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2 월 16 일 화요일 눈오며 맑음
서까래와 산자를 걸어놓고
근 열흘 남짓 눈비가 그치지 않은 겨울이라니
자그마한 쉼터 하나 지으며 너무 오랫동안 호들갑만 떨었나 보다.
지붕재를 아연도금강판인 갈바륨으로 선택 하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시공도 간편할 뿐더러
내구성이 우수하고 외관또한 은백색의 깔끔한 멋을 지닌
매력적인 지붕재이다.
여전히 눈소식과 함께 쌀쌀한 추위가 만만치 않지만
밑에서 불을 피우면 열기가 위로 올라가는 특성 때문에
떨어져서 작업을 해도 제법 따뜻한 열기가 추위를 달래준다.
풀향기 아내는 메주콩으로 청국장을 쑤어놓고 나서
사과 식초를 한번 더 만들기 위해 깨끗이 씻고 있다.
요즘 같은 공해시대에 제독력이 탁월한 좋은 식초는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필요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정밀한 작업을 하는 재홍이도 수고스럽지만
충실한 조수 작업을 하는 재현이도 은근히 고생스러운 법이다.
아직은 풀천지의 감독이 필요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형제의 힘만으로 못하는게 없게 될것이다.
풀천지의 계산 착오로 지붕이 약간 틀어지게 되어
지붕을 약간 잘라내고 방향을 틀어 맞추는 작업이다.
모든 문제는 해결책이 있게 마련이다.
풀천지는 평생동안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고
문제가 닥쳐오면 과감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기 위하여 모든걸 버릴때도 있었고
인생의 길을 통째로 바꾸는 모험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마다
그런 풀천지를 믿고 따라준 풀향기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의 뒷받침이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지만...^^
서까래 굵기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인데
지붕재를 댈 산자의 굵기를 남의 말만 듣고
너무 약한걸 선택하는 바람에
갈바 지붕재를 태풍에도 견딜수 있도록 튼튼하게 부착하기 위하여
선택한 튼실한 볼트 못을 나무 중앙에 정확히 대지 않으면
그대로 갈라져버리기 때문에
일일이 자를 대고 정확히 표시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 셈이지만
그또한 좋은 경험으로 삼아 즐거이 행할 뿐이다.
지붕위에 올라가 꼼꼼하게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재홍이와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정확한 작업을 도와주는 풀천지는
계속 신경쓰며 작업을 하기 때문에 별로 춥지 않지만
가만히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재현이는 편한것 같아도
발도 시렵고 졸리기까지 하며 제일 힘든 법이다...^^
반나절에 끝낼 일을 나무 굵기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웬종일 하고도 다 못하게 생겼다.
가족끼리 일을 하면 이럴때가 좋은 법이다.
잘하던 못하던 서로 한마음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을 아끼고
자식은 부모를 믿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완성되어가는 쉼터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따뜻한 모닥불가에서 풀향기 아내의 함박꽃 웃음이 담겨있는
시원한 수정과의 달콤함은 하루의 피곤함을 기분좋게 달래준다.
이럴때 쓰이는 모닥불은 아까운 통나무 땔감으로 하지 않는다.
나무 껍질 벗길때 나오는 나무찌꺼기들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오리탕 끓일때나 이렇게 겨울철 바깥작업 할때
아무렇게나 부담없이 쓸수 있고
남은 재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여름철 잿간 화장실에서 탈취제로 쓰면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서 아주 좋다.
몸이 얼어가는 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일할때는
반드시 따뜻한 모닥불과 함께 하여야 한다.
그래야지 건강을 지키는 생명의 온도가 손상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해질녘 어스름이 밀려온다.
내일은 또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윷놀이를 하며 친목을 나누는 날이다.
내일도 끝나지 않은 쉼터작업은
짓기 전부터 충분히 쉬어가기만 한다...^^
지인께서 보내온 새해 편지 중에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옮겨 본다.
공자 말씀중에
上善若水 라고
물 흘러가는 것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최상의 선이라 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라.
우리가 평생 부르짖는 건강과 행복도
가장 흔한 말이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삶도
최고의 삶인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잘 지키지 못할 뿐임을
늘 애석해 해본다...^^
첫댓글 재작년 여름 사찰에서 일주일 머물 때 절 뒷산을 산책하다 우연히 선방 스님을 만났습니다. 그 스님께 초대를 받아 선방을 방문했는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제가 "행선이 좋더라" 했더니 스님 왈 "나는 와선이 좋다" 하더군요. 저는 입만 놀린 거고, 재현, 재홍군은 제대로 행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풀천지 마당에 저 쉼터만 만들어지고 있겠는가. 추위 속에서 지붕을 올리고, 못질을 하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동안 두 청년의 마음 속에 "최상의 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집이 완성되기를...
어떤 수행이든 하루가 온전히 제것이 되어야 할것입니다.
잘하든 못하든 경계의 차이가 사라지면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날수 있을테니까요...^^
쉼터가 두칸인데
한칸은 샘터가 되는 것이고
한칸은 마루를 놓아 정자 형식의 쉼터를 마련할 생각인데
쉼터의 이름을 붙여야 될지 말아야 될지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외갓집님의 멋진 생각이 궁금하군요...^^
겨울철...경사진,특히 매끄러운 바닥에는 온도차에 의해 결로가 많이 생기지요,
급경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찰계수가 현저하게 떨어져서 위험합니다.
결로는 순식간에 생기니,안전벨트를 매고 하셔야징...재홍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 최고의 삶이고...
그러한 삶을 추구하지만...참,어렵습니다...그래도 그래야 겠지요...
모든 작업을 할때 안전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늘 명심하고 있지만
설마 하고 편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부끄러울 뿐이라네...^^
이번에도 하루종일 미끄러지며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수행하느라 애를쓴 재홍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교차하였었네.
높은 나무위에 올라갈때라던가
위험한 작업시 안전벨트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장만을 하려다 여의치 않아 아직까지 미루고만 있으니
풀천지의 어리석음이 클 뿐이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수 있는 삶을 위하여
우리는 너무 고생을 많이 하는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