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을 한번도 안 다녀왔다고 했더니 후배녀석 하는 말이 "그건 예의가 아니지......"
예전에 스키를 타면서 시즌 중에 용평을 한번은 다녀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해서 구박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용평이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계룡산이 그렇듯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아마 계룡산이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등산대회가 있다면 등산대회 메인 경기장이 될 정도인가 보다.
계룡산에 대한 인상은 조선시대 정씨의 나라에서 도읍이 된다고 했던 인상이 커서 제대로 된 산으로 인식을 못했는데 막상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사계절 각광 받는 산행지라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한국의 산하의 설명에 따르면 봄에는 동학사 진입로변 벚꽃터널, 여름에는 동학사 계곡의 신록, 가을에는 갑사와 용문폭포 주위의 단풍, 겨울에는 삼불봉과 자연성릉의 설경 등이 장관이라고 한다.
특히 삼불봉의 설화는 겨울 계룡산의 최고 풍광이라고 하니 계룡산을 가면 삼불봉과 자연성릉을 꼭 지나가 봐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이왕이면 정월 초하루 새해 맞이 산행을 가려고 했는데 1월 1일 아침에는 흐려서 일출을 볼 수 없다는 말을 핑게로 친구와의 산행 약속을 깨고 말았다. 사실은 귀찮음과 아직 가보지 못한 산을 초보자인 친구의 안내자로 나설 자신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1월 14일 갑자기 다른 일정이 모두 깨지는 바람에 자유롭게 혼자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그래 혼자 자유롭게 되었으니 계룡에 가보자."하는 맘에 도시락을 싸들고 여유있게 강남고속터미널로 나갔다. 공주로 갈지 유성으로 갈지 고민했는데 차편이 유성이 훨씬 많고, 산행 코스를 잡기에 동학사 쪽이 좋은 듯해서 유성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평일에는 주로 15분 간격이더니 일요일에는 15~20분 간격이다. 8시40분 차는 일반 고속이라길래 그다음 차인 9시 차를 탔다. 한숨 자기에는 역시 28인승이 좋다.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한다. 소요시간이 2시간 10분이라더니 유성터미널에 도착은 2시간 20분이 걸렸다. 휴일이라 길이 조금 막힌 것이 아닐까? 터미널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니 동학사까지 15,000원을 달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조사했을때는 택시 미터기로 8,500원 정도라고 했는데..... 시간이 빠듯할 듯해서 그냥 타고 갈까하다가, 혼자 택시타기에는 돈이 아깝기도 하고 다음 산행을 위해 시간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해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버스와 택시가 거의 같은 코스를 달리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작용을 했다.
고속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은 시외버스터미널인데 조금 뒤로 가는 것 같길래 다음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띄었다. 그리곤 바로 후회했다. 아차 여기는 지방이지. 서울과 달리 지방은 정류장 사이가 긴데 서울의 감각으로 한 정류장쯤 하는 기분으로 걸어가기로 한 결정에 후회했다. 역시 생각대로 정류장은 멀었고, 길은 차들이 다니는 위주로 되어 있어 걷기에는 별로 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타야할 107번 버스가 한 대도 안지나 갔다. 나중에 알아보니 버스 배차 간격은 20분이라고 한다. 15분 정도 걸어서 같으니 다행인 셈이다.
동학사 주차장에 내려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11시 40분
산행코스는 우선 자연성능을 타는 것을 목표로 갑사로 가든지 동학사로 돌아오든지 하자고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동학사 - 남매탑 - 삼불봉고개 - 자연성능 - 관음봉- 은석폭포- 동학사 코스를 가게 되었다. 산행 기록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출발 시간: 2012-01-14 11:41:10
도착 시간: 2012-01-14 16:16:30
소요시간: 4시간 34분 5초
이동 거리: 8.49 km
등산/하산거리: 4.18 km / 4.31 km
평균 속도: 1.9 km/h
최저/최고 속도: 0.2 km/h / 14.2 km/h
최저/최고 높이: 159 m / 787 m
동학사에서 자연성릉을 가는 쉬운 길은 내가 진행한 코스의 역방향인 듯 하다. 한국의 산하 홈페이지도 그렇고 계룡산 안내에서도 보통 제1코스로 그렇게 안내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눈 앞에 전개되는 대로 되는데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위에 적은대로 전형적인 산행을 하고 말았다.
