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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다이어리] 017 - 그 많던 버드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씬1/ 마당 (D)
방이 할머니, 대문 앞을 천천히 지나가는데,
영옥 영숙 혜옥, 베란다 창에 딱 붙어
신기한 듯 그런 방이 할머니를 보는.
영숙 (낮게) 어이고 돌아다니네 이젠. 낼모레 갈 것 같이 누워만 있던 양반이.
영옥 (낮게) 얼굴에 윤이 빤딱~빤딱 나는 게, 시집가게 생겼네 거.
혜옥 도대체 뭘 먹었길래 저렇게 됐대?
씬2/ 거실 (D)
영옥 영숙 혜옥, 다시 앉으며
늙은 호박 속 긁어내고 썰던 작업을
마저 달라붙어서 하면서
영숙 저번준가, 일주일도 안 됐을 꺼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용하다는 점집 갔더니 방이 할미 보자마자 대뜸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그러더래. 그래서 아니 그런 걸 왜 묻나, 홍어삼합이요, 그랬더니 돈 아깝다 생각말고 일주일
내내 그것만 먹으라고 그러더래. 그러더니 저렇게 됐네.
혜옥 못 먹어 생긴 병이었나?
영숙 딴 거 더 볼 거 없고, 그냥 그것만 먹으라고 그러더래. 복채도 안 받더래. 그러더니 저렇게 훌훌 털고
돌아다니네.
혜옥 용하네 그 집. (땡기는) 우리도 한번 가 볼까?
영옥 (한방에 무시) 미친... 어으.
혜옥 왜애...?
타이틀 - 그 많던 버드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씬3/ 주방 (D)
영옥, 조르는 혜옥 무시하면서
호박 썬 그릇 들고 들어오고,
영숙, 도마며 칼등을 챙겨 들고 오는.
혜옥 그냥 한번 가보자는데...
영옥 (OL, 그릇 쾅 내려놓고) 뭐 볼라구, 뭐? 뭐?
혜옥 아니 그냥 앞으로 어떤가...
영옥 (퉁박) 늙은이 인생에 앞날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앞날을 보냐 이년아. 늙은이 점 보러 가면 욕먹어. 조용히
곱게 늙어.
영숙 (짐 부리며, 슬쩍) 아 누가 우리 앞날 볼라구 그르나. 미자랑 미자 애비 궁금해서 그러는 거지.
혜옥 그르게. 한번 가 봅시다. 용하다는데. 응?
영옥 (표정)
씬4/ 헬스장 (N/ENG)
미자, 스트레칭 하고 있는데
정민은 옆에 앉아서 멍-하니
사람들만 구경하고 있다.
미자 운동 안해요?
정민 (낙심) 이쁜 여자들은 다 어디갔나.. 하긴 이쁘신 분들이야 데이트 하시느라 바쁘시겠지..
미자 (저게.. 째려보고는 다시 운동하는)
정민 (미자보고) 사랑하는 미자씨.
미자 (깜짝!) 에?
정민 사랑하는 친구 김정민군 소개팅좀 주선해 보시지?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
미자 (어이없는) 차.. 내 코도 석자네, 친구! (본격적으로 운동하러 가는)
정민 (따라가며) 아! 그럼 우리 서로 해줄까? 나도 해줄게~ 난 여러 가지 안보는 거 알지? 그냥 쭉쭉빵빵 이쁘기만
하면 돼~
미자 (으유..)
정민 미자씬 어떤 남자가 좋은데~ 근육질? 꽃미남
미자 (생각 있는 듯) 난 뭐.. 성격좋고 사람 괜찮으면..
정민 (박수) 아!!
미자 아 깜짝이야..
정민 진짜 괜찮은 놈 하나 있다! 햐~ 걔 진짜 애 진국이지!
미자 (응?? 보는)
씬5/ 원룸주방 (N)
미자, 지영, 윤아, 조각케?먹으면서 얘기하는
윤아 뭐 하는 사람이래?
미자 회사원이래.
지영 (부러운) 좋겠다!
윤아 (지영 한심한) 별 게 다 좋겠다. (미자에게) 나인 몇 살이래?
미자 친구니까 정민씨랑 동갑이지~ 정민씨말론 사람 진짜 진국이라는데?
