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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면에 있는 '금암마을' 버스정류소가 들머리이자 날머리가 되는 원점회귀 코스다. 여항우체국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다 능선에 오른 뒤 암릉 구간과 조망바위들을 거쳐 인성산 정상~정상 표석~576봉~503봉을 거쳐 '금암마을'로 되돌아오는 일종의 종주 개념이다. 깊이 파인 U자, 혹은 말발굽 모양으로 능선을 빙 두르는데 11.6㎞ 5시간 24분이 걸렸다.
하지만 입맛에 따라 신축적인 산행이 가능한 것도 인성산의 강점이다. 시내버스가 금암마을~대정~양촌을 연결하고 있어서다. 하산 중에 갈라지는 지능선으로 이들 중 어느 곳이라도 내려 설 수 있다. 산행 후 피로를 말끔히 씻고 싶다면 온천단지가 있는 양촌 쪽으로 하산하면 될 일이고, 식육식당이 몰려 있는 대정으로 떨어지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암릉을 헤치고 남해바다 조망
산행의 기점인 금암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면 폐허가 된 옛 여항우체국 건물과 삼선려 누각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과거에는 누각 뒤 골목길로 능선에 올랐지만 지금은 누각 오른쪽 마을로 뻗은 반듯한 길을 따라가야 된다. 붉은색 새 여항우체국 건물을 바라보면서 걷다가 왼편에 전봇대를 보고 산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시간 만에 조망바위를 만나는데 한숨 돌리기에 딱 좋다. 방금 떠나온 우체국 건물이 홍일점으로 도드라져 보이고, 거쳐 온 능선길도 뚜렷하다.
마루금 곳곳에서 거대한 퇴적층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은듯한 정연함이 언젠가 이곳이 바다였음을 묵묵히 웅변한다. 두 번째 조망바위 전후로 암릉 구간을 뚫어내는 잔재미를 느낄 만큼의 바위군을 맞닥뜨린다. 가팔라 줄을 잡고 오르게끔 해놓은 곳도 있다.
암릉 구간을 벗어나니 철쭉 군락이 이어진다. 꽤 길다. 꽃 터널을 이룬 곳까지 있다. 5월이 되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룰 터. 꽃 산행의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인성산 정상은 쓸쓸했다. 아무런 표지가 없어 모두들 그냥 지나쳐 갈 뿐이다. 탁 트인 조망을 누릴 만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일 텐데 근처 조망이 좋은 암릉에 정상 표석까지 빼앗겼다. 여기서 왼쪽은 서북산, 여항산으로 빠지는 길이 나 있고 오른쪽으로 5분을 더 가면 정상 표석을 만난다.
표석이 설치된 곳은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 바위 등성이다. 부산의 가덕도부터 거제시 장목면까지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요즈음 미세먼지 때문에 웬만큼 운이 좋지 않고는 언감생심이다.
하산길에서 다시 조망바위에 섰다. 시원한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눈 아래로 창포만과 진동만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고성 백방산, 거류산은 희미하다.
576봉에 올랐다. 표석도 없고 이정표도 없다. 그저 Y자형 소나무 한 그루가 덩그렇게 맞아준다. 오른쪽 리본이 달려 있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조망하기 좋은 바위를 한 번 더 만난 뒤 나타나는 갈림길에서는 리본이 많이 달려 있는 오른쪽 길을 피하고 직진해야 한다.
475봉에서도 아무런 길 안내가 없다. 갈림길에서 2시 방향으로 가야 대정으로 내려간다. 왼쪽은 양천 온천단지로 이어진다. 다시 아찔한 고도감이 느껴지는 조망바위에 섰다. 온천단지로 유명한 양촌마을이 코앞이다.
시선 정면으로 멀리 날카로운 산세를 자랑하고 있는 산이 적석산이다. 다시 이어지는 조망바위. 이번에는 처음으로 북쪽을 바라본다. 산행을 들머리부터 거쳐 온 산줄기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분묘를 거치면서 방목 흑염소 떼가 눈에 띄더니 이내 저수지로 떨어졌다. 밭뙈기들을 만나면서 산길이 끝났다. 논두렁과 농로를 헤쳐 가니 폐교된 진전중 여항분교다. 그 다음 대정교를 건너면 산행의 종점 '금암마을' 정류장에 이른다.
