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양구 땅에 가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살벌한 모습과 때묻지 않은 청정한 숲이 뿜어내는
자연의 모습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양구는 최전방의 마을답게 국도변 곳곳에 철조망을 두른
군부대들이 나온다. 훈련중인 군장을 갖춘 병사들도 보이고 이제 막 군문에 들어온 신병들도 눈에 띈다.
특히 민통선 너머 6.25전쟁중 최고의 격전지였던 펀치볼과 을지전망대, 도솔산 가칠봉, 제 4땅굴로 가면
북한땅이 훤히 보이면서 긴장과 대치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북대치와 휴전속에서의 날선 대립의 와중에도 양구는 맑고 청정한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군사지역과 지뢰지역 등 인간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던 이유도 있긴하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자연의 모습과 인적이 드문 호젓한 숲길은 그저 감탄의 탄성을
쉴새없이 하도록 만들뿐이다.
그 때묻지 않은 양구의 비경속에서 유독 돋보이는 곳은 개방이 된지 얼마 안돼 인간의 냄새보다는
순수한 자연의 내음이 깃든 양구의 제1경 두타연이다. 북한 금강산 월출봉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흘러
수입천을 만들다 기암괴석을 휘젓고 깊고 검푸른 소를 향해 떨어지는 두타연은 양구여행의 일번지로
꼽기에 손색없다. 물론 두타연까지 가려면 민통선 이북이라 군부대의 허가와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인간은 화합할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자연의 섭리는 어떤 통제도 없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유유히 흘러내린다. 양구의 무시무시한 주변의 풍경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비경의 보물.
금강산과 수입천의 정기를 받은 두타연 폭포. 싱싱하고 여유로운 자연이 오롯하게 남아 여행객의
발길을 기다리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두타연가는길 입구에는 커다란 열목어가 반겨준다. 인근 화천이 산천어를 내세운다면 양구는 단연
국내 최고의 열목어의 고장이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는 보통 30 ~ 70cm까지 자라는 냉수어의 일종인데,
청정하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계곡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다.
여름 수량이 많을 때라면 시원스럽게 폭포가 물줄기를 아래로 흩날리며 장관을 이뤘을테지만
가을 갈수기인 요즘의 모습은 그저 조용히 아래를 향해 흘러내리는 폭포와 조용한 거울같은 검붉은 소를
볼 수 있다. 두타란 이름은 고려시대 이곳 근처에 있던 꽤나 큰 전각들이 있다고 하는 두타사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두타란 한자어가 아니고 불교의 범어를 음역한 것인데, 일체의 욕망과 집착을 버린
수행을 뜻한다고 한다. 이곳 두타연은 한국전쟁 이후 50여년 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쌓인채로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다가 50여년만인 2003년에야 살짝 그 모습을 보이다가 2006년에 이르러서야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렇지만 자유롭게 출입은 안되고 3일전에 예약을 해서 해설사와 함께 단체로 가야만 하는 곳이다.
이곳은 아직 민통선 위쪽이고 군부대가 관할하는 군사작전지역이니까.
그리고 정해진 길목 옆에는 언제나 폭발할지 모르는 지뢰들이 무수히 널려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가을빛이 완연한 두타연 폭포는 인적이 끊겨 조용하고 한적한 모습 그대로이다.
두타연폭포 동쪽의 보덕굴은 10여m 정도의 검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신라 헌강왕 때
금강산 장안사의 스님이 꿈속에서 남쪽으로 가라는 계시를 받고 이곳 두타연 보덕굴에 들어가
도를 닦던 중에 관음보살을 친히 뵈었던 곳이라 한다. 갈수기에도 깊은 소가 항상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감히 들어갈 생각을 할수없도록 만든다. 길이는 20여m 라 하는데,
정확히는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관음보살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보덕굴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병풍처럼 주벼을 둘러싼 산자락 꼭대기에는 자연이 만든 신묘한 바위가
하나 두타연을 굽어보고 있다. 바로 장군바위. 이 지역을 지키던 무사가 전쟁중에 적에게 성을 빼앗기자
죽어서라도 이곳 두타연 지역을 지키고자 산정상의 봉화대같은 불침번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흐른다.
