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樂府上(악부상: 악부 상)
- 無名氏(무명씨)
樂府上: 樂府란 漢나라 武帝가 세운 音樂을 管掌하던 곳인데,
그곳에선 당시 각 지방에 유행하던 가요를 모아 이를 수정하고 또 새로운 가요를 지었다.
이들 樂府에서 노래 불리우던 가요들을 ‘악부체’ 또는 ‘악부’라 불렀고,
그중의 작자를 모르는 古歌를 ‘古辭’라 한다.
여기에서 ‘樂府上’이라 題한 것은 [文選] 권 27대로 그렇게 한 것이나
‘上’자가 붙은 것은 題名으로서는 부적합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靑靑河畔草(청청하반초)여,
파릇파릇한 강가의 풀은,
綿綿思遠道(면면사원도)라.
끊임없이 임 가신 먼 길을 생각게 하네.
綿綿: 생각이 끊임없는 것. 李善은 [文選]에 ‘細微한 생각‘이라 注하고 있으나 不合理 하다.
遠道不可思(원도불가사)니,
먼 길 떠난 임 생각할 수도 없으니,
遠道: 먼 길을 떠난 임을 가리킨다.
夙昔夢見之(숙석몽견지)라.
지난 밤 꿈속에 뵈었네.
夙昔: [文選] 王臣 注엔 ‘宿昔’이라 하였다. 昔은 夕과 통하여 ‘지난 밤’의 뜻.
夢見在我傍(몽견재아방)터니,
꿈속에선 내 옆에 계시더니,
忽覺在他鄕(홀각재타향)이라.
깨어보니 타향에 계시는구려.
他鄕各異縣(타향각이현)하여,
타향에서도 서로 다른 고을에 있으니,
輾轉不可見(전전불가견)이라.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리워도 만날 수 없네.
輾轉: 잠 못 이루고 이리 저리 뒤척이는 것.
[詩經] 周南 關雎 詩에서도 ‘悠哉悠哉여! 輾轉反側 하도다’라고 읊고 있는데,
朱熹는 [詩集傳]에 ‘輾은 반쯤 뒹구는 것이고 轉은 완전히 뒹구는 것이라고 注하고 있다.
枯桑知天風(고상지천풍)하고,
마른 뽕나무도 공중에 부는 바람을 느끼고,
枯桑知天風: ‘마른 뽕나무는 가지나 잎새가 다 떨어졌어도 공중에 부는 찬바람을 안다’는 뜻.
뒤에 海水知天寒(해수지천한) 구와 함께,
남편이 객지에서 겪을 추위와 고초를 걱정한 것이다.
마른 뽕나무나 바닷물도 추위를 느끼거늘 하물며 집 떠난 임이야 어떠하겠는가?
海水知天寒(해수지천한)이라.
얼지 않는 바닷물도 추운 날씨를 안다네.
入門各自媚(입문각자미)하니,
집안에 들어가면 제각기 좋아하는 이에게 예쁘게 보이려 하니,
入門各自媚: ‘집 문안에 들어가면 각자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시중을 잘 들어 준다’.
그러나 자기 남편은 객지이니 그에게 잘 보이려고 시중 들어주는 이 하나 없을 것이다.
시중은 커녕 ‘아무도 말을 걸어줄 사람조차 없을 것이다.
誰肯相爲言(수긍상위언)고?
누가 임에게 말이나 붙여주려 할 건가?
客從遠方來(객종원방래)하여,
나그네가 먼 고장으로부터 와서,
遺我雙鯉魚(유아쌍리어)라.
내게 한 쌍의 잉어를 주고 가기에.
呼童烹鯉魚(호동팽리어)하니,
아이를 불러 잉어를 삶게 하니,
烹: 삶는 것.
中有尺素書(중유척소서)라.
잉어 뱃속에 한 자 되는 흰 비단 편지가 있었네.
尺素書: 한 자 길이의 흰 비단에 씌어진 편지.
長跪讀素書(장궤독소서)하니,
길게 무릎 꿇고 흰 비단 편지 읽어보니,
長跪: 무릎을 꿇고 앉는 것.
書中竟何如(서중경하여)오?
편지에 뭐라고 쓰였는지 아는가?
上有加餐飯(상유가찬반)하고,
위에는 몸조심 하라 하였고,
加餐飯: [古文眞寶]엔 보통 ‘飯’이 ‘食’으로 되어 있으나 여기선 [文選]을 따라 고쳤다.
加餐飯은 앞의 古詩에서도 보였듯이 본시 ‘밥과 반찬을 많이 들라’는 뜻이나
‘몸조심 하라’는 뜻으로 상용되는 成語이다.
下有長相憶(하유장상억)이라.
아래에는 언제나 그립다고 쓰였더라네.
解說:
[玉臺新詠]엔 이 詩를 漢人 蔡邕(채옹)의 作이라 하였으나 [文選]대로 作者 未詳의 古辭로 봄이 좋을 것이다. [古文眞寶] 注에는 ‘이 詩는 옛날부터 크게 멀지 않는 것이어서 [詩經]의 流風을 많이 지니고 있다’ 하였다. 素朴한 古人이 멀리 떠나간 임을 그리는 정이 문면에 躍如하다. 또 이 편 후반의 구절들은 고시 19수에도 비슷한 6구가 나온다.
나그네가 먼 곳으로부터 와서
내게 한 장의 편지를 주었네.
위에선 언제나 그립다 말하고
아래엔 오랫동안 이별 하였구나 말하였네.
(客從遠方來하여, 遺我一書札이라.
上言長相思하고, 下言久離別이라.)
이것은 옛날 멀리 떨어진 남녀 사이에서 주고받은 편지에서 늘 쓰여진 慰撫(위무)와 悲嘆의 상투어였던 것 같다.
첫댓글 書中竟何如오?
上有加餐飯하고,
下有長相憶이라.
加餐飯이란 말이 밥 많이 먹으란 말에서
몸조심하란 말로 변하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