날씨는 무척이나 더워서 땀이 뻘뻘난다. 그늘진 계곡은 눈이 좀 얼어 있는데 대부분의 길은 눈이 다 녹아 아이젠이 전혀 필요가 없다. 가다가 쉬다가 가다가 쉬다가 이렇게 해서 언제 가나. 동학사에서 남매탑까지 1시간 10분이라고 하는데 덥고 배고파 쉬어 쉬어 갔더니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스스로에게 못마땅하다. 이렇게 느려터져서 언제 큰 산을 갈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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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탑은 신라의 고승과 상주 처녀의 사랑의 애틋한 전설이 내려오지만 실제로는 신라가 백제를 합병하고 나서 기념으로 세운 탑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12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 http://ko.wikipedia.org/wiki/%EB%82%A8%EB%A7%A4%ED%83%91
한국의 걷고 싶은 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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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탑에서 밥을 먹고 나니 몸이 무겁다. 그럴만도 한 것이 보온 도시락 한그릇 다 먹고 컵라면 한그릇 다먹었으니 평소 식사량의 거의 두배쯤 된다. 가만 있어도 숨이 가쁜데 어찌 산을 오를꼬? 그러나 시간이 없으니 하염없이 쉴 수도 없고 가쁜 숨을 쉬어가면 길을 나선다. 그래도 삼불봉 고개가 바로 있으니 다행이다. 10분만에 삼불봉 고개에 올라서니 멀리 시가가 보인다. 아마 논산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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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을 돌아보니 자연성릉과 천황봉이 보인다. 이제 소화가 좀 되어서 숨이 좀 덜차다. 저게 내가 가야할 길인가 하고 다시 처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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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성릉길을 아이젠을 착용하고 갈지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자연성릉을 넘어오신 분이 길이 안좋아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살펴보니 아이젠이 없이 왔다. 그렇다면 나도 그냥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가기로 했다. 가다보니 눈이 쌓인 곳이 없다. 능선이라서 해를 잘 받아서 눈이 다 녹았다. 산행은 편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설경을 감상하지 못했으니 이번 산행은 무효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걷으며 주위의 경치를 살핀다. 나름 절경이다. 그러나 내장산 능선 길에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난 역시 암릉 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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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 쉬엄 진행해서 관음봉에 도착하는데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을에 오게 되면 엄청 길이 막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마 두시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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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성릉을 트레킹할 때 관음봉에서 삼불봉으로 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주된 진행방향일 텐데 봉우리는 관음봉이 높지만 관음봉 주변의 계단길을 빼놓으면 전체적인 길의 경사는 삼불봉쪽으로 오르는 기분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많을 때는 상당히 지체될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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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에서 연천봉으로 해서 갑사로 갈지 그냥 동학사로 돌아갈지 고민하다가 논산에서 서울가는 것보다는 유성에서 가는 것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참고하여 그냥 은석폭포길로 방향을 잡는다. 이쪽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부지런히 가야 한시간 안에 갈 수 있을 듯하다. 자칫하면 해가 질지도 모른다.
내려가는 길에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어 앞에 가는 아주머니들이 엉금엉금 가고 있다. 모른체하고 질러서 내려간다. 아이젠을 하지 않았으니 혹시라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오게 되어 평소의 하산길에는 땀이 식고 추워서 문제 였는데 오늘은 여느날과 다르게 땀이 난다. 워낙 봄날처럼 따듯하니 하산 길에도 땀이 다 난다. 내려오면서 은석폭포를 보니 여름에 보면 장관이겠다 싶기는 하다. 그러나 물이 말라버린 폭포가 추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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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오다 치켜 올려다 보니 쌀개봉이 보인다. 실제로 올라가보면 경치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래에서 보기에는 그냥 그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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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에 도착해서 대웅전을 살펴보려니 겨울이라 문을 모두 닫아 놓았다. 시주할 것도 아니고 참배할 것도 아닌데 문을 열기 뻘줌하여 그냥 마당만 둘러보고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어묵 꼬치를 사먹는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생각해보면 좀더 돈이 되는 것을 사먹어야 하는데. 저쪽 입구 쪽에 보니 산외마을 한우집이 있던데 다음에 친구랑 오면 이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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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 지나오니 박정자삼거리라고 안내가 나온다. 여기가 박정자 삼거리구나 싶다. 계룡산 9시간 등산 코스가 자연성능- 삼불봉을 거쳐 능선을 계속 타고 이리로 내려오는 것이로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다음에 누구를 꾜셔서 오나 생각했다.
계룡산 트랙로그는 첨부파일 참조 전체 코스 및 고도프로필은 아래 그림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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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_자연성릉.gpx
첫댓글 트랙이 없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깜박했네요.
사진이 렌즈에 김이서려 흐린듯하네요.
배낭에 수납 공간이 마땅치 않아 가슴 주머니에 넣고 다녔더니 김이 서렸습니다. 암밴드를 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