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 달빛 야행 행사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티 피정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맑은 공기와 창문으로 스며든 새벽 빛에 일어나서 이른 새벽 한티 내 숲길을 걸었습니다. 어제밤 달빛야행행사가 열린 한티마을사람들을 형상화한 입석 앞으로 올라가서 십자가의 길-인내의 길-겸손의 길 순서로 나만의 한티가는 길, 사랑의 길 마지막 부분 걷기. 2백년전부터, 가까이는 150여년전부터 살고, 죽고, 묻혔던 이 곳 한티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이 곳으로 올라왔고, 어떻게 이 곳에 살았는지를...... 이른 아침, 해가 막 떠오른 아침의 오솔길을 따라 나만의 작은 발걸음으로 걸으며 물으며 나의 속을 세상의 길 속에 열어봅니다.
어제 밤 달빛 숲속음악회와 생활성가 페스티벌을 했던 광장, 한티가는 길의 마지막 한티마을사람들 스템프를 찍는 스템프 장소로 올라왔습니다. 달빛야행 행사 참가자 5백명과 생활성가페스티벌 참가자 2~3백여명의 사람들의 흔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취와 흔적조차도 거의 보이지 않고... 단지 바닥에는 무대를 엮었던 몇 개의 끄나풀들만 보이는.....마침내 한티 마을은 이른 아침의 평온함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가을 보라.... 웬지 가을꽃들은 보라색이 많은 듯
길의 첫 시작, 계단을 따라 들어섭니다.
150여년전에 이 곳에 살았던 이들과 작은 인사.... 사랑의 길 속에서 당신들에게 사랑을 물어봅니다.
어제 달빛을 마음껏 받으셨는지? 달맞이꽃에게 물어보기.
의외로 칡꽃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티마을 속에서 가장 따뜻한, 예전에 한티마을 사람들이 살았던 곳을 지나갑니다. 역설적으로 150년전, 1868년 무진년의 이 곳은 가장 아픈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숯가마터가 있었던 인내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숯가마터 0.3km. 과연 3백미터? 거리상으로는 3백미터이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오름길의 연속~~ 그러나 오늘 만큼은 아주 천천히 느린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또박또박 또는 뚜벅뚜벅 걷다보면 한티재로 올라서게 될 듯..
한티재로 올라서는 사람들의 길을 건너다. 득명리의 칠곡 동명과 군위 부계를 연결하는 팔공산 터널이 지난해 연말 준공된 이후, 이 길은 예전에 비해 많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 지 지나가는 차들도 거의 없고....
인내의 길의 숯가마터로 올라가는 부채꼴 회점회귀 두 길의 시작점에 들어서다. 주로 바로 직진해서 올라서서 내려올때는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서는 듯.... 그냥 평상 시 걷던 길로 저도 직진...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올라가는 가운데 고개를 살짝 들어 산마루 위를 올려다 보니 어느 듯 아침 해가 한티재 위쪽으로 자신의 몸짓을 하고 있는 듯....
여름철에 풍성한 참취꽃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후손들을 위한 이들의 몸짓.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 듯 숯가마터에 올라서고 바로 위의 한티재를 바라보다. 에전에는 이 곳에서 숯 굽고, 올라오는 포졸들이 있는 지 망을 보기도 했다는데......
참나무의 또 다른 흔적..... 이 때가 되면 스스로 몸을 꺾기도 하는 이들의 자취.
소나무와 바위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서다.
소나무 숲길을 걷다.
벌써? 밤송이를 만나다. 가을이 어느 듯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음을....
내려서는 가운데 작은 오름길에서 다시 아침 해를 만나다. 하나의 태양이 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는 아침의 기쁨이라면.....
그대에게 붙여진 이름은 무명의 번호들뿐.....
인내의 길의 끝자락인 너덜 지대를 지나가다. 이 곳 너덜지대도 지질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음을 누구로부턴가 들은 적이 있다.
다시 지방의 국도를 건너 겸손의 길로 들어설 준비...
겸손의 길로 들어가기 전, "이 곳에 이런 큰 소나무가 있었나 ?"고 할 만큼의 재발견.
억새 마을 1.2km 의외로 이 길은 제법 길이가 1km가 넘는 길... 여유를 의도적으로 가지며 걷다.