무사히 회귀 산행을 마쳤다. 휴~! 갈림길에서조차 안내표시가 없는 산이었는데 용케도 잘 헤쳐 왔다! 지도에는 없지만 산꾼들 사이에 '옥녀봉' '국사봉'으로 불리는 지점들이 있지만, 그 역시 표시가 없으니 그저 짐작만 하고 내려올 뿐이다.
연전에 있었던 일본 등산잡지의 설문조사가 문득 떠올랐다. "산에 지도와 나침반을 갖고 갑니까?" 일본 산악인 8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등산문화와의 차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산&산 취재팀은 항상 국립지리원 지도와 나침반을 대조하면서 길을 찾는다. 이정표 하나 없는 낯선 산에서 용케도 능선을 찾아 하산하는 노하우가 지도에 다 들어 있다.
산행의 기종점인 '금암마을' 정류장에는 75번, 75-1번, 76번이 정차한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합성동 마산시외버스터미널(055-256-1622)까지 간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터미널 건너편에서 20번대, 40번대 버스에 올라 세 번째 정류장인 역전치안센터에서 하차. 마산역을 출발한 75, 76번으로 갈아타면 1시간 20분 만에 '금암마을'까지 간다.
다음은 '진동환승센터'에서 환승하는 방법. 역전치안센터에서 72, 74, 78번으로 환승한 다음 '진동환승센터'로 간다. 거기서 75, 75-1, 76번으로 다시 갈아탄다. 터미널에서 70번을 타면 환승 없이 바로 '진동환승센터'로 갈 수 있다.
되돌아오는 방법 역시 75, 75-1, 76번으로 역전치안센터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거나 '진동환승센터'에서 71번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창원버스정보시스템' 어플과 인터넷(bus.changwon.go.kr)을 이용해 운행 정보를 확인하면 편리하다. 창원시 교통정책과(055-225-4291).
부산에서 차량으로 출발할 경우는 남해고속도로로 마창대교까지 가서, 가포터널을 지나 현동교차로에서'진주, 통영, 마산합포구청' 방면으로 나아간다. 동전터널~진북터널~진전터널을 거쳐 '진주, 문산' 방면 우측으로. 동산교차로에서 '양촌, 동산' 방면 우측으로, 대정삼거리를 만나면'의산(서암로)'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금암길을 따라 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여항우체국'을 찍으면 된다.
산행은 진전면 금암리~여항우체국~김해 김씨묘~430봉~사거리 고개~561봉~인성산~정상석 봉우리~474봉~334봉~남평 문씨묘~마창진 축협 한우개방단지 사료판매장(대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이정표 하나 없지만 촘촘하게 안내 리본을 매달아 산행하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대정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대정식육식당을 지나 금암리 방향으로 800m쯤 가면 금암리 정류장. 여기서 10m쯤 가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60m 전방에 여항우체국이 보인다. 우체국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대형 전봇대 뒤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30m쯤 바짝 오르면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송림터널이 기다린다. 이후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묘지가 나타난다.
들머리에서 30분이면 방치된 무덤이 위치한 전망대에 선다. 우측으로 여항산, 11시 방향 깃대봉과 그 왼쪽 적석산이 보인다. 적석산은 소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확인될 뿐이다.
계속되는 오름길의 연속. 7분쯤 뒤 힘든 된비알이 사실상 끝나고 길은 우측으로 휜다. 대신 길은 잡목이나 잔가지가 얼굴을 때릴 만큼 거칠고 폭은 좁아진다. 심할 경우 아예 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깔끔한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서 바윗길이 기다린다.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고 때론 바위군 사이를 통과하며 오르내린다. 그러다 한순간 정면 봉우리를 앞두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안부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른다. 왼쪽 저 멀리 여항산에서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길이 한 일 자로 보인다.
쉼없는 된비알. 아주 미끄러운 낙엽길이다. 6분쯤 지났을까. 길 우측 전망대바위가 기다린다. 발아랜 들머리 마을과 그 뒤로 볼록볼록 솟은, 구름다리가 보이는 적석산, 그 우측 깃대봉, 다시 그 우측 뒤로 뜻밖에도 저 멀리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이 확인된다.
