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의 분수령 모스크바 전투

[이광헌]

1941년 6월 22일 300만이 넘는 독일군이 바바로사 작전을 개시하여 소련을 침공했다. 파죽지세로 진격한 독일군은 모스크바를 목전에 둔 10월에 예년보다 일찍 내린 눈과 비로 수렁에 빠져 전진할 수 없게 되었다. 독일군은 땅이 굳어지기를 기다렸다가 11월 15일부터 공세를 재개했으나 이번에는 역사상 유례없는 강추위로 모든 장비가 얼어붙었다. 12월 5일 극동에서 이동해온 소련군의 반격이 시작되어 독일군은 모스크바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모스크바가 함락을 모면한 것은 그야말로 천우신조였다. 날씨가 예년 같았다면 모스크바는 10월 중에 함락되었을 것이다. 모스크바가 함락된다 해도 소련은 항복하지 않았겠지만 전쟁의 향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바바로사작전 계획

보라색 - 9월의 점령지역   /   녹색 - 10월 1일 이후의 점령지역

모스크바 전선 형세도

만사를 히틀러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해서도 히틀러를 비난해 왔다. 독일이 모스크바 공략을 한 달 일찍 시작할 수 있었는데 히틀러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늦어졌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당초에 5월 15일로 예정했던 소련 침공을 6월 22일로 연기한 일이고 두 번째는 8월 25일에 모스크바 공략을 보류하고 키예프 공략을 시작한 일이다.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제대로 했어도 독일군은 첫눈이 내리기 전에 모스크바를 점령했을 것이며 어쩌면 독일이 승리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그렇게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941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에서 영국이 사주한 쿠데타가 일어나 친독일 정부가 무너지고 5만여 명의 영국군이 그리스에 상륙했다. 4월 6일에 독일군이 유고슬라비아와 그리스로 진격하여 순식간에 두 나라를 점령하고 영국군을 몰아냈다. 이 때문에 소련 침공은 당초 예정했던 5월 15일에서 38일 늦어져 6월 22일에 개시되었다. 만약 소련 침공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10월 2일에 개시된 모스크바 공략은 8월 25일에 시작되었을 것이고 첫눈이 내린 10월 6일 이전에 모스크바를 점령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칸 사태를 방치해도 후환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었겠는가?

히틀러가 발칸 작전보다 더한 비난을 받아온 것이 키예프 공략이다. 6월 22일부터 한 달 사이에 중부와 북부의 소련군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남쪽의 우크라이나에서 독일군의 진격이 상대적으로 늦었고 소련군은 키예프에 집결하여 완강하게 저항했다. 스탈린은 키예프 사수를 명령하고 후퇴를 금지했다. 8월 초의 작전회의에서 참모본부는 모스크바 공략을 주장했으나 히틀러는 키예프의 소련군을 먼저 섬멸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 진격을 준비하고 있던 구데리안의 기갑군이 남쪽으로 향했다.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진행된 키예프 전투에서 70만 가까운 소련군이 포위되어 20만이 전사하고 40만이 넘게 사로잡혔다. 기록적인 승리였지만 이 때문에 모스크바 공략이 10월 2일로 늦어졌고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소걸음이 된 독일군은 모스크바 점령에 실패했다.

1941년 8월 25일의 동부전선 - 아래 돌출부가 키예프 지구

키예프 전투 점령 지역 - 보라색  (1941. 8. 25 ~ 9.26)

종전 후 거의 모든 사람들이 8월 25일에 키예프 대신 모스크바로 진격했어야 한다면서 히틀러를 비난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몇몇 역사가들이 히틀러의 결정을 옹호한다. 배후에 거대한 적군을 두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키예프 작전이  옳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삼국지연의에 불세출의 지략가로 등장하는 제갈공명은 위(魏)나라 장수 사마중달과의 전투에서 기산(祁山)의 골짜기에 유황염초를 쌓아놓고 중달을 그곳으로 유인한 뒤 火攻을 개시했다.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에 갇혀 중달이 죽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불이 꺼졌다. 천우신조(天佑神助)로 목숨을 건진 중달은 패잔병을 이끌고 死地에서 탈출하였다. 산 위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공명은 ‘모사(謀事)는 在人이요 성사(成事)는 在天이다‘ -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성공은 하늘에 달렸다 - 하며 탄식했다.

1941년에 소련군은 300만이 전사하고 300만이 포로로 잡혀 손실이 독일군의 20배에 달했다. 독일군은 이처럼 잘 싸웠지만 운명적인 그해 러시아의 겨울이 유례없이 일찍 시작한 데에 더하여 기록적인 강추위가 엄습한 것을 어쩌겠는가? 독일로서는 하늘을 원망할 도리 밖에 없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도 있듯이 역시 모사(謀事)는 在人이요 성사(成事)는 在天인가 보다.

그러나 독일군에게도 하늘을 원망할 수 없는 실책이 있었다. 흔히들 어리석은 히틀러가 겨울 군복도 준비하지 않고 소련을 침공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충분히 준비하고도 보급을 제대로 못했다. 독일의 철도는 표준궤간인 1,435 mm이고 러시아의 철도궤간은 1,524 mm였다. 독일의 열차가 러시아 철도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궤간 수정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육군의 진격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또한 러시아의 열악한 도로 사정에 더하여 독일군의 수송 능력이 부족했다. 보급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독일군은 그해 겨울의 유례없는 혹한 속에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되었다. 

키예프의 소련군 포로들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독일군 전차부대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독일군 보병부대

비야즈마에서 항복하는 소련군

모스크바 전선의 독일군

진지 구축에 동원된 모스크바 시민들

모스크바 전선의 소련군

항복하는 독일군

[이승남]

묘하군. 광헌이 글 읽는지금 라디오에서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이 울려퍼지네. 나폴레옹군과 러시아군의치열한 전투,퇴각하는 프랑스군을 추격하는 러시아군, 신이여 차르를 보호하소서 선율과 라마르세예즈..대포 포성이 터지고 승리 알리는 사원의 종소리..고딩 음악시간 때 음악실에서 역사 얘기 곁들여 이 음악 감상시켜 주셨지. 서수준 선생님이었던가? 러시아에선 겨울추위가 가미가제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