여전한 여름 숲의 자취가 남아있다.
숲 그늘 속에 자라는 버섯들의 삶
작년과는 달리 최근에 많이 내린 비로 인해 녹색 숲과 개울의 울음소리가 나에게 다가오다. 어제 누군가가 이 길 숲속에서 반딧불을 보기도 했다는데.....
아침 이슬을 머금은 물봉선
아침이슬을 먹은 짚신나물 꽃도 세밀화로 그려보다.
"이슬은 가을예술의 주옥편이다~" 수필가 이희승의 예전 국어책 속의 글 귀가 떠오름은....
이슬은 가을 예술의 주옥편이다.
하기야 여름엔들 이슬이 없으랴?
그러나 청랑(晴朗) 그대로의 이슬은, 청랑 그대로의 가을이라야 더욱 청랑하다.
삽상한 가을 아침에 풀잎마다 꿰어진 이슬방울들의 영롱도 표현할 말이 막히거니와,
달빛에 젖고 벌레 노래에 엮어진, 그 청신한 진주 떨기야말로 보는 이의 눈을 부시게 할 뿐이다.
아침 한티 숲길을 유유히 걷다.
어느 듯 한티 피정의 집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다. 어제 한티달빛야행 스템프 투어 행사에서는 피정의 집 앞에서 한티가는 길의 주황,하늘색의 시그널을 받고 다시 숲길로 들어서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이질풀 ?
마지막 오름길로 올라서기 직전...
어느 듯 억새마을이 지척에 다가와 있다.
참나무가 내어놓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녹색 도토리.
겸손의 길의 시작점으로 내려서다. 웬지 오늘따라 이 곳의 자작나무들이 친구처럼 다가오다.
며칠 전의 많은 비로 인해 이 곳의 개울은 소리를 내어 자신만의 물을 스스럼없이 내어놓고 있었다. 바로 건너 지나온 산길 큰 계곡도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제법 큰 소리로 다가오고...
억새마을로.... 아침 이슬을 가득 머금은 억새들과 청량한 하늘....
작은 블럭 길....
하늘에 대하여...
사광이아재비(삵, 아저씨)꽃. 며느리밑씻개 꽃명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하는 것을 누군가에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삵 모양처럼 생겼나요? 여유있는 아침이어서 유심히 꽃 모양을 바라보기도 해 봅니다.
익모초. 어미에게 좋은 꽃? 여자들에게 유익한 꽃의 의미겠지요? ^^
억새마을로 들어서기 전 왼편으로 문득 산 아래를 내려다 보다.
억새마을 초가집으로 들어서고...
이 곳 코스모스도 어느 듯 가을의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다. 이른 아침 날씨, 20도미만일 듯... 이 곳에서 가을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다.
한티억새마을의 아픔, 박해시대의 역사인 형구...
늦여름과 가을을 대변하는 보라색 벌개미취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닭의 장풀이 초가을 아침 햇빛을 마음껏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작 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여름과 가을의 공존의 숲길의 아침, 사랑으로 다가오다.
이 무렵, 우연찮게 멋쩍게 한티마을 관장 신부님을 만나다. 당신께서는 차를 몰고 전날의 정리된 자취를 둘러보기 위해 한티마을 입구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씀하시고...... 본인은 이 날의 대구에서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더 있지를 못하고 한티마을로부터 동명을 거쳐 대구로 내려가다. 예전부터 별루고 있었던 한티마을 속 새벽 숲길 걷기. 한티가는 길은 역시 사랑이었습니다. ^^
첫댓글 살았고
죽었고
묻힌 그곳
이른아침 이슬맞은 숲으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혼자서 두번 그길을 걸으며 계절따라 반겨주는 색들이 다름을 느끼며 오늘은 그분들의 번호표 아래 머물러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순교자 성월이 가기전 한번 걸어 보기로 마음 먹습니다
안내 감사드립니다
이른 아침에 쓰는 한티순례기에는 청량함이 더해져있네요
마치 나 자신 숲길산책을 하고 온 느낌입니다 ^^
역시 한가위는 다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저도 한바퀴 걸으면서 역시 한티가는길이지 하면서 내려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