북한의 내금강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두타연 암벽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두타연이란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이 만든 3단폭포와 그 밑의 널찍한 소를 함께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오래전 주민들은 드렛소(드래소) 또는 용소라 불렀는데, 이 드렛소는 옛지명이었던 건솔리 드렛골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타연은 양구에서 흔히 접하는 전쟁, 분다, 통일 등의 이야기를 다 비우고 경치
하나만으로도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DMZ의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바위골을 힘차게 휘감다가 검푸른
물웅덩이로 와르르 쏟아지는 폭포의 풍광은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장마로 물이 불어 있을때의
폭포의 위용은 대단하다. 두타연 앞 주차장까지는 차로 들어야 하지만, 두타연폭포를 한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2㎞ 정도의 산책로는 해설과 감상을 한다고 해도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두타연 폭포에 스니 그 위용에 머리속은 텅 비어가는 듯하고 가슴속은 뻥 뚫린듯한 쾌감이 다가온다.
20m 높이의 두타연 암벽 위에 세워진 전망대에 서면 우렁찬 물소리와 한반도모양으로 돌아가는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건기인 가을철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다만 대략의 모습을 짐작만
할 뿐이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던 물줄기가 암벽에 부딪히며 용틀임하다 10여m 아래의 검푸른 소로 떨어진다. 속이 다 보일듯이 사람의 심경을 빨아들이는 푸르고 검은 맑디맑은 물의 소는 둘레가 50m는 넘어 보인다.
그 물속에는 열목어를 비롯해 냉수성 토종 어종인 금강모치, 쉬리, 꺽지, 버들치 등도
물살을가르면서 헤엄치고 있다.
두타연폭포 계곡 주변으로 나있는 생태탐방로를 따라 가다보면 두타연계곡을 가르는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두타연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소지섭길 코스의 일부이다.
가을에야 바위돌을 건너면 맞은편에 갈 수 있지만 수량이 많은 여름철엔 저 출렁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양구10년장생길중의 한곳인 이곳 두타연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구가 배출한 고 박수근 화백의
초기 젊은시절의 그림들이 어딘가에 묻혀있단다. 한국전쟁이 한창중이던 당시에 박수근 화가의 부인인
김복순 여사가 중동부전선 지금의 DMZ 일대를 지나가다 남편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수백편의
그림들을 항아리에 넣고 묻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작품 하나에 수십업을 호가하지만 그 당시
가난한 화가의 소소한 그림들을 저 땅 어딘가에 묻었을 생각을 하니 완전 보물항아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디에 묻혀있는지를 알아도 위험한 비무장지대에 누가 목숨걸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만약 항아리를 발견한다면 수천억원의 가치를 지닌 보물항아리가 될것이다. 통일이 되어야 그것을
찾든가 말든가. 헛된 꿈은 일찍 버려야지. 누가 벌써 캐갈수도 있고. 생태탐방길에는 이곳에서 발견된
이름모를 전우들의 철모와 수통, 탄피 등으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모습을 길을 따라 가면서 만날 수 있다.
두타연, 솔직히 이곳보다 한층 풍경이 아름답고 계곡의 비경이 훌륭한 곳도 많겠지만 분단의 현실속에서
통제되었다가 이젠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 모습이 더 신비스러운것은 아닐까. 마치 금단의 땅에 들어와
그곳의 속살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가을냄새가 숲전체에 향긋하게 퍼진다.
두타연 생태탐방로로 가는 길은 온통 가을의 물결이다.
단풍이 온 나무에 불붙었고 떨어져내린 낙엽들은 불어오는 미풍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흩날린다.
흙길로 되어있는 탐방로길에는 부분적으로 나무판자를 깔아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참나무류와 당단풍 등 활엽수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간혹 키다리 소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탐방로 좌우엔 철조망이 이어지는데, 탐방로 길이 아닌곳은 되도록이면 가면 안된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지뢰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조망 군데군데에 녹슨 철모와 포탄 탄피, 지뢰 등이 놓여있는데,
일종의 설치미술로 탐방로를 만들 당시 실제 출토된 것들로 조성했다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버드나무, 오리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신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을 걸을 수 있고
길섶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감상하는것도 이 길의 또다른 재미이다.
출렁다리 위에서 만나는 수입천 두타연계곡의 모습들.
