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입니다.
지난주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힘든 한 주였는데, 이번주는 꿀꿀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주간은 어떠할지 궁금한 마음을 갖고 출발해봅니다.
9시 20분,
비가 살짝 흩날리는 날임에도 일자리를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한창 일하시고 쉼터에 앉아계셨습니다.
오늘은 떠먹는불가리스를 사지 않는 어르신들, 날이 비교적으로 덥지 않아서 그런지 괜찮으신가보다 싶었습니다.
조용히 있던 찰나, 아랫집 이모님 오셔서 조지아커피, 삼양라면, 불가리스를 사십니다.
1주일 사이에 조지아 캔커피 30개를 다 마셨다는 이모님.
"어휴, 날 더울 때는 캔 커피 꺼내먹는게 최고여." 하십니다.
카페가 없는 시골에선 저온저장고에 보관하여 마시는 캔커피가 최고의 커피인가봅니다.
9시 40분,
마당에가니 어르신께서 나오지 않으셔서 집에 잠시 들어가봅니다. 어르신께서는 나간다고 하셨는데, 준비가 덜 되신것 같아서 위에 먼저 다녀오겠다고 하였습니다.
불가리스 드리러 집으로 가니 돈을 준비하고 계신 어르신. 늘 잔돈을 모두 합쳐서 주시는 모습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에 말씀드리니,
"괜찮어~ 부담스러우면 안먹을텐데, 주변에서도 먹으라고 하니 먹는거지~" 하시며 갖다 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집에 누군가 와 있는지, 못보던 차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불가리스를 사지 않으실려나봅니다.
정기적인 주문인데, 어르신께서 주문하시는 순간이 정기적인 주문이시겠지요.
아랫집가니 어르신께서 밖에서 기다리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물건 구매 고민을 하시더니 사이다와 고등어 하나를 사십니다.
사이다 값이 지난번에 비하면 500원이 더 오른 사실을 보고, 비싸다고 하십니다. 물건 값이 속절없이 오르는 것에 속상하지만,
어르신도 어쩔수 없는 마음으로 물건을 사십니다.
10시 20분,
오늘도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계십니다. 어머님들은 안계시고 남자 어르신들 세분이서 함께 한 잔 하시며 함께 먹자고 하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술 안주로 먹고 계신 설탕절임토마토를 주시며 먹으라고 해주십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르신께서 술 내려놓으라고 하셔서 술 한짝 내려놓았습니다. 어르신께 간수치는 괜찮으신지 여쭤보니,
"내가 서울에 있는 가장 좋은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1도 이상이 없어~" 하십니다.
"하루에도 세네병도 먹는데도 이상이 없어~" 하십니다.
그 사이 집주인 사모님 나오셔서 두부 달라고 하십니다.
사모님께서 오늘 막 무친 열무김치에 두부 한 조각 바로 쓸어 내놓으니 술 안주로 또 최고입니다. 열무 보며, 국수 삶아먹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국수도 한 사발 달라고 하십니다. 국수는 옆에 계셨던 어르신께서 공병값으로 처리해주시겠다며, 국수 한 묶음 선사하십니다.
서로 함께 나눠먹고 즐기는 어르신들의 관계가 좋아보였습니다.
그 때 한 어르신이,
"아니 형님에 너구리 안와요?" 하십니다.
너구리가 옥수수를 다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온갖 구멍은 모두 막아야한다는 어르신들. 옥수수 키가 크다보니 너구리가 옥수수대를 쓰러트려 무거운 옥수루를 손쉽게 얻는다고 합니다.
"얘네들이 영특한게 또 큰 것만 먹어. 작은건 안먹어"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너구리가 고르는 작물들은 다 좋은놈만 고른다며 너구리의 '감'을 놀라워하셨습니다.
11시,
오랜만에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이 나와계셨습니다. 어제 노인대학 안나오신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올라가는 길, 남자 어르신께서 안사람이 나오고 있다며, 위에가서 조금만 기달려달라고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어르신 나오길 기다렸다가 만났습니다.
노인대학 안나오셨던 어르신은 "어~ 내가 얘기했는데, 까먹었나보네~" 하십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계란 사야하신다며 끌차에 올려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누려던 찰나, 뒤에서 차가 와서 바로 출발 하게 되었습니다.
11시 20분,
오늘도 시정에 같이 앉아계시는 어르신들. 오늘은 비가 와서 일을 하지 않으신가봅니다.
