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배낭여행에서 돌아 온 직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에어 아시아 항공회사의 티켓을 주문해 놓은 것이 사단이었다. 물론 취소해 버리면 간단히 해결되는 건데 ‘공짜표’라는 달콤함을 떨치기 어렵다. 에이~! 간다.
1. 위도가 낮은 나라로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햇빛 차단 크림을 샀다. 예의 그 친절함과 세심함으로 비타민제를 강권하시기에 그것도 샀다.
2. 아내와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장티푸스 예방 주사를 맞았다. 한번 맞으면 3년 유효하다고 한다. 주사를 맞기 전에 귓속에 체온계를 대어 측정했다. 나는 36.7도다.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약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알씩 5주 동안 먹어야 한다.
3. 소화제, 해열제, 소염제들을 샀다. 약국을 차려도 좋을 것처럼 잔뜩 사서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어 투명상자에 담으며 용도 및 용량을 기록했다.
4. 은행에 가서 미국과 태국 돈으로 환전했다. 백 달러 이상이어서 자동으로 현대해상 보험에 가입되었다.
썬 크림 : 40,000원
비타민 : 30,000원
장티푸스 주사 : 3,900×2=7,800원
말라리아 약 : 20,000×2=40,000원
각종 의약품 : 100,000원
비행기 표 -코타키나바루 왕복(에어 아시아) 221,694원
치앙라이 왕복(에어 아시아) 172,326원
인천-대만-방콕 왕복(에바 항공) 1,133,600원
환전 미국 돈 + 태국 돈 : 1,959,980원
합계 - 1,763,220원
첫날(7월 26일)
공항에 도착하여 대만 돈으로 좀 더 환전을 하고 각자 입이 궁금하면 먹는 과자를 샀다. 나의
기호품을 wonder라고 쓸 생각이다. 그리 배고픈 상태는 아니고 가격이 비싸서 소고기 국밥 한 그릇 시켜서 적당히 나눠먹었다. 전화기 로밍하는 방법을 배운 뒤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데 몇 가지 물품을 가져오지 않아서 새로 사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가격들 사이에서 가장 소박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swatch 한 개를 샀다. 대만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멀티 캡 플러그를 샀다. 안내 책자 'just go 대만'도 샀는데 그리 큰 기대를 가질 수 없는 책이었다. 입국증을 쓸 때 내 주소를 너무 자세히 썼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담엔 간단하게 써야지. 기내식은 소고기가 들어간 것을 먹었다. 빵, 스푼, 포크를 휴지에 싸서 가방에 담았다. 적포도주, 물, 맥주 그리고 따뜻한 차까지 다 맛있다. 저녁 적게 먹길 잘했다. 마침 옆자리가 비어 있어 편했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1시간의 시간차가 있어 2시간 날아갔는데도 한 시간만 고치면 됐다. 61번 공항버스를 타고 일단 타이베이 시내로 들어갔다. 의자 간 앞 뒤 간격이 넓어서 짐을 들고 타기 편리했다. 버스 안에서 타이베이 거리 이름을 대면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한 분이 다음에 내리라고 얘기해 주고 내렸다. 내려서 부인에게 확인하여 묻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서 자기가 잘못 가르쳐 줬다고 이 버스의 마지막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일러주고 내렸다. 자기 짐을 내리고 빨리 귀가하고 싶을 것이 분명한 그 시각에 처음 보는 외국인을 위하여 다시 올라와서 확인해 주는 그 분에게서 감동을 받았다. ‘나였다면?’ 타이베이 시내에 내려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한 중년 부부가 가까이 와서 안내하겠다고 하셨다. 택시를 타고 가 보니 신역이라는 숙소였다. 처음 보는 우리 부부를 위해 택시를 태워 주셨을 뿐만 아니라 멈춰 세워놓고 숙소까지 걸어오셔서 소개해 주신 그 부부가 얼마나 대단해 보였는지! 또 한 번 그 친절함에 감동받아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글씨를 잘 쓰시는 郭茂源(곽무원)씨였다. 안내해 주신 숙소는 아주 깨끗하고 친절한 점이 맘에 들었지만 주변 다른 숙소와 가격 비교를 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서 나와 비교해 보고 결국은 royal hotel(황가 대 반점)에 짐을 풀었다.
