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관광 버스타고 가는 산행이 경주 남산 이래 몇 달 만이냐. 좋은 계절에
서울 근교만 돌지 말고 원행을 해보자는 대원들의 요청에 김고문이 서산
팔봉산을 추천하셨다. 압구정동에서 정시 출발, 7시 20분 죽전역 도착.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먼저 타고 7시 25분이 되자 임한석고문이 헐레벌떡
버스에 오르며 하는 말, 내 뒤에 현총무가 저녁사려고 뛰어오고 있다. 뒤이어
올라온 현총무에게, 지각했으니 저녁 사라. 내 시계는 아직 19분이다. 25분인데
무슨 소리냐. 총무시계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라, 주가 내려서 돈 없다.
주가는 또 오른다.
김회장의 인사말. “지난번 달빛 다회를 열어 산악회의 격을 한층 높여주신
김고문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부인 간병하느라 고생하신 김영길대장도
환영합니다.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포기하고 참석해준 장변호사,
노기자도 감사합니다.” 장변호사님은 어제까지만 해도 못 간다 하시더니
오늘 아침 김택열, 김윤기동문이 불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열 명도 안 되모
우짜노, 내라도 가야겠다”며 나서셨단다. 살신성인의 놀라운 외조. 김영길
대장한테 마이크 좀 줘라. 그동안에 마이크도 무선으로 바뀌었네.
“반년만이네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집사람이 치료를 끝내고 회복과정에
있습니다. 얼마 전 집 뒷산에 잠시 산보도 다녀왔고 나는 그동안 불곡산
에만 가끔 갔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산행에 참가하겠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박2대장은 산행안내 안하냐. 마이크 든 박2대장, 주머니에서 뭔가를 끄집어
내더니 읽기 시작한다. 카페에 올린 안내와 똑같다. 양길주차장에서 어송리
까지 산행시간 3시간. 산행후 국보인 마애삼존불을 볼지 말지는 여러분이
결정하시고, 목욕과 하산주 장소는 나중에 봐가며 정하자. 아이고, 성의없기는.
김영길대장이 빨리 다시 인수하셔야겠습니다. “산행안내는 그렇고 어제 무전기
받느라 구바오로 만난 얘기를 하겠다. 바오로한테 밥 사주고 무전기 좀 ‘빌려
달라’고 했다. 혹시 무전기 내놔라 하면 섭섭해할까봐 ‘빌려달라’고 했는데
충전기를 안 가져 왔더라. 왜 충전기는 안 주냐 하니 내가 다음 산행에 충전해
갈 거니까 충전기는 필요없다고 하더라. 바오로가 무전기 소유권을 절대 포기
안 할 작정임이 분명했다. 11월 초에 3차 수술을 한다는데 살이 쪄 얼굴이
훤하고 보기 좋다 했더니 체중이 늘어 걱정이라고 울상이었다. 조만간 바오로를
볼 것 같다.”
김고문이 보충 설명을 한다. “주봉이 362m 로 높지는 않아도 1, 2, 3봉이
암릉이라 고난도다. 철계단과 로프가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가로림만의 풍광이 한려수도 같이 아름답다. 3봉 오르기 직전
산부인과 바위라는 바위구멍이 있는데 이곳을 빠져나간 후에는 반드시 ‘응애’
고고일성을 내야한다. 왜 그런지는 설명 안 해도 알겠지.” 가로림만이란
이름의 유래도 얘기해준다. 조선시대 처음 이곳에 온 서양함대의 장교가
이 아름다운 만을 보고 자기 마누라인지 딸인지의 이름을 따 ‘Caroline Bay’
라고 명명했는데 조선 사람들이 ‘가로림’ 만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하여간
유식하시기는....
한영구동문이 산에 다닌 후로 아토피가 없어졌다며 또 산악회 찬사를 시작
한다. 이어진 건강 토론 중에 누군가 발바닥이 튼다고 하자 박2대장 왈,
“‘반질’ 연고 발라라. 그게 요소 성분인데 어릴 때 손 트면 오줌 바르라던
어른들 말 생각 안 나냐.” 이 말 들은 김구라, “돈 주고 살 거 뭐있냐. 발
내봐라 내가 오줌 눠줄게.” 말 한번 잘못 했다 오물 세례 받겠다.
9시 40분, 양길주차장. 큰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1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려는데 임총장이 엉덩이까지 내려온 바지를 추켜올리며 허리띠를
조이고 야단이다. 아니, 버스에서 벨트 풀고 뭐한 거야. 혹시 백두대간에서
못한 거 버스에서 한 거야. 김회장은 무릎이 아직 회복이 안 돼 팔봉산 둘레길
이나 하겠다며 빠진다. 몸살기가 있는 김경자여사도 김회장과 동행하겠다고
빠지고 애처가인 장변호사님은 어찌 마누라 혼자 보내겠냐며 빠진다. 3시간 후
어송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송리 2km 라고 적혀있는 이정표 앞에서 헤어
진다. 어송리까지 임도가 잘 닦여 있어 산책하기에 좋아 보인다. 장변호사님은
두 여학생이 쫓아 보내 잠시 뒤 일행과 다시 합류한다.