윤아 (혐오) 진국?? 웬일이니. 야, 폭탄을 다른 말로 부르는 게 진국이야~
미자 (엥?) 폭탄?
윤아 쯧쯧쯧.. 안됐다. 보나마나네. 주말엔 약속잡지 마라. 괜히 주말기분 다 망친다. 으유..
지영 에이~ 설마 정민오빠가 폭탄을 해주겠냐? 괜찮으니까 해주겠지.
윤아 넌 뭘 몰라~ 진국은 원래 잘 생겼다, 세련됐다, 능력있다, 집안 좋다, 이런 설명을 도저히 할 수 없는
남자들한테 갖다붙이는 말이야~ 여자애들이 못생긴 여자친구를 소개하면서 귀엽다고 우기는 거랑 같은 거야.
미자 (불안한)
이때 동직, 들어오는 소리
동직 (OFF) 야야, 여자애들끼리 있으면서 문도 안잠그고!
지영 오빠 온대서 열어놨지~
동직 (미자보고) 아! 너 정민이가 소개팅 해준대매?
미자 어.
동직 걔 진짜 괜찮아~ 잘 해봐.
지영 오빠도 그 사람 알어?
동직 어. 많이 봤지~
지영 폭탄이야?
동직 (황당) 아니? 무슨 폭탄이야? 애 얼마나 진국인데~
윤아 진국.. (아니라는 듯 도리도리)
미자 (혼란스러운)
씬/ 다른 동네외경 (D)
씬6/ 점집 (D) - ENG
영옥 영숙 혜옥, 앉아있는데,
점쟁, 눈 내리깔고 점괘만 보면서 말하는.
점쟁 셋이 한 지붕 아래에 사네?
숙/혜 (‘용하네’ 하는 표정들인데 반해)
영옥 (작게) 언제 봤다구 반말이야, 슷!
점쟁 쯧쯧쯧... 불쌍한 인생들. 원래 이 세대가 불쌍해. 전쟁통에 배곯고, 시집살인 고되게 하고, 며느리한텐 대접
못 받고... (하다가 영옥 보곤 멈칫)
영옥 ...??
점쟁 ... 좋아하는 게 뭐야?
영옥 꼬리 곰탕이다, 왜? 사줄라고?
점쟁 ... 그거 많이 먹어.
영옥 (표정)
씬7/ 대문 앞 (D)
영옥, 덤덤하니 앞장 서 오는데,
영숙과 혜옥 감탄하며 쫓아온다.
혜옥 어쩜 그렇게 잘 맞춘대. 족집게야, 족집게.
영숙 나 시집살이했던 거 척척 맞추는데 용하드라.
영옥 얘(혜옥)가 올해 가기 전에 시집간다는데 그게 용한 거냐? 에으...
영숙 아 언니 며느리 앞세운 거까지 맞추는 거 보고도 그래요? 요즘 기력 쇠한 거까지 단박에 알아보구 꼬리 곰탕
해먹으라잖아. 점쟁이 말대로 일주일 동안 이것만 먹어요. 방이 할미처럼 쌩쌩해질테니까.
영옥 이 나이에 너무 쌩쌩해도 징그러워 이년아.
영옥 들어가려는데,
한 아줌마, 종종종 달려온다.
아줌 (안타까운) 아우 미자 할머니 얘기 들었어요?
셋 뭘?
아줌 (안타까운) 아우 어뜩하면 좋아.
셋 (괜히 철렁) 왜 그래? / 뭔데? / 말해봐!
아줌 아우 방이 할머니... 돌아가셨대요. 어젯밤에.
셋 (떠덩) 아니... / 어머나... / 세상에...
아줌 그 점쟁이도 용하지. 죽는 게 눈에 뵈는데, 죽는다는 말은 못하고, 죽기 전에 맛있는 거나 실컨 먹고 가라고,
좋아하는 게 뭐냐고, 그것만 먹으랬다잖아요.
셋 ...!!
영옥과 혜옥, 충격에 멍한데,
영숙, 휘청해서 털석 주저앉는다.
영숙 아이구...
아줌 (OFF) 아우 할무니!
씬8/ 할머니방 (D)
영숙은 벽에 기댄 채로 머리 짚고,
혜옥은 등 돌리고 어깨 쳐져서
영옥은 멍하니 미동도 하지 않는다.
셋, 한참을 넋나간 듯 조용...하다가.