두타연폭포를 내려온 물줄기는 양구를 지나 파로호에 합류되면서 북한강을 이루어 서해로 빠져나간다.
출렁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두타연의 모습은 정적이 감도는 숲속의 호젓한 풍경을 그려낸다.
두타연폭포위에서 바라본 두타소는 검붉은 모습으로 용이 승천할것처럼 깊어보인다.
방산면에 있는 직연폭포의 소의 깊이가 20여m라는데, 이곳이 12m 정도라니 더 깊을것도 같은데.
괜히 넋놓고 쳐다보다 아래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라. 떨어지면 열목어와 친구로 지내야한다.
두타연전망대를 지나 가을 숲속길을 천천히 걸으며 사색과 휴식의 시간을 맛보다가 어느덧
두타연폭포의 상류에 다다랐다. 이곳은 여름철에는 나뭇가지로 만들어놓은 섶다리가 있었다는데,
여름철 홍수로 떠내려가고 지금은 큰 냇돌로 징검다리를 설치했다. 아래로 두타연관람대와 두타정이 보인다. 이곳에서 볼때엔 그리 깊은 소와 높은 폭포가 있으리라곤 상상할 수 없을만큼 평화롭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이 단풍에 물든 산하를 굽이굽이 휘감으며 흘러오고 있다.
떨어진 단풍도 시냇물을 따라 조용히 떠내려온다. 선계가 어디일까. 바로 지금 서있는 이곳이 그곳이 아닐까.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곳을 그곳으로 삼고싶다. 이곳에서 4km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예전 금강산 장안사로 향하던 길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지금은 갈 수 없는 31번 국도.
두타연관람대위에 섰다. 두타연폭포를 병풍처럼 둘러싼 조물주의 조각품같은 기암괴석 사이를
조용히 흘러든 물줄기가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 가을단풍길을 따라 조용히 흐르던 물줄기도
갑작스런 하강에 심히 놀랬을 것이다.
두타연폭포관람대에서 바라본 두타소는 푸르다 못해 진한 초록색의 빛을 띄고 있다.
감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시원해진다.
깊은 물속까지 훤히 들어다보일만큼 천혜의 물길이다.
저 물속에는 다양한 일급수에서만 살아가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관람대에서 보니 두타연폭포의 암벽에는 누가 뚫었는지 떡하니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다.
그 옆으로는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보덕굴이 검은 입을 벌리며 폭포를 응시하고 있다.
생태관광과 안보체험을 함께할 수 있는 이곳 두타연.
지금도 천년전 두타사의 스님들이 치는 맑고 깊은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두타연 입구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4km를 올라가면 금강산가는길 입구에 서게된다.
분단된지 60여년이 흐른 지금. 많은 곡절과 아픔, 반목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지만 좀처럼
화합과 평화, 통일의 시간은 더디게 오는듯하다. 어서 빨리 남북이 하나되어
이 갈 수 없는 길을 통해 여행자의 가벼운 발길을 옮기고 싶다.
두타연의 관문역할을 하는 옛 백석산 전투기념관을 리모델링한 소지섭 갤러리를 둘러봐도 좋다.
내년까지 양구 두타연 인근에 총 51km에 걸쳐 만들어질 이름하여 소지섭길이라는 곳의 출발점이다.
양구 방문하기만 해도 10년은 젊어지는 청정자연의 고장이다.
하지만 이곳 두타연을 방문한다면 몸과 마음이 한 20년은 젊어질 것이다.
두타연에 들어가려면 양구군청에 미리 출입신청을 해야한다.
하루 2번가는데,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양구읍내의 양구명품관 관광안내소 앞에 모여 문화해설사와
함께 출발한다. 입장료는 2천원이고 매주 주말에는 양구시티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양구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ygtour.kr (033) 480 - 2251.
|
첫댓글 우왕 소지섭 갤러리 +_+ㅋㅋㅋㅋ
세세한 글, 단정한 사진까지~
양구군을 한눈에 둘러본 기분입니당 ㅎㅎ
감사합니다, 서산에서 뵐께요~~
와우. 두타연. 첨 접합니다. 꼭. 경험해보고 싶은데요?
네, 개방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풍경이 참 아름답더라구요.. 한번 꼭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