표가 된 뒤에도 검찰의 ‘출장조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이 팩트와 법리에 맞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니요? 한 대표가 하고 싶은 얘기가 ‘검찰이 허구에 기반해 소설 쓰는 곳은 아니다’는 아니잖아요? 검찰의 수사 발표를 보고 나서,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구해서 상세히 읽어본 뒤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추가 입장을 내시려나요?
한동훈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생중계를 원했다는 것을 보면, 한 대표 스스로는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검사나 법무부장관 시절엔 어땠을지 몰라도, 정치인의 기준은 다릅니다. 듣는 사람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이, 국민들께서, 듣고 ‘아, 저 사람의 입장은 저렇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 대표의 말은, 뭔가 빠르게 지나가긴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에게 다시 묻습니다.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입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2024년 8월 22일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 김보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