송림이 울창하다. 1, 2봉 사이 고갯길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1봉이 근사하다.
올라가는 것보다 여기서 보는 게 더 멋있다며 생략하고 2봉으로. 2봉은 철계
단이 잘 설치돼 있어 암봉이라도 오르기 쉽다. 3봉으로 가는 길에 과연 혼자
몸 빠져나가기에도 빡빡한 바위 사이로 제법 긴 석굴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다.
사지를 다 동원해 낑낑거리고 빠져나오자 ‘응애’ 소리 한번 안 할 수 없다.
11시, 팔봉산의 주봉인 3봉이다. 가로림 만의 그림 같은 풍광이 바로 발아래
펼쳐져 있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벽안의 이방인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그곳에 붙이고 싶었을까. 드넓은 황금 들판 한가운데 어쩌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8개의 봉우리가 불쑥 솟아올랐을까. 감탄하며 오래오래 감상한다.
4봉까지 암봉, 그 다음 4개의 봉우리는 바위 없이 솔밭 사이길로 오르락
내리락 걷는 정겨운 산길이다. 6봉 근처 안부에 서일중학교에서 소풍 온
학생들이 점심을 먹다 우리가 지나가자 김밥을 권한다.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여학생들이 주는 김밥 얻어먹고 다시 7봉으로. 12시, 8봉에서 잠시 휴식.
이것도 산이라고 땀난다. 땀나니까 시원한 맥주생각 난다.
야, 막걸리도 차게 해서 마시니까 좋더라.(김고문)
그걸 인제 알았냐, 아니 그럼 그동안은 데워먹었냐.(박정수)
내가 막걸리 도가집 아들이야. 점잖은 사람은 술을 거냉해서 마신다.(김고문)
우리 마누라는 맥주를 거냉해서 마신다.(임한석)
부인이 양반이군. 뼈대있는 집에선 그렇게 하는 거야.(김고문)
임고문의 부인이 맥주를 데워 마시는 이유는 맥주를 좋아하는데 찬 거 마시면
배가 아파 그렇다는데?
선두에 섰던 3인-- 현총무, 전정원, 장변호사가 안 보인다. 임총장이 통화한
후 뒤에 쳐졌다니 기다렸다 같이 가자 한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안 나타난다.
다시 통화하니 길을 잘못 들어 어송리 가는 포장길에 들어섰단다. 무전기
가져와도 아무 소용이 없네. 결국 또 실종자가 생겼군. 하여간 어송 주차장
에서 만나자. 향기로운 솔밭길이 끝나고 포장길로 내려선다. 양 옆은 여전히
깊은 숲이다. 무전기 들고 혼자 내뺀 박2대장을 임총장이 무전기로 부른다.
어디 있냐. 내려가다 만난 행인 5인 옆에 있다. 행인이라니? 그냥 가다 만났다.
모르는 사람들하고 무슨 수작을 하고 있는 거냐. 잠시 뒤 길가 풀숲에서 문득
부르는 소리. “쉬었다 가세요.” 아하, 행인 5인이 여기 있었구나.
길 잘못 들어 먼저 하산하게 된 선두 3인이 여학생들과 여기서 만나 점심을
먹고 있다.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와 아직 배도 안 고픈데 점심 먹지 말고
바로 식당가서 잘 먹자. 목욕하고 마애불상 보고 하면 점심 너무 늦어 안 된다,
요기하고 가자. 김경자여사가 벌써 한정식 보따리를 풀었다. 그냥 가자 먹고
가자로 왈가왈부 하던 사람들이 그 화려한 밥상을 보더니 만장일치 먹고 가자로
바뀐다. 특히 알맞게 익은 총각김치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한다.
1시 15분, 어송리. 3시간 반의 즐거운 산행이었다. 서산 바닷가에 이렇게
재미있는 산이 있는 줄 몰랐다고 추천한 김고문에게 감사한다. 마애삼존불은
서울 가는 방향에 있으니 목욕 먼저하고 부처님 알현한 다음 종파티하러 가자.
저녁은 평택항 포승공단에 회사가 있는 김고문의 막내동생 Mr. 클라리넷
(동남기업 김종섭회장)이 강추한 꽃게집 호성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올 때 본
서산 시내 ‘금강산보석불가마사우나’(거창한 거 좋아하는 대한민국 병이 만든
옥호)에서 목욕하고 3시 마애삼존불을 보러 간다. 전에 와본 적이 있는데 보호
장치로 세웠던 전각이 이번에 보니 없어져 반갑기 그지없다. 문화재청이 드물게
잘한 일이다. 오후 햇살에 그대로 노출된 부처님 세 분의 미소가 더욱 아름답다.