환전 3,200위엔 - 98,200원(1위엔-30.69원)
mix nut 3,700원 wonder 23,000원
소고기 국밥 8,000원 멀티 캡 플러그 9,000원
시계 37,500원 just go 대만 13,000원
버스 125n × 2 = 7,750원 숙박 37,200원
물 1병 500원
합계 139,650원
ss : 알쏘 드러가써요?
ss : 그려~ 잘 가따와요~
ss : 예~ 전화는 늦어서 낼 할께요. 현이랑 잘 이씁니다.
둘째 날(7월 27일)
방에 우롱차가 준비되어 있어 끓여 마시고 남은 것은 어제 산 물병에 옮겨 담아 숙소를 나섰다. 집 앞에서 가볍게 수전포(水煎包) 2개를 사 먹고 식당을 찾아 나섰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멋스럽게 걷다가 유리문에 꽝 부딪혔다. ‘아이고, 이런 망신이!’ 도무지 말도 안통하고 보라고 준 메뉴판에는 온통 한자로만 글씨가 써져 있어서 아침 식사를 선택하는 고역이 말이 아니다. 나중에 책을 찾아보니 우리가 선택한 것이 루러우판이었다. 어묵 같은 것 한 개를 더 시켰는데 옆에 한 사람이 뭔가 먹음직스런 한 그릇을 먹고 있어서 그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어 달라고 해서 수첩에 이름을 써 왔다. 다음 끼니에도 주문하기가 이렇게 곤란하면 이거 시켜야겠다는 꿍꿍이속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안내 책으로 공부하고 첫 관람지로 롱싼쓰(龍山寺)를 선택했다. 숙소가 타이베이역에서 50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정말 가깝다. MRT를 타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참 많았다. 조용히 서서 책 읽는 승복 입은 사람도 있고 향을 사서 흔들며 염원한 뒤 향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3단 케익처럼 생긴 촛불도 많다. 화환도 참 많고 지붕의 모습은 현란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무늬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건축을 전공한 나는 아내에게 보와 포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우리나라는 다포식으로 짓는다는 설명도 해 주었다. 포가 밖으로 나오면 익공이라고 한다. 정말 금빛 찬란하고 정교한 솜씨
에 크게 타이베이시의용산사 감탄했다.
특히 돌로 세공한 기둥들은 환조에 가까운 부조로 이뤄져 있다. 손가락으로 만지고 싶게 만들어져 있는데 철망으로 가려놓았다. 무릎을 세우고 경전을 읽는 사람, 여기 저기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책을 읽는 사람이 참 많이 눈에 띄었다. 인상적인 장면이다. 과자, 쵸콜렛, 라면, 꽃, 과일을 갖다 놓고 마음을 기울인다.
밖으로 나와 사진 찍고 가까운 중정기념관(CKS memorial hall)으로 향했다. 중정 공원을 서서히 지나다 이곳저곳 바람이 모이는 가장 시원한 장소를 찾아 긴 의자에 앉았다. 작은 연못이 곁에 있는데 새들이 와서 모이를 먹었다. 그렇게 작은 참새들이 내 발 바로 곁에서 모이를 쪼는 모습은 참 가슴을 뛰게 하는 경험이었다.
‘쟤들이 지금 뽀뽀를 한 건가 먹이를 주고받은 건가?’ 몸집이 병아리보다 더 작은 참새들이 10마리나 날아와 가볍게 톡톡 두발 모아 뛰며 논다.