혜옥 순간 울먹하는 소리 들리자,
영숙 버럭 화를 낸다.
영숙 내 이노무 점집을 가서 들러엎어야지! 어디서 막말이야 막말이. 응?
혜옥, 이젠 엉엉 소리내어 운다.
영숙 (혜옥의 머리를 밀며) 이년이 시집을 간다는 게 말이 돼, 이년이? 이팔청춘에도 못간 년이 쭈구렁 바가지 돼서
꽃가마 탄다는 게 말이 돼?
혜옥, 울음소리 더욱 커지고
영숙 지나가던 동네 개가 다 웃겠다! (일어날 듯) 내 이 여편네 아가리를 찢어놔야지. 어~디서.
영옥 (귀찮은 듯) 시끄럽다. 앉어.
영숙 ... (털썩)
영옥 ... 애들한텐 암말 말어.
혜옥과 영숙은 서럽고 슬픈데,
영옥은 아무 생각이 안난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때 우현(앞치마), 드르륵 문 열고
우현 (얼굴만 내밀고) 사돈어른, 꼬리 곰탕 어떻게 할까요?
할머니 셋, 아무 소리도 없다.
씬9/ 까페 (N/ENG)
미자, 늘씬한 후배와 들어온다.
미자 넌 키도 큰 애가 왜 이렇게 높은 걸 신었어?
후배 그 오빠가 키 큰 여자 좋아한대매~
미자, 두리번거리는데
손 흔드는 정민이 보인다.
그런데 그 옆에 허름한 양복차림에
착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상철,
아주 못생긴 건 아니지만 절대 끌리지 않는
아저씨 타입이다.
미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한 표정으로 다가가는데
정민은 미자의 후배가 마음에 드는지
싱글벙글 일어나 인사한다.
정민 안녕하세요. 김정민이라고 합니다.
후배 (마음에 드는 듯) 네.. 민지현이에요.
상철, 미자에게 인사하려고 일어나는데 키 작다.
정민 (미자에게 상철소개) 여긴 내 친구 김상철. 여긴 최미자씨.
상철 (수줍은) 안녕하세요.
미자 안녕하세요.. (앉으며/E) 윤아말이 맞았다. (정민을 째려보는)
정민 (리드하는) 어뜨케.. 이왕 이렇게 만난 거 밥은 같이 먹을까?
시간경과. 일동, 밥먹고 있다.
정민과 후배는 하하호호 얘기가 잘 되는 분위긴데
미자와 상철은 어색하기만 하다.
미자 (슬쩍슬쩍 상철을 보며/NA) 좋게 말하면 겉멋 안들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착실한 스타일.. 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운 스타일..
상철 (미자와 눈이 마주치자 수줍은 미소)
미자 (NA) 좋게 말하면 바람피울 걱정없는 믿음가는 스타일.. 나쁘게 말하면 전혀 매력없는 스타일.. 이런 스타일이
진국이다. (또 정민을 째려보는데)
정민 그럼 이제 슬슬 찢어져 볼까? (지현에게) 우린 딴 데 가죠?
후배 (좋다) 네. (옷과 백 챙기는)
미자 (정민을 째려보는)
정민 그럼 둘이 오붓~한 시간 보내시고.. (상철 툭 치며) 잘해봐.
상철 (수줍은 듯 웃고)
미자 (E/정민보며) 뭘 잘해봐 임마!
후배 언니 갈게요-
미자 어-
정민과 후배, 나가고 미자, 상철과 단둘이 남자
더 답답한 듯 한숨이 나오는.
상철 취미가.. 뭐세요?
미자 (맛이 가는) 뭐.. 그냥 영화보고.. 그런거죠. (테이블 아래로 빠르게 문자보내는)
INS/ 휴대폰 액정. 빨리 전화좀 해줘.
상철 ... 참.. 미인이시네요..
미자 네? (어색) 네...
이때 휴대폰 울리고
미자 여보세요?
지영 (F) 어. 나야 왜?
미자 (놀란) 뭐라구? 어떻게~~ 알았어! 금방 갈게! (끊고) 어떡하죠? 친구한테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약간은 미안한 듯 옷과 가방 챙기는)
씬10/ 원룸거실 (N)
지영과 윤아, 앉아있고
미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다.
지영 어떤데~?
미자 ... 착해...
