玩月(완월