오른 쪽에 있는 미륵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최고의 조각품인 금동반가사유상의
원형이라고 김고문이 설명해준다. 백제의 미소... 세 분 부처님의 미소는 인자
하고 천진스럽기 짝이 없어 보는 이가 어느새 따라 미소 짓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평소 문화재 감상에 별 흥미를 못 느끼던 통신병조차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군(기자).
4시 호성식당. 김종섭회장이 예약한 손님들이라고 특별대접이다. 먹어본 중
꽃게요리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김종섭회장 찬사에 걸맞게 꽃게탕과
간장게장이 일품이다. ‘밥도둑’ 게장 때문에 기자는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김회장과 김경자여사가 양보해준 게 뚜껑 두 개를 순식간에 해치우자 임총장이
카메라까지 들이댄다. 난 오늘도 역시 줄을 잘 섰어. 6시부터 야구 봐야 한다고
현총무가 서두른다. 계산하러 간 현총무가 누가 벌써 계산을 했다고 깜짝 놀란다.
범인은 장변호사님이다. 박2대장이 아까 장변호사가 먼저 일어나 나가실 때 짐작
했다고 하자 임고문이 야, 이제 중간에 화장실도 못 가겠다, 혹시 다음에 내가
중간에 일어나더라도 모른 척 해주라, 한다. 왜 저녁값을 내셨냐는 추궁에
장변호사님은 어부인이 하도 맛있게 잘 먹어 내고 싶으셨단다. 생업도 포기
하셨는데 저녁값까지 내시다니. 앞으로는 김회장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만 먹으러
가자.
5시 40분 상경길. 임고문, 현총무, 김대장이 게장 한 통씩 사들고 버스에 오른다.
애처가들은 다르다. 창밖을 내다보던 김경자여사가 뜬금없이 소리 지른다.
저기 호텔도 있다.(김경자)
총장님 내리면 나도 내릴게.(박대장)
부럽다.(김대장)
비상용 비아그라 있으니 필요하면 얘기해라.(임고문)
역시 상습범은 다르다.(김대장)
“부럽다” 던 김영길대장이 임총장한테 백두대간 책 5권만 달라고 한다.
요즘 동네에서 작업중인 여성들이 몇 있는데 작업용으로 필요하단다.
“부럽다” 소리에 다 깊은 뜻이 숨어있었군.
6시, TV에서 야구중계가 시작된다. 기아와 SK의 6차전이다. 남학생들이
우르르 앞좌석으로 몰려가 금세 소리 지르고 난리다. 고희에도 여전히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고 즐거운 우리 오빠들, 정말 예쁘다. 다음 산행은
'단풍이 여인의 붉은 치마처럼 허리를 두른' 赤裳山을 갑니다.
참가자(13명): 김숭자(장원찬), 김영길, 김종남, 박정수(노순옥),
임종수(김경자), 임종홍, 임한석, 전정원, 한영구, 현해수 (노순옥 기록)
첫댓글 양길리 주차장에서 동네아주머니가 손수 깎은 생률 한봉지 사 들고 팔봉산 등산로로 오르다 임도 갈림길에서 어송리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한적하고 아름다웠읍니다.
마음으로부터 친절한 안내소 두직원의 조언대로 벚꽃길을 걸으며 가을을 만끽. 한시간 정도 걸어 아스팔트길에 나왔다가 다시 우리동지들의 하산길인 팔봉산입구로 들어가니 어송리주차장.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하산하고있는 일행과 조우. 그래도 등은 땀에 흠뻑. 즐거운 하루였읍니다. 김경자씨와 둘레길을 걸은 사람의 변.
행복한 또 하루였읍니다.코스를 추천 해주고 맛있는 집 소개해주신 김고문,그리고 거금을 내셔서 포식 시켜주신 장변호사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김고문이 추천한 팔봉산, 초보자에게는 철 사다리가 있어서 산행이 가능한 오름내림이 심한 바위산이었습니다. 끝내고 나니 보람이 있고 재미있는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김고문 감사합니다. 게 매운탕 국물이 맛있어 포식할 까봐 조심조심, 최근 산행 후 계속되는 해산물 요리에 너무나 입이 즐거웠습니다. 장변호사님 감사합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계속되는 산행이 백두대간 완주하면서 얻는 노하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많은 것을 배우면서 기쁩니다.
김고문 덕분에 본 마애삼존불상, 1,400년이 경과했는데도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을 간직한 중앙의 석가여래입상을 본 것은 저에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가니 집 아들과 아주머니가 누군지 좋은 정보에 감사합니다 나같은 초자는 그제 등산했더라면 간이 꽁만했을 것 같군요 노기자 님의 상세한 보도로 팔봉산 공부를 끝내 주게 했습니다 감사
마나님들을 모시고 가서 비아그라 야그가 나온는 등,불순한() 言動으로 등산풍기가 문란해 지려는 조짐이 보이는 데,이래도 되는 겁니까요 영감님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