윤아 폭탄 맞네...
미자 ... 착하긴 진짜 착한데... 외모나 말투나.....
암튼... 아무런 관심도 호기심도 안생겨..
지영 근데 도대체 뭐가 진국이라는 거야~
윤아 남자들이 말하는 진국은, 자기몸에 들어가는 돈은 아끼고 친구들 술값은 안아깝게 내주는 친구, 예전이나 지금이나
패션에 신경안쓰고 그대~로 한결같은 촌스런 패션을 유지하는 친구를 진국이라고 한다니까~
미자 맞는 거 같다..
윤아 근데 너 진국들은 걸쭉해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데.. 조심해라.
미자 (응? 불안한)
씬11/ 미자방 (N)
미자, 들어와서 외투와 스타킹 등 벗고 있는데
휴대폰 울리고
미자 (무심히 받는) 여보세요..
상철 (F) 저기.. 저 김상철입니다.
미자 (엥? 싫은) 아 네...
상철 (F) 정민이한테 전화번호 물어봤어요..
미자 아 네..
상철 (F) 친구분 일은 잘 해결되셨는지..
미자 네.. 잘 됐어요..
상철 (F) 다행이네요..
미자 (어색한 침묵, 어후씨! 뒤틀리고 미치겠다)
상철 (F) 제가 오늘 재미없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미자 아 아니에요! 제가 먼저 일어나서 죄송하죠~
상철 (F) 저... 또 뵐 수 있을까요..
미자 네??
윤아 (E) 근데 너 진국들은 걸쭉해서 잘 떨어지지도 않으니까 조심해라.
미자 저기요, 죄송하지만.. 그 쪽은 제 타입 아니거든요?
상철 (F/잠시 침묵) 아 예...
미자 (순간 미안해져 버벅) 저기.. 아니.. 제가 좀 워낙 특이해서.. 그 쪽이 이상하단 게 아니라.. 예예..
그럼.. (끊고 더욱 미안해지는) 상처받았나? 아씨.. 괜히 착한 사람한테 너무했나..
씬12/ 주방 (N)
한밤 중. 거실 불이 켜지면,
잠시 후 영옥, 빈물병을 들고
힘없이 들어와 털썩 앉는다.
후... 긴 한숨이 나온다.
한켠에 검은 천으로 덮힌 콩나물에 물을 준다.
쪼르르... 물 떨어지는 소리를 말없이 듣다가
다시 천을 덮어놓고 꾸부정하게 나간다.
거실에 불이 꺼진다.
씬/ 집외경 (D)
씬13/ 마당 (D)
영옥, 쓸쓸한 미소띄며 하늘을 보는데,
보면 장독대 위에서 쪼그려 앉아있다.
그 밑에서 영숙과 혜옥, 암말도 못하고
침울하니 쪼그려 앉아있다.
영숙 (어렵게) 추운데 그만 내려와요. 감기 들어요.
혜옥 그래. 들어가자아.
영옥 (뜬금) 세상에 나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는 법인데... 복이다. 가는 순서도 맞추고.
영숙 (궁시렁) 별 게 다 복이유.
영옥 너도 순서 잘 맞춰서 와. 저거(혜옥) 먼저 보내지 말고.
숙/혜 (울컥해서 눈물 찍는)
영옥 (쓸쓸한 미소) 겁은 안나는데... (쩝) 아쉽다. 따뜻한 봄날도 한번 더 보고 싶고, 우리 미자 시집가는 것도
보고 싶고, 니들이랑 고스톱도 제대로 한번 쳐보고 싶고...
영숙과 혜옥, 숨죽이며 눈물 찍는다.
씁쓸한 미소띄며 멀리 보는 영옥.
씬14/ 거실 (D)
영옥, 신나게 착착 패 섞는다.
영숙과 혜옥, 침울하게 깔린 담요만 만지작...
영숙 (궁시렁) 맨날 치는 고스톱은 뭐할라구...
영옥 아 죽기 전에 한판을 돌아봐야지. 오늘도 한시간에 한판도 못 돌믄, 알어서들 해 그냥.
패 돌리는 영옥에서 <디졸브>
영옥 영숙 혜옥, 나름 긴장하고 패본다.
영옥 잠깐만... 잠깐만... (손에 쥔 패와 깔린 패를 보는) 청단 홍단... 다 깨졌으니까. 고!!
