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름, 세계의 도시를 가다 21] 비엔나
^^^▲ 비엔나의 쉔부른 궁전 ⓒ 박선협^^^ | ||
음악의 도시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비엔나. 위대한 예술을 만들기 위해선 자연적인 환경과 민족의 감정 그리고, 정치적인 밑거름이 바쳐져야 한다는 것을 비엔나 거리에 서면 찬연히 느낄 수 있다.
비록 지금은 조그만 중립국이지만, 기자가 살고 싶은 곳 가운데 그 하나라고 할만큼 마음에 드는 아름답고 그윽한 역사의 도시다. 음악의 수도 비엔나라고 하듯, 날마다 음악회와 오페라, 연극을 공연하며, 라디오에선 으레 다뉴브강의 물결인양 왈츠 곡이 흘러나온다.
음악, 그것은 생활
기자가 처음 비엔나에 발을 들여 좋은 것은 바로 페스티벌이 무르익은 5월 중순이었다. 뮌헨의 시월축제가 유명하듯, 비엔나는 5월 축제가 유명하다. 여러 가지 행사 가운데 5월의 여왕을 선발하고 또 어여쁜 아가씨들이 비엔나의 민속의상Dirnd을 입고, 한아름 안은 장미꽃을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주는데, 그 장미가 그해의 행운을 가져온다고들 한다.
5월의 비엔나는 온통 축제무드에 젖어 더구나 음악 속에서 앙상블을 이룬다. 바로 이무렵 음악의 최고행사 즉, 베엔나 페스티벌이 거행되면, 세계에서 유명한 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이 물밀 듯 밀려들어 크고 작은 호텔들은 만원사례의 즐거운 비명을 올린다.
이 센세이서널한 화제는 방을 얻기에 고심한 기자에게 실감 어린 본보기를 당장 보여 주었다. 오페라와 음악회, 연극 등 특히 유명한 멤버들의 연주일 때, 좋고 알맞은 가격의 입장권을 소유하려면 이미 일년 전에 예약을 하거나 한 열흘 전에 매표상점에서 10퍼센트를 더 지불하여 사지 않으며 안 된다.
하지만 보통 입장권은 연주가 시작되기 닷세 전에 판매하며, 그때는 으레 장사진을 이루기 때문에 하룻밤을 그냥 지새워 줄을 서서 표를 살만큼 음악에 대한 사랑과 정열이 대단하다.
명승지나 시내를 구경할 때는 누구의 안내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가게에서 비엔나 시내안내 지도만 한 장 사들고 구경하는 것이 가장 자유스럽고 알뜰하다는 것은 비엔나를 여행한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라.
비엔나의 심장 시테판 대성당을 먼저 들러 보기로 했다. 비엔나는 시테판 대성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동리가 이루어져 있다. 23구의 구역제로 크게 나뉘어져 있으며 1구는 서울의 중구규모의 구실을 한다. 시테판 대성당은 24세기에 건축한 고딕식 건물이다. 하늘을 지를 듯이 우뚝 솟은 종탑에는 섬세한 조각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모차르트를 위시하여 하이든, 부르크너, 슈베르트 등등의 많은 이름 있는 사람들이 이 성당에서 성가를 불렀었고, 특히 모짜르트는 비엔나 소년합창단 단원으로서 이 성당에서 노래를 부르다 하루아침에 성대가 변하여 쫓겨났다는 일화가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성당 안에는 양초내음과 더불어 은은하고 신비롭게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제단 위 그리고 곳곳에 금빛으로 장식한 천사의 동상들이 파이프 오르간의 아름다운 음향선 률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문득 느끼게 한다. 경건하고 황홀한 정경 속에 고즈넉이 안아 있노라니 <바로 이곳이 천국이로구나>하는 생각에도 빠져들게 하였다.
^^^▲ 시테판성당과 요한스트라우스의 동상오른쪽 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필자. ⓒ 박선협 기자^^^ | ||
성당을 나서 왼쪽으로 트인 길을 가면 켄트나가街라고 하는 마치 명동거리와 같은 곳이 있다. 세계의 모드Mode를 한눈에 보는 이 거리에는 갖가지 상점들이 있으며, 특히 올망졸망한 기념품선물 가게도 양념처럼 섞여 여행자의 눈을 끌기에 족하다.
한결 여심 女心을 자극하는 아우가르텐의 도자기는 이 고장 특산물인 동시에 대표적 자랑거리 중의 하나다. 켄트나가에서 오른쪽 끝머리에 그 위용을 과시하듯 오페라 좌가 버티고 있다.
세계의 일류가수들이 다투어 드나들면서 공연하는 음악의 성전이 바로 이곳. 처음으로 기자는 비엔나 오페라 극장에서 칼뵘이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마적>을 위시하여 비엔나 필하모니의 연주와 카라얀의 지휘로 <토스카>를 구경할 수 있었다.
관중들은 그야말로 열광적인 찬사를 아낌없이 보냈으며, 일막이 끝나고 카라얀이 우레와 같은 박수에 응답할 때 여기저기에서 붉은 장미 꽃다발이 날아들었다. 그칠 줄 모르는 박수와 탄성은 막이 내린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되어 가슴 뿌듯한 감격에서 한참 동안을 깨어날 줄 모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침 기자는 2층 중앙 맨 앞줄에 요행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옆자리에 칠순을 지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돋보기로 악보를 들여다보며 오페라를 감상하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의젓하고 진지하며 기품 있는 그 모습이 세월 흐른 지금에도 이따금씩 떠오르곤 한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오페라극장의 l2층 앞의 두 줄은 좌석에서 악보를 볼 수 있도록 조그마한 책상 위에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전등을 장치하여 특히 음악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페라르 구경하고 나오니 불현듯 시장기를 느꼈다. 산보 삼아 스테판 대성당 뒤에 있는 그 리헨바이셀로 갔다. 이 식당은 한 때 베토벤이 자주 드나들었고,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예술인들의 이름을 식당안 벽에 자필로 사인한, 마치 유명 인들의 방명록 같은 집이다.
모차르트,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릴케 등 심지어 비스마르크의 사인까지 있다. 또한 이 집 음식 맛 역시 일품이며, 외국사람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는 음식점이다. 비엔나의 명동 뷔널슈니첼(우리나라의 스테이크 같은 것)로 요기를 하고서 숙소로 발을 옮겼을 때는 거리는 잠든 듯이 고요하고 머얼리 교회 탑 종탑 시계가 몇분 남지 않은 자정을 가리켰다.
천사의 음성 비엔나 소년합창단
오페라극장 오른편으로 꺾어들면 호르부르크의 넓은 공원이 있다. 이곳엔 역사적인 국제회의 건물이 있으며, 여기에서 지금도 국제회의가 빈번히 개최된다. 넓은 광장에는 <고귀한 기사>라고들 일컫는 프린트오이겐의 말 탄 동상이 하늘로 날아 갈 듯한 자세로 서 있다.
이곳의 5월 한 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장미꽃이 장관을 이루며, 여름 한철에는 야외음악 연주회를 연다. 그리고 대개 낮엔 나그네들이 쉬어 가는 차를 파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여러차례 방문공연을 가진 비엔나 소년합창단이 바로 이 호프부르크의 작은 성당에서 매주 미사에 성가를 부른다는 말을 듣고 기자는 입장권을 사러 달려갔으나, 이미 며칠 전에 완전 매진되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다음 일요일 것을 사서 입장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1458년에 처음으로 비엔나 소년합창단이 찬미사를 드렸다는 이 자그마한 성당 안에는 사람들로 꽉 메워 있었으나, 신비스럽도록 고운 성가聖歌는 마치 천사의 음성과도 같이 귀를 울렸다.