기념관에 이르러 장개석 총통의 흉상 옆에서 사진 찍고 여러 가지 전시된 기록들도 보았다. 정작 기념관 내부는 수리 보수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숙소에 돌아와 오늘 방값을 지불하고 국립 고궁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으러 2층에 위치한 좀 더 깨끗하고 에어컨이 설치된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아침에 수첩에 써 놓은 그 음식이 없다고 해서 그 비슷해 보이는 다른 음식을 시켜 먹었다. 맛있다고 하며 잘 먹는 거 같더니 반찬이 적고 음식에 매운 게 들어있지 않아 속이 쓰릴 것 같다고 한다. 2곳을 다녀보니 가볼 곳이 더 생기고 한국과 여러 면에서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썬 글래스의 모양이 예쁘지 않다면서 사 보라고 해서 지하상가를 지나며 그나마 얼굴에 제일 잘 어울린다 싶은 것으로 샀다.
사림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탔는데 돈을 넣었더니 나오는 구멍이 없다.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을 모르고 50n이나 냈다. 목표지에 가까이 다가가고는 있지만 정확한 지역을 알지 못해 아쉬워하는 중에 한 중년의 자원봉사 아줌마가 오셔서 간단히 도와 주셨다. 영어를 썩 잘하시고 쉽고 명료하게 길을 안내하신다. 본받고 싶은 장면이다. 자신의 시간과 힘을 이렇게 사용하여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일에 쓴다는 것은 의미 있다고 보여 진다. 모처럼 입장료를 내고 입장했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 정말 그 뛰어난 솜씨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대만 사람들이 이 박물관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것을 안내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 여기까지 쓰고 사정상 자세한 글을 간추려 쓰기로 했다.
☞양명산 신북역 가기
-버스를 타기 위하여 한번 물어봤는데 날씨는 덥고 바쁘기도 할 테니 등을 떼밀어도 끝까지 따라와 차표를 사는 것까지 도와주는 아줌마를 버스 정류장 광장에서 만났다.
☞온천욕
-방 하나를 구하면 그 안에 온천욕탕이 있어서 부부만 들어가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돌아올 때 이미 mrt가 끊기고 공짜 셔틀버스를 타고 베이토우까지 나와 탔다.
☞시린 야시장에 가서 볶음밥을 먹고 양고기 스프와 야채 샐러드를 사 먹었다. 양고기는 처음 먹어 보는데 우리 입맛에 잘 어울린다. 야채 샐러드는 약간 짠 듯 싶었는데 당근, 치커리, 양배추, 해파리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밤 11시 타이베이에 진입했다. 강행군을 해낸 또 하루가 간다. 지하철을 탈 때 맹인을 안전요원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도와주었다. 장애우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참 돋보인다. ‘같이 살아야지’
☞헤맴
-전철에서 내린 뒤 신랑이 갑자기 방향 감각을 잃어 타이베이역 주변을 뱅뱅 20분 더 걷고 숙소로 돌아 온 시각은 11시 40분이다. 라면과 술을 먹고 잠들었다.
ss : ㅋ 잘 돌아다니네 ㅋ
7월 28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서 숙소 밖으로 나가 8시에 아침을 먹었다. 백반, 삼보반 그리고 어제 먹은 것을 먹었다.