밑반찬 받으시는 어르신 계셔서, 밑반찬 잘 드시는지 여쭤보니, 괜찮다고 하십니다. 간혹 동네에서 밑반찬 달라고 하시는 분들 종종 있어서 마을에서도 그러한지 여쭤보니
"넘들이 보면 괜찮아 보인다해도, 다 저마다 사정이 있는건데 그거갖고 뭐라하면 안되지~" 하십니다.
"다 얘기하면 속사정이 다 힘들어~ 안힘든 사람 없어~" 하십니다.
작은것 하나라도 누군가 받는다면 시샘이 돌기마련이지만, 그런것 없이 그냥 이해해주시는 어르신들이 감사했습니다.
11시 30분,
오늘도 윗집 삼촌은 필요하신 물건을 고르시러 나오셨습니다.
커피의 제품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는 삼촌, 콩나물과 두부, 그리고 필요한 것들을 수레에 담으십니다.
지난번 차가 들어가기 어렵다고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수레를 갖고 나오셔서 감사했습니다.
11시 40분
콩나물 드리러 가는길, 새끼를 또 낳았나봅니다. 못보던 녀석 한마리가 왔다갔다합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건지 한 번 만지기가 어렵네요.
엄마 쓰다듬어주니 뒤에서 알짱거리는 녀석. 강아지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곳은 강아지 출산 천국인듯 싶습니다.
11시 50분,
지난번 회관에 가셔서 안계셨던 어르신, 오늘은 계셨습니다. 마을은 A마을인데, 호적이 B마을이라 B마을 회관으로 가신다는 어르신.
오늘 회관에 가스밸브를 잠그지 않아, 가스가 누출됬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가스를 흡입하고 머리가 아파와서 광주 병원으로 가셨다는 어르신의 말씀. 위험할뻔했다 싶었습니다. 도시의 경우 가스밸브 옆에 누출경보기 설치도 해주었던 것 같았는데, 이곳 면에서도 설치해주는 분들이 계실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13시 10분,
오늘은 밑반찬 도시락을 제공하는 날입니다. 오후 배달에 점빵차도 힘을 보태어 배달에 일조합니다.
밑반찬 가방을 받으시곤 너무 좋아하시는 어르신.
"양것 들었구만~! 고맙네~ 고마워~" 하시는 어르신.
전달하는 저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집니다.
13시 30분,
시정에 앉아서 양파, 마늘을 다듬는 어르신. 점빵차를 보자마자 집으로 끌차를 끌고갑니다.
"지난번에, 물건 살 때 내가 뭘 깜박했나 싶었더니 모기약을 안샀더라고. 모기약 하나 주소" 하십니다.
옆집에 살던 회장님도 오시더니 모기약을 찾으십니다. 비가오고 난뒤로 고인물 곳곳에서 모기들이 극성인가봅니다.
모기약 건네고 가는 길, 어르신 집 앞 복숭아 나무에서 복숭아가 많이 열렸습니다.
어르신께선 나오셔서 코다리와 불가리스를 사셨습니다.
오늘도 아들이 오나 보다 싶습니다.
지난번엔 어르신 댁 앞 대추나무에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는데, 이번엔 복숭아입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열리는 과수 나무들, 어르신의 보물처럼 느껴집니다.
13시 50분,
지나가는길 경운기 끌고 가는 삼촌, 인사드리니 자연스럽게 귤을 건네 주십니다.
자신도 하나 있다면서 먹으라고 주시는 삼촌. 고맙습니다.
14시,
지난번과 오늘, 살게 마땅히 없으셨나봅니다. 늘 이것저것 사셨던 젊은 삼촌이었는데, 오늘은 빵과 술만 고르십니다.
밑반찬 드리며 술은 조금만 드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4시 20분,
목이 안좋아서, 신선란만 드신다는 어르신.
점빵차에 있는 계란은 밖에서 돌아다녀서 신선한 계란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남자 어르신께 필요한거 사고 들어오라고 말씀하시며 안으로 들어가십니다. 짜파게티 2봉과 소세지 4개 사시는 어르신. 천하장사 소세지가 1개 천원이라는 사실에 어르신은
"염병하네" 라는 말로 농담을 던지며 고맙다고 인사하며 들어가십니다.
