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감기 기운이 남아 있는데다 며칠 입맛을 잃은 이유로 내 발걸음은 산다람쥐라는 내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천근 만근이었다. 등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햇살에 맘껏 봄인가 했던 어제 날씨와는 달리 오늘 아침 날씨는 그마져도 무색하게 날카로움이 살짝 남아있었다. 아마도 모든게 내 몸 컨디션 때문이었으리라.
1호선 석수역 . 그럼에도 울긋불긋 차려 입은 등산객들 사이로 속속 아는 얼굴들이 눈인사를 보내니 반가움이 먼저 달려가고 이내 수인사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산행시작에 벌써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뻐근해짐을 느끼며 '민폐는 안돼' 다짐한다. 차츰 내 페이스를 찾아가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야 산행하기도 시산제 하기도 참 좋은 날씨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많이 뵈었던 선배님들도 너무 반가웠고 시산제를 통해 뵈었던 선배님 들도 많이 반가웠다. 모두들 반가이 '오~~은희 수고해!!!' 해주시는 인사가 기운을 솟게 한다. 천관주관기수가 누리는 특혜중에 하나가 이런것인가 보다. 이렇게 즐거이 참석한 시산제도 오늘이 마지막. 좋은 분들과 땀흘리고 난 후 경건하게 제를 올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도란도란 나누며 웃고 얘기하고 사랑스런 눈 맞춤을 하는 이런 광경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