영숙 (패 던져 흐트리며) 에으. 삼광으로 나는 건데.
영옥, 황당해 눈 커지는데.
영숙 언니가 이겼수.
혜옥 (눈물+미소) 왠일이유. 우리가 한판을 다 돌구.
영숙 (눈물 찍는) 그르게... 왠일루 한판을...
영옥,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영옥 돌긴 뭘 돌아 돌긴?? 고랬잖아! 고! 고! 고! 고면 더 가야지! 왜 멈춰? 왜? 어떻게 끝까지 한판을 못
돌아 응? 에으!
영옥, 저벅저벅 주방쪽으로 가버리면,
영숙과 혜옥, 씁쓸한 한숨. 에유...
씬15/ 헬스장 (D/ENG)
미자, 런닝머신 뛰고 있는데
정민 다가온다.
정민 상철이랑 잘 안됐대매?
미자 (철렁, 속도줄여 멈추며) 그 사람.. 상처받았어요?
정민 아니 뭐.. 그 자식 진짜 괜찮은 놈인데 숫기가 없어서 그래~ 한 번 더 만나보지?
미자 (싫은) 아니요.. 내 타입은 진짜 아닌데..
정민 그래..? (가려다) 그럼 딴 사람 해줄까?
미자 .. 됐어요. (다시 속도 올리는)
정민 나만 지현씨랑 잘 되면 미안하잖아~ 이번엔 진짜 괜찮은 녀석으로 해줄게! 응?
미자 (생각있는)
씬16/ 방송국 연습실 (D)
미자, 열심히 화장고치고 있다.
지영, 그런 미자를 보는
지영 또 한다구?
미자 자꾸 한 번만 보래잖아~ 이번엔 진짜 멋있는 사람이라구.
지영 또 진국이면 어떡해.
미자 설마 또 그러겠냐?
이때 현우, 들어오자
미자, 깜짝 놀라 후다닥 화장품 치우는
현우 선보러 가나보죠?
미자 (민망) 아니요..
지영 (쿡 찌르며) 그러게 화장실 가서 하라니까.
미자 (궁시렁) 하여간 딱딱 맞춰서 들어와. 딱딱.
씬17/ 대문 앞 (D)
담배꽁초 바닥에 몇 개 떨어져 있고,
교복입은 남학생들 셋 쫄아있고,
영옥 영숙 혜옥, 서 있다.
영옥 (뒷짐 지고) 내가 말이다, 가야 되거든.
그 말에 영숙과 혜옥, 돌아서 흑! 우는.
애들, 이 색다른 액션은 또 뭔가 싶고.
영옥 가야되는데, 이 꼴을 보고는 못 가거덩. 어뜩할래? 나... 가게 해줄래?
학생 ... (멋모르고) 예.
그 말에 영숙과 혜옥, 냅다 달겨들며
숙/혜 (때리며) 이런 나쁜 눔이 시키들! 누구보고 가래? 어? 누구 보고 가래?
영옥 쓰으!
숙/혜 (멈추고, 그러나 분한) 이 나쁜 놈의 시키들...
분한 영숙, 보다가 에잇! 한대 더 때리자,
혜옥도 따라 때리고, 영옥, 말리는.
씬18/ 까페 (N/ENG)
미자, 들어와 두리번거리는데
전화온다.
미자 (받고) 여보세요?
준혁 (F) 미자씨?
미자 네..
준혁 (F) 전 미자씨 보이는데요.
미자, 두리번거리면
휴대폰 든 채 손짓하는 준혁.
깔끔한 외모에 괜찮아보이는.
미자, 흠.. 나름대로 만족하는 표정으로 가 앉는
준혁 안녕하세요.
미자 안녕하세요.
준혁 정민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성우시라고..
미자 네.. (호감있는)
시간경과. 좋은 분위기로 얘기하는 두 사람 모습
미자, 빨때로 음료수 마시고 있다.
미자 주말엔 주로 뭐 하세요?
준혁 주말엔 고향에 내려갑니다. 저랑 동생들이 다 서울에 올라와 있어서 어머님이 많이 적적해 하시거든요.
미자 네.. 형제가 많으세요?
준혁 제 밑으로 남동생 하나, 여동생 둘 있죠.
미자 네.. (빨때로 음료마시며/E) 장남이다..
