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님이 늘 입던 옷들만 입어서 평소에도 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러 롯데아울렛에 왔다. 그리고 운동화도 많이 신어서 새로운 운동화도 하나 사기로 하고 겸사겸사 영화도 보기로 했다. 롯데아울렛을 몇 번 와봐서 그런지 영석님이 소개해준다고 자신감이 넘친다.
"여기 처음 와봤죠? 저 따라오세요." 영석
"네~ 영화관은 5층이네요." 세빈
영화관에 도착했고 영석님의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영석님 예매해본 적 있어요? 직원 분께 여쭤보는 건 어떨까요?" 은지
영석님은 대답이 없었고 무인발권기로 예매하려 했다.
"우리 코난 보기로 했죠? 이거 누르면 돼요. 이건 미션임파서블, 이건 명탐정 코난이예요." 은지
영석님은 여러번 잘못 눌렀지만 다시 돌아가 명탐정 코난 상영 시간을 12시 40분으로 눌렀다. 영석님은 빠르게 예매하고 싶은 마음에 두세 번은 누르는 것 같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느꼈다.
"이건 성인이예요. 우리 총 몇 명이예요?" 은지
"삼!" 영석
"이건 어느 자리에 앉고 싶은지 고르는 거예요. 이 앞쪽은 스크린이랑 가까운 곳이고, 여기는 중간, 여기는 맨 뒤예요." 은지
영석님은 "빨리 해요." 하면서 다음을 눌렀다. 다음을 누르니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서 우리는 매우 당황했다.
"어~~~~ 아뇨아뇨아뇨아뇨!" 세빈 은지
"천천히 해요. 잘못하다가 다른 걸 누를 수 있어요. 우리한테 어디 앉고 싶은지 물어봐주세요." 세빈
영석님은 아무 대답 없이 E5, 6, 7번을 눌렀는데 은지님이 별로 내켜하지 않는 눈치였다.
"영석님, 저희는 이 자리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은지님은 어떠세요?" 세빈
"음.. 저는 F5, 6, 7이 더 좋은 거 같아요." 은지
"그럼 여기로 할까요?" 세빈
"여기 은지, 여기 세빈, 여기 나." 영석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골랐고 결제를 하려 하는데 자꾸 승인이 안 됐다. 결국 영화관 직원에게 부탁하여 현장발권을 하였다.
"이 카드는 최대 두 분까지 할인이 돼서요. 5,000원 할인받고 나머지 40,000원은 문화누리카드 안에 있는 금액으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직원
"이거 안 먹어요? 떡꼬치?" 영석
"영화 보는 시간까지 많이 남아서 이따가 사는 거 어때요?" 세빈
"네 그러면 점심 먹고 오겠습니다~" 영석
영석님과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영화관 있는 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여기 에스컬레이터 있는 곳 아닌 거 같은데." 세빈
"제가 알아요. 일로 와요." 영석
영석님은 성큼성큼 걸어갔지만 보통 길치가 아니어서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나는 층별 안내 스크린에서 영화관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찾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낫지 않을까요? 여기, 영화관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어디에 있을까요?" 은지
"캘빈클라인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캘빈클라인은 왼쪽으로 쭉 걸어가시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직원
자꾸 딴 곳으로 가려하는 영석님보다 앞장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찾았다. 영화 보는 시간까지 10분이 채 안 남아 마음이 조급했다. 영석님이 영화 보면서 간식을 먹고 싶어해서 간식 주문하는 곳으로 향했다.
"영석님, 떡꼬치는 아까 먹었으니 다른 거 주문할까요? 그런데 다른 간식은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빨리 나오는 걸로 주문했으면 좋겠어요." 세빈
"네, 알겠어요. 카드 돼요, 문화누리카드?" 영석
직원이 영석님의 말씀을 잘 못 알아들었다.
"네. 카드 돼요. 어떤 거 드시고 싶으세요?" 직원
"이거?" 영석
"복숭아에이드로 드릴까요?" 직원
"아니 이거. 이거 먹고 싶어요." 영석
"그럼 자몽에이드로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직원
음료가 나왔다. 음료를 가지고 얼른 상영관에 입장하려 했는데 영석님이 마음에 걸렸던 것을 얘기했다.
