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지음
'바라본다'라는 의미의 시선인 줄았는데 주인공 이름인 '심시선으로부터',의 이야기였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정세랑 장편소설로 이름의 시선뿐만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선과 사회의 시선, 또 과거시대의 시선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모처럼 재미있게 소설을 읽었다. 작가가 친절하게 심시선의 가계도를 미리 알려줘 읽는 사람으로부터 너무나도 정리가 되어 몰입할 수 있었다.
21 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을 두고 어리석게도 나은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몰아세우지만, 누구든 언제나 자기방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인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렇게 방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기억을 애써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p111
"언니는 따옴표 같지, 늘 진지하니까. 나는 좀 정신없어서 쉼표
같고, 우윤이는 기본 표정이 물음표고, 의외로 해림이가 단단해서
마침표고… 너는 말줄임표다, 말줄임표."
지수가 규림을 놀렸을 때, 규림은 그것을 계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규림은 천천히 생각했고 그렇게 여과된 것들을 끝내 발화하지 않을 것이었다. 타고난 대로, 어울리는 대로 말줄임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바닷속의 온도가 다른 물줄기들은 머릿속의 생각들을 닮지 않았나 잠시 떠올렸다 가 그마저도 흘려보냈다.p175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
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두 종류로 나누는 건 너무 단순화시킨 거 아냐?"
"그러게, 그러면 안 되는데."p208
일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길들여지지 않는 괴물 늑대와 같아서, 여차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주인을 물 것이었다. 몸을 아프게 하고 인생을 망칠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조금만 사랑하자니, 유순 하게 길들여진 작은 것만 골라 키우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 다. 소소한 행복에서 의미를 찾자, 바깥의 평가보다 내면이 충실한 삶을 택하자는 요즘의 경향에 남녀 중 어느 쪽이 더 동의하는 지 궁금했다. 내면이 충실한 삶은 분명 중요한데, 그것이 여성에 게서 세속의 성취를 빼앗아가려는 책략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성취를 하려니 생활이 망가지고, 일만 하다가 죽을 것 같고...p248
고인이 된 심시선작가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가족들이 하와이를 방문하고 각자 심시선작가와의 소중한 추억과 기념물로 제사상을 차린다. 소재와 이야기 구성이 재미있었다. 돌아가신분을 기억하기위한 제사가 형식, 의무, 부담을 넘어 이런 즐거움으로 고인을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