준혁 근데 자식이 많으면 뭐합니까. 그 녀석들 하루에 한 번도 어머니께 전화를 안드려요. 그렇게 신경좀 쓰라고
하는데도 말을 안듣네요.
미자 네.. (음료마시며/E) 장남에.. 효자다..
준혁 어서 며느리 보시고 손주도 안아보셔야 할텐데.. 제가 불효자죠.
미자 (E) 정말 효자다..
씬19/ 원룸거실 (N)
미자, 지영, 윤아, 얘기하는
미자 (무심하게) 장남에 효자야.
윤아 (헥??) 웬일이니!
미자 사람은 괜찮은데..
윤아 됐다됐어! 잘못 정들었다 큰~일 난다.
지영 야, 그렇게 얘기하지마~ 효자면 훌륭한 사람이구만 왜?
윤아 너무 훌륭한 사람이니까 문젠거지~ 너 절대 피해야할 남자가 어떤 남잔 줄 알어? 첫째, 의리에 죽고사는 남자!
친구한테 보증 서주고 돈 떼이고 마누라랑 싸우고 집안 쑥대밭 되도 친구는 안미워하는 남자. 그런 남잔 그냥 결혼하지 말고
친구랑 살라 그래~ 둘째, 장남에 책임감 강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게 인생목적인 남자! 와이프 하녀 만들지~ 난 그거 집안
이기주의라고 봐. 하여간 남자들이 괜찮다는 남잔 못믿는다니까?
미/지 (새겨듣는)
지영 (윤아보고) 근데.. 넌 꼭 한 번.. 아니 몇 번은 살다 온 애 같다..
윤아 뭐? 이게 처녀한테 (쿠션으로 퍽 때리며) 못하는 소리가 없어!
씬20/ 주방 (N)
부록, 놀랍고 충격적인 표정
영숙, 눈물 찍고 있다.
부록 ... 그,그게 그니까 먹고 싶은 거 먹고, 죽으라는... (철렁)
영숙 자네한테는 입 다물라고, 가는 날까지 평소처럼 살다 갈꺼라고, 오늘 고스톱 치고, 동네 애들 잡고...
그러는데. (눈물 찍는)
부록 (떨리는) 아니 당장 병원에 모시고 가야...
영숙 노인네 갈 때 돼서 가는 걸 병원에 간들 무슨 수로 막아?
부록, 맥이 쪽 빠지면서 떨리는데,
영숙 모른 척 하게. 괜히 앞에서 티내지 말구.
그때 영옥, 힘없이 들어오며
영옥 방이 할미네 부주는 했냐?
부록 ... (침울) 이따가... 갈려고.
영옥 삼일장이니까 오늘은 꼭 가야돼.
부록, 고개 떨구고 있는데.
우현, 들어오다가 나가는 영옥에게
우현 사돈어른 왜 이렇게 힘이 없으세요? 뭐 맛난 거 해드릴까요? (크게) 좋아하시는 게 뭐에요?
천천히 우현을 노려보는 부록.
씬21/ 부록방 (N)
부록, 죽어라 우현을 팬다.
부록 (슬프다)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임마! 감히! 어따대구! 좋아하는 게 뭐냐구! 그런 막말을 임마!
우현, 영문 모르고도 그냥 맞는다.
부록 (울먹) 너 좋아하는 게 뭐야? 일주일 동안 너나 그것만 먹어! 너나!
나름 죽으라는 욕이다.
씬22/ 미자방 (N)
미자, 괜히 방바닥 손으로 문지르며
통화하고 있는
미자 아니요.. 제가 좀 바빠서..
준혁 (F) 그럼 언제쯤 시간이 나세요?
미자 글쎄 그게.. 나중에 제가 연락드릴게요. (E) 장남에 효자만 아니었으면 한 번쯤 더 만나봤을까?
준혁 (F) 저기 혹시... 제가 장남이라서 부담스러우세요?
미자 (화들짝) 예?? 아 아니요!!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저기.. 사실은.. 제가 또 만나는 사람이 있어갖구!
죄송해요! 아뇨! 정민씬 몰라요! 제가 참 나쁜 여자죠.. 예.. 죄송해서 어떡하나.. 예 그럼..
미자, 끊고 진정하느라 애쓰는 모습에
미자 (NA) 이 남자.. 장남이란 이유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던 걸까..?
