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카톨릭 센터는 80년 학교 다닐 때 지하 다방에 자주 드나들었다. 거기서 만난 이들이 가물하게 기억도 희미하지만 난 찻값도 제대로 못 내고 얻어먹기만 했었다. 어느 때 광주은행 본점이 옮겨가고 카톨릭 센터도 518 기록관으로 바뀌었다. 아문당이나 구도청은 가끔 들렀어도 기록관에는 발길이 닿지 않았다. 80년 광주에 있었으면서도 난 며칠 버스를 두드리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창욱이를 따라 화순까지 걸어 광주를 떠났다. 난 기록도 못했고 기억도 불편하고 부끄럽다. 입구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1층 2층 3층으로 올라간다. 난 그 시기에 이 부근에 있었는데, 알듯 모를 듯 비겁하다. 페북에선가 3층에서 한강과 임철우의 광주 관련 소설이 전시되어 있다는 글을 보았다. 소설책은 몇 권이 나란히 놓여있다. 바보 덕분에 최근 한강의 소설들을 샀지만 보기가 무섭다. 작가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을 짐작하니 그의 용기가 부럽다. 3시 40분의 영화를 보자고 내려온다.
영화는 길다. 몸으로 살아가는 여성 스트리퍼의 일 장면이 길게 이어진다. 잘 산다는 미국의 소비의 한 모습을 본다. 많이 불편하다. 러시아계의 애니(아노라의 애칭?)는 젊은 러시아 청년을 만나 그의 전속 파트너가 된다. 그가 러시아 부호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그와 결혼한다. 러시아의 부호의 부하들은 그 결혼을 무효하려 하고 부모가 온다는 걸 안 청년은 도망친다. 부호의 부하들과 함께 남편?을 찾으러 가는 애니는 결국 찾는다. 부호 부부는 결국 이들의 결혼을 무효화한다. 그리고 애니는 비용을 받고, 자기를 데려다 주는 그 똘마니 중의 하나인 '깡패' 남자의 품에 안겨 운다.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큰 상을 받았댄다. 부자들의 소비와 몸으로 돈을 버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슬프다. 애니에 대해 긴 설명을 않지만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 그가 만나는 사람들 그는 그 깡패와 어떤 관계를 맺을까? 맺을 수 있을까? 그 깡패 남자는 훨씬 순수하게 애니에게 관심이 있었다. 운다는 것은 마음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뜻일까? 자신을 직시했다는 뜻일까? 밖으로 나오니 거리엔 어느 새 불이 켜졌다. 저녁 먹기가 어중간하다. 지하철을 타고 소태역에 와 본죽을 먹을까 하는데 불이 꺼졌다. 빵집에 가 작은 피자를 사 와 뎁히는데 밑이 까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