"영화입장권 찢어졌어요. 다시 해주세요." 영석
"저희 재발권 도와드리면 이렇게 똑같이 안 나오는데 괜찮으세요?" 직원
"네 괜찮아요. 밥 먹다가 찢어졌어요." 영석
영석님이 입장권 재발권을 기다리는 동안 빨대를 가지러 갔다왔다. 재발권한 입장권을 보여주며 영석님에게 직원이 얘기하였다.
"저희 찢어져도 이 상태로는 어렵고요, 재출력하니까 이렇게만 나와요. 아까 찢어진 건 버려드릴까요?" 직원
"아, 아뇨. 영석님. 이건 영수증이고요, 이건 입장권이예요. 이것만 있어도 영화는 볼 수 있는데 영수증은 찢어져도 꼭 갖고 있어야 해요. 맞죠?" 세빈
"그럼 이거 잘라주세요." 영석
영석님은 영화예매표와 영수증 사이 공백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위가 있을까요?" 은지
"아, 가위는 없고 이 위에 덧붙이셔도 돼요." 직원
"그럼 이거 테이프로 덧붙여주세요." 영석
"네." 영석
입장권을 덧붙이느라 시간은 가고, 영석님은 그 사이에 필요한 걸 찾는다고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미 12시 40분이 되었다.
"여기 입장권이요." 직원
영석님의 복잡한 요구에 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대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례한 행동이라고 느낄 수 있긴 했지만, 우리가 반응하는 방법에 따라 직원의 태도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영석님이 깔끔한 것을 원해서 이런 부탁을 드립니다,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정중히 말씀드렸다면... 돌아보니 아쉬움이 있다.
급히 상영관을 찾아 가는 중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영석님의 노래가 신경쓰였다.
"영석님,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핸드폰 끌까요? 저도 껐어요. 소리가 들려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돼서요." 세빈
"그게 좋겠어요." 은지
"네." 영석
영석님은 휴대폰을 찾느라 급히 가방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리고 전원을 끄고는 그 화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영화관이 이쪽인가? 저쪽인가?" 영석
"영화관은 저쪽이예요. 우리 자리 여기예요. F5, 6, 7." 세빈
영석님은 영화관 안을 성큼성큼 들어가더니 다른 곳에 앉으려 했다. 우리가 선택한 자리만 앉을 수 있다고 몇 번 강조하였다. 아직 광고시간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석님이 들뜬 마음에 이야기를 계속한다.
"저 여기 혜원학교 다닐 때 왔어요. 여기서 영화 봤어요." 영석
"아 정말요? 그런데 영석님, 영화 시작하고 나서는 조용히 해야 해요. 알겠죠?" 은지
"네." 영석
영석님과 영화를 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촉박하고 정신도 없었지만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영석님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영석님 바로 옆에 앉은 은지님 얘기를 들어보니 영화를 보며 한번씩 웃었다고 한다. 김호준 복지사님은 영석님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둘레사람과 보러가게 일부러 같이 안 가주셨다는데,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이 영석님에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감히 상상을 할 수 없었다. 영석님과 함께한 추억이 생긴 것에 감사하다.
2023.07.21. 금요일 정세빈
첫댓글 시간에 쫓기다 보면 당사자를 재촉하게 되고, 볼편한 마음을 드러내는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내가 당사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갖추어 정성스럽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당사자를 귀하게 대합니다. 적어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게 됩니다.
항상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회사업을 하다보면 내 생각이 많이 생길때가 있죠.
영석씨도 또래 친구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고 다녀와서 즐거워했답니다.
영석 씨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겁니다. 세빈 학생의 세심한 마음 씀이 느껴지네요.
깔끔한 영석 씨를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석씨의 느긋함이 옆에서 돕는 입장에 마음 급할 수 있었겠죠.
그런 순간에도 기다려주고 마음 써주는 세빈 학생이 고맙습니다.
우와 영석 씨가 키오스크로 예매도 다 해보았네요.
정말 대단하네요.
영석 씨 마음이 급했나보네요
빨리빨리 하다보면 실수가 더 많은데...
영석 씨와 함께 귀한 추억 만들어 준 정세빈 학생 신은지 학생 고맙습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경험에 즐거움이.. 먼저 하고 싶고 빨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나봐요
여러차례의 실수 있었지만 그 실수도 귀하지요.
보고싶던 영화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겠어요. 함께한 학생들 감사합니다
혜원학교 때 가본 곳이라서 신영석씨가 그나마 잘 찾아다닌 듯 합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주 주어져야 하지 않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