뜸하던 암릉길이 이때부터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재밌는 점은 바위 전부가 얇은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층리면이 발달한 수평층의 퇴적암이다. 이웃한 적석산과 똑같다. 암릉에서 내려와 잠시 만나는 산길 역시 아주 거칠다. 곧 집채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다. 밧줄이 필요할 것 같지만 대충 나무를 잡고 오른다. 암봉인 430봉이다. 적석산 좌측으로 고성 쪽의 철마 거류 벽방산도 보인다. 시원한 전망과 달리 아뿔싸, 내려서는 지점을 찾을 길이 없다. 우왕좌왕 살펴보다 결국 바위 우측으로 내려선다. 꽤 험하지만 그래도 이곳밖에 없다. 내려서도 연이어 바윗길이 잠시 이어지다 낙엽길로 변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겉으로 드러난 조그만 바위 모양이 독특하다. 거북 멧돼지 공룡 등등.
낙엽길은 수북한 낙엽 아래 크고 작은 돌이 있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조심해야 한다. 물론 잡목이나 나뭇가지는 피해가야 하며 적당한 오르내림도 있다.
이렇게 30분.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완경사 오름길로 직진한다. 도중 연안 차씨묘도 지난다. 아주 힘들진 않지만 은근히 힘을 뺀다. 15분쯤 뒤 561봉. 바로 올라도 되고 좌측 산허리길로 우회해도 된다. 우회하면 처음엔 길이 반듯하지만 나중엔 희미해지기 때문에 봉우리로 바로 오르길 권한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중 꼬리부분이 가늘고 바위가 토막토막 나 있는 일명 '지네바위'와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겨우 설 정도의 바위전망대도 잇따라 지난다. 이 전망대에 서면 상봉과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지점과 향후 갈 능선, 앞서 본 고성의 산들에 이어 거제도의 산들까지도 한눈에 보인다.
정상은 10여 분 뒤 선다. 동시에 갈림길이며 조망이 거의 없다. 왼쪽은 서북산 여항산 봉화산 베틀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안 보이던 안내 리본이 등장한다. 곧 소나무 아래 전망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주변 조망을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철탑이 서 있는 광려산과 대산, 그 우측 뒤로 봉림산 비음산 대암산 용지봉 불모산 시루봉 진해시가지, 그 우측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 그리고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7분뒤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앞서 본 조망이 더 크게 넓게 보이는 건 물론 우측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을 기점으로 왼쪽 하동 금오산, 사천 와룡산, 광양 백운산, 오른쪽 진주 달아산 장군봉 등이 확인된다. 진짜 정상은 아니지만 조망이 빼어나 정상석이 서 있을 만하다.
이후 부턴 줄곧 암릉지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점이 거의 다 전망대라고 봐도 된다. '좌 마산 앞바다, 우 지리산'을 감상하며 걸을 땐 콧바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내달리기만 하는 길은 결코 아니다. 크고 작은 암봉이 막기도 하지만 바로 올라도 되고 우회해도 상관없다. 하산하면서 보는 각도가 달라져 지리산 우측으로 웅석봉과 황매산이, 좌측으로 거제 고현 앞바다 쪽 삼성중공업과 계룡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석 봉에서 40분이면 무명봉 정점에 선다. 지도상의 474봉이며 갈림길. 왼쪽 곡안리,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도중 좌측으로 양촌온천단지가 보인다. 474봉에서 35분이면 주변이 벌목된 정점에 닿고, 이어 묘지 2기를 만나면 우측으로 발길을 잡아야 한다. 이제 산행 막바지. 이어 남평 문씨묘를 지나면서 산을 벗어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대정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교 통 편 #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부(남마산)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20분 소요. 4000원. 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타고 대정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15분, 8시45분, 9시15분, 9시35분, 10시, 10시20분, 10시50분. 2400원. 날머리 대정마을 입구에서 남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 5시30분, 6시15분, 6시50분, 7시20분, 7시40분, 8시10분, 8시35분, 9시10분(막차). 남부터미널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5분. 4000원. 노포동터미널행 버스도 있다. 오후 4시32분, 5시15분, 5시43분, 6시20분, 7시21분, 8시7분(막차). 5100원. 1시간40분 소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정차(42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분기점서 김천 대구 내서 방향~내서~내서IC~함안 마산 직진 1004번~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통영 고성~진동면~진주 통영~진주 문산~곡안리~양촌온천타운 지나~의산(서암로) 1029번 우회전~(대정식육식당 지나)~군북 여양리~금암교 지나~진전중(폐교) 지나~금암리 버스정류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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