미자, 침대에 확 엎드리는
미자 (NA) 남자들이 말하는 진국들은.. 아마 모두 괜찮은 남자들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이상형이 아닐뿐. 난 이
착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싶지 않다.. (ON)그러니까 남자가 해주는 소개팅은 하질 말아야돼~~
미자, 괴로워하는데서-
씬/ 동네전경 (D)
씬23/ 거리 일각 (D) - ENG
영옥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멈춰서 풍경을 돌아본다.
영옥 (나즈막히) 가야지... 왔으면 가야지...
영옥 걸어가는 뒷모습이 안쓰러운데.
문득 멈춰서 휘 돌아본다.
앙상한 플라타너스만 가득하다.
영옥 ... 그 많던 버드나무는 다 어디로 갔누.
쓸쓸히 휘 둘러보다 다시 간다.
플라타너스 사이로 사라지는 영옥.
씬24/ 거실 (N)
영옥 영숙 혜옥, 멍하니 TV를 보는데,
부록, 신나서 뛰어 들어온다.
부록 어머니! 어머니! 제가 유명한 집에서 점을 봤는데요,
숙/혜 (기대에 찬 표정)
부록 어머니 더 오래 사신답니다. 아주 오래 사신대요.
영숙 (반가운) 거봐 내 뭐랬어. 그 집 아니랬지!
영옥 (티 안나게 안도)
부록 제가 유명하다는 집만 다섯집을 돌아봤는데요, 다들 저보다 오래 사신데요 어머니.
영옥 (잉??)
부록 (감격해서 눈물이 날 지경) 어머니~~
하며 얼싸 안기려는데,
영옥, 에이! 하며 냅다 밀쳐버리는.
부록, 나가떨어지고.
부록 ... ??
영옥 야 이눔아! 자식보다 더 살면 그게 욕이지 복이냐? 어?
부록 ...!!
영옥 (방으로 가며) 에으에으. 죽어야지, 죽어야 돼.
문 쾅!! 요란하게(안되면 E라도) 닫히는.
어리둥절한 부록의 표정.
씬/ 집 외경 (N)
씬25/ 할머니방 (N)
영옥,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영숙과 혜옥, 들어오자
영옥, 짐짓 빨래 개는 척 하는데,
영숙, 영옥 뒤에 앉아 영옥 뒷모습 한참 바라본다
혜옥 (TV보다 문득) 그 점쟁이 말이 틀린 거면, 나 시집간다는 것두... 물 건너 간건가?
영숙, 베게로 혜옥 내리친다.
혜옥, 분위기 보고 조용해지는
영숙, 영옥의 등 쓰다듬으며 울컥한다.
영숙 (울먹) 그렇게 꼿꼿하더니만... 굽었네...
영옥 (미소) 다... 가는거야... 나두... 너두...
언젠간 갈 거... 아등바등하지 말자....
영숙, 갑자기 영옥 무릎위에 눕는다
영옥 이게 갑자기 왜 이래?
영숙 나 귀좀 파주슈. 귀가 간지려
영옥 니가 파 이년아~ 넌 손 없냐?
영숙 그래두 난 언니가 파주는게 시원해. 옛날에두 언니가 파주면 10리 밖에서 아버지 오는 발소리두 다 들렸잖수.
영옥 뻥은...
영옥, 못이기는 척 영숙 귀 파주고
무릎 베고 누운 영숙 눈이 빨갛다.
영숙 아! 아퍼~
영옥 참어 이년아~ 오메~ 왕건이 나왔네. (혜옥 보며) 야! 너두 일루와!
혜옥, 다가오고 영숙은 무릎 베고 누운채로
할머니 셋 두런 두런 얘기하는 모습에서 코드. F.O.
씬26/ 헬스장 (N/ENG) - 에필로그(스크롤)
F.I. 미자, 런닝머신 걷고 있는데
정민, 인상쓰며 미자 주위를 맴돌고 있다.
미자 (????)
정민 (기분나쁜) 미자씨... 만나는 남자 있었어요?
미자 (헉!) 아 아니요..
정민 나 준혁이한테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미자 그게... 그니까 아주 잠깐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없어요~
정민 (???) 은근히 사생활 특이하구만~? (하며 가는)
미자 아 아니.. 어후 미치겠네.. (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