☞기룽행
-어제 강행군 결과 신랑 다리 사이가 짓물렀다. 양쪽에 파스를 붙이고 오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기룽행 국광 버스를 타고 가서 301번 버스를 타고 갔다. 그 버스 노선에 대하여 물으니 차표를 파는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와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너무 친절하다. 가다가 길이 미심쩍으면 나침반을 바닥에 놓고 방향을 잡았다. 드디어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동굴일 뿐이지만 들어 가보면 굴곡이 심하며 아주 신기하다. 여기서도 역시 사람들은 조용히 경문을 읽곤 한다. 제목을 슬쩍 보니 불문일과다. 동굴로 쑤욱 들어가도 여전히 불상이 있는데 이곳에 들어선 가족들의 행동을 그저 물끄러미 볼 기회를 가졌다. 아기는 부모가 안고 절을 시키고 십대들은 흔들흔들하며 절을 하는데 사십대 이상으로 보이는 부모는 아주 정성들여 머리를 조아린다. 동굴을 나와 봅슬레이 하는 것 같은 계단을 한참 동안 올랐다. 아, 이 계단 하나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감탄할 만하다. 계단 옆에는 시멘트 풀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표현하며 발라 주었다. 낙서하기 불편하며 멋스럽다. 계단마다 물골을 만들어 물이 괴지 않도록 세심하게 만들었고 계단하나 하나에 무늬가 놓아져 있다. 다 올라가니 전망 좋은 정자가 있다. 신문을 읽고 있다. 대만에서는 뭔가를 읽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직 짓고 있는 절을 보았다. 용산사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정교한 환조를 볼 수 있고 건축을 전공한 나는 벽마다 그곳에 조각할 그림과 설계도를 붙여 놓고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였다. 참 뛰어난 솜씨의 장인이 많은 나라다. 한 편으로 가보니 검은 제복을 길게 내려뜨려 입고 마이크를 손에 잡고
건축 중인 절의 천장 조각 벽에 붙어있는 벽부 설계도
악기를 두드리며 노래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사제들처럼 보였다. 건물 자체는 무슨 식당처럼 보였다. 천정엔 등이 많이 달려 있다. 못생긴 괴물 같이 생긴 형상들이 수놓아진 비단 옷을 입고 서 있으면 멀쩡한 사람들이 고개를 여러 번 조아리며 절한다. 잠시 아내가 어디 갔는지 몰라 당황했다가 만나 다시 아까 그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토란의 붉은 열매를 보고 신랑이 놀라워했다. 나야 원래 잘 모르니까 그토록 흥분하지 않았다. 쓰윽 한 번 쳐다볼 뿐.
☞버스
-표를 내는데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연령이나 신분으로 버스 삯이 결정되는데 비해 이곳에선 키가 기준이 된다. 3개의 선이 있어서 얼마 이상이면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인 전표를 낸다. 가운데 선 미만이면 반표라 해서 요금의 반을 내고 가장 아래 선에 이르지 못한 키를 가진 대부분의 어린이는 면표라고 공짜다. 버스 뒤에 손잡이 의자가 있어 뒷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에게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참 반가운 아이디어였다.
☞시장
-뭔가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시장에 갔다. 어머! 우리나라 “누나 누나에......”가 나온다. 슬며시 웃음 머금고 다른 가게 갔는데 거기서도 한국 노래가 흘러나온다. 틀어놓고 들으면서 흥얼거리기조차 한다. 아 기분 좋은 한류!
분주한 팥빙수 가게 한 의자에 앉아 다양한 재료로 만든 빙수를 먹었는데 맛이 그만이다. 정말 많이 줘서 먹다가 1/3 남겨서 싸달라고 했더니 얼음 리필해서 제법 쓸 만한 그릇에 담아 주는데 그 바쁜 중에도 방긋 웃으며 준다. 다른 곳에 가서 옮겨 가서 나머지를 먹다가 “어?” 환전을 미리 하지 않았는데 은행들이 이미 문을 다 닫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어컨 버스를 타고 대북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2시였다.
☞환전
-은행들은 어디나 문을 닫아서 숙소에서 가까운 백화점에 가서 환전을 하였다. 숙소에서 방값을 치루고 아침에 남겨 두었던 음식 꺼내 먹고 방 안에서 뒹굴뒹굴 했다. 두 시간 쉬고 가까운 그 썬 글라스 샀던 곳으로 가서 이것을 사용해 보니 눈이 아파서 안 되겠다. 환불받고 싶다고 했는데 그 상인이 전혀 영어 소통이 안 되어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겨우 뜻을 알게 된 주인은 지체 없이 제 가격 그대로 썩 내 놓았다. 어머! 놀랐다. 고맙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난 돌려 준 돈에서 반을 뚝 잘라 돌려주었다. 반씩 손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