성대수술을 하셔서 기계에 의존하여 말씀을 거칠게 하시지만, 어르신께서는 늘 점빵차를 생각해주시며 무엇이라도 더 팔아주시려고 하시는 마음이 있으셔서 어르신의 거친농담도 웃고 넘기곤 합니다.
14시 30분,
회장님꼐서 회관에 반찬 해놓을거로 갖다달라고 하십니다.
'두부 두모, 코다리 하나, 동태 하나.'
양을 적게 사시길래 왜 이렇게 적은지 여쭤보니,
"비가 오잔나~ 사람들이 일을 안해서 안나와~" 하십니다.
일을 할 때는 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일을 안할 때는 다같이 모여서 밥먹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회장님께서 주문한 물건들은 바로 회관 냉장고로 배달해드렸습니다.
14시 35분,
두유 어르신, 밑반찬 함께 드리며 윗집 어르신 근황 여쭤봤습니다.
"몰라, 최근엔 오지도 않았어~" 하십니다.
윗집 어르신 밑반찬 가방 같이 맡기는 일도 익숙하셔서 잘 받아주십니다. 다음주에 가방 수거하러 올 때 다른 근황이 있는지 한 번 여쭤봐야겠다 싶었습니다.
14시 45분,
길가에서 밭일 하고 계시는 어르신.
어르신 머리 위에는 마스크가 있었습니다. 모자 대신 마스크를 머리 위로 끼고 계시는가 여쭤봤더니,
"날이 너무 뜨거워서, 모자는 없어지고~ 그래서 마스크 올려놨어~" 하시는 어르신.
이해는 안되지만, 어르신께서 나름 생각하고 착용하셨다고 하는것으로 이해를 하고 넘어갔습니다.
15시 10분,
당산나무 아래어르신들 5명이 앉아계십니다. 점빵차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끌차가 점빵차에 걸리진 않을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점빵차 보고 좋아하십니다.
하지만, 물건 살게 없다는 말을하며 미안해하십니다. 지난주, 이번주 장사가 영안된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음주엔 또 좋아지겠죠~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와중 시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비가와도 역시 좋구나 싶습니다. 하늘이 흐릴뿐이었지 세상은 푸릇푸릇했습니다.
점빵차가 어르신들께 다가가는 일이 부담이 되어선 안됩니다.
15시 30분,
어제 노인대학에서 꼭 들리라고 하셨던 어르신.
"내가 양심이 없지~ 노인대학 차량 이용을 하면서 점빵 한 번을 안갈아줬으니 말이여." 하시는 어르신.
"간장 맛난거 좀 줘봐" 하시는 어르신.
보통의 맛난간장은 삼양간장이나 다른간장들이 있지만, 영당에서 처음 말해 주문했던 홍게 간장을 추천해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좋다고 하시며, 홍게간장을 비롯해서 물엿, 락스 등 필요한 물건을 많이 사주셨습니다.
"내 진즉에 못갈아줘서 미안해~" 하시는 어르신. 이렇게라도 어르신 뵙고 하니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6시,
어르신 댁에가니 어르신이 솔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어르신의 시아재인, 아랫집 남자 어르신이 돌아가셨다고 하셨습니다. 오늘이 초상이라고 합니다. 서울 병원에 계셨었는데, 요양병원에 계셨었다며, 이제 남은 여자 어르신은 딸내집에 갈지 여기에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상시 언어에 장애가 있으셨던 어르신 내외였는데, 이제 홀로 사시게 되니 어떻게 지내실지, 염려가 됩니다. 평상시에도 늘 잘지내시던 어르신이었지만, 평생의 동반자가 이제 없다는 사실은 어르신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 오실테니, 그 슬픔이 다른 건강의 악화로 안가길 바래봅니다.
지나가는길 총무님을 뵙게 되어 인사드리니,
"회관에 두부 3모, 코다리 2개 좀 갖다놔줘~" 하십니다. 비오는 날 논을 살핀다고 우비입고 작업하고 계셨습니다.
총무님 말씀에 회관으로 바로 가서 갖다놓으려고 했는데, 회관에 가스누출 관련 글이 붙어있었습니다. 아까 들었던 이야기가 사실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냄새 나던 그 때 당시에 어르신들은 얼마나 당황하셨을지 상상이 되었습니다. 냉장고 문열어서 콩나물, 코다리놓고 나왔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장사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엔 너무 뜨거워서, 이버눚는 너무 습해서... 날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것일까요.내일은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되길 간절히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