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는 방 안에서 앞집 담쟁이덩굴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처녀들의 삶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이 장면은 오 헨리 자신의 감방생활을 그린 것이다. 오 헨리는 은행에 근무하면서 공금을 횡령했다 수년간 교도소에서 지냈다.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를 꼽는다. 이 영화에서 부동산 회사 여직원이 공금을 횡령해 애인을 찾아가던 중 한 모텔을 찾아 샤워를 하다 살해당한다. 공금횡령은 이같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소재로 이용되었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활개치는 것이 공금횡령 등 한탕주의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 욕심이 지나칠 때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얼마전 30만명의 청약자가 몰려들었다는 서울 용산 주상 복합아파트의 청약 실태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진 한탕주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우리은행 카드사업본부 직원 2명이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해 중국으로 도주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30대 부부가 공모해 아내의 회사 공금을 22억원이나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카드사 직원들은 빼돌린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사고 카지노·룸살롱을 들락거리며 돈을 물 쓰듯 썼다. 부부는 90평형 빌라를 구입하고 명품으로 몸치장하는 등 흥청망청 살았다.
이 같은 공금횡령사건은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돈이 모든 가치체계의 중심으로 취급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작금 사회는 혼란스럽고,정치는 방향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고,경제마저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도덕적 기풍을 일으키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없애는 데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청렴성이 중요하다. 오늘은 17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횡령'이란 말이 사라지도록 맑은 정치,깨끗한 공직사회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