호프부르크 정원 건너편엔 미술박물관과 자연 과학박물관이 나란히 마주보고 있으며, 그 사이에 오스트리아 사람이면 누구나 가장 숭배하고 좋아하는 마리아 테레사 여 황제의 거대한 좌상이 위엄 있게 자리를 잡고 있다.^
참으로 이렇게 구경할 것이 한 자리에 고스란히 모인 곳도 드믈 것이다. 정원 오른 편에는 그처럼 유명한 부르크 극장이 있다. 독일어로 연극을 하는 데는 으뜸이라고 일컫는 이 극장은 1786년 오스트리아가 낳은 문학가이며 극작가인 '그릴파쳐'의 드라마로 첫 막을 올려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 이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려면 남자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턱시도차림이 아니면 안 되고, 여자는 야회복이나 화려한 파티 복으로 성장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게 한다. 그런 규칙을 알 바없는 이방인들이 갔다가는 입장을 거절당하는 수가 종종 있다. 그만큼 그들은 예藝를 숭고하고 진솔하게 여기기 때문에 몸가짐부터 바로잡아 엄숙하고 경건한 태세를 취한다.
브루크너 극장을 마주보고 있는 중세풍의 비엔나 대학 본관건물이 오랜 역사와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지닌 채 묵묵히 서있고, 그 옆에는 시청이 자리잡고 있다. 유난히 뾰족뾰족한 전형적인 후기 고딕식 시청 건물을 배경으로 하여 넓은 광장 양옆으로 역대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사상가들의 동상이 나란히 서있는 것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정감 가득찬 명소들
비엔나 중심지에도, 여럿의 공원이 있지만 국립공원은 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빽빽히 둘러싸인 우람한 나무들 사이사이에 벤치가 놓여 있고, 노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산보 나온 듯한 젊은 아낙들이 한가로이 앉아 있다.
숲속 여기저기에 브루크너, 슈베르트, 요한 스트라우스의 동상이 서 있고 특히 왈츠의 왕 요한 스트라우스의 동상은 미녀들 속에서 미녀들을 배경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은 왈츠라도 듣는 듯이 잠시 걸음을 멈춘다.
발길을 옮겨 지하철을 타고 하일리겐시타트로 가면 바로 그곳이 지하철 종착역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이 고장에서 오래 살았고, 또 즐겨 산책을 하였다는 비엔나 숲Wiener wald이 있다. 하늘을 뒤덮는 듯 울창한 숲 사이로 가리마 같은 오솔길과 겹겹으로 쌓인 낙엽과 끝없이 속삭이는 수목들의 밀어가 있다.
베토벤이 밟은 발자국마다 그 많고 아름다운 음률이 이 숲 속에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베토벤이 <전원>을 작곡했다는 <베토벤 골목길>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평화로운 시골의 풍경과도 같이 맑은 개울물이 무수한 새소리와 더불어 졸졸 흘러내리고 머얼리 산등성이에는 자욱히 엷은 안개가 덮혀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무성한 숲 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전원>을 실감하게 된다. 비엔나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쉔브룬 궁이다. 이것은 1766년에 마리아 테레사 여왕이 지은 여름별장으로, 그 짜임새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의 축소형이지만 내부는 오히려 알차고 좋다는 말들을 한다.
특히 큰 홀에는 벽에 거울을 달았고 전 미국 대통령 케네디와 소련 수상 후르시쵸프가 회담을 한 곳이다. 그리고 저 국립묘지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묘지라기보다 무슨 종교적 조각 전시장 같은 느낌마저 주는 아름다운 공원묘지다.
특히 악성樂聖들이 고이 잠들고 있는데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주페, 그리고 요한 스트라우스와 그의 아버지, 또 할아버지 등 많은 음악가를 위시하여, 연극배우에 이르기까지 한 울안에 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꽃다발을 안고 방문한다. 예술이 살아있는 한 축복받은 베엔나, 또한 영원한 음악, 그 앙상블의 수도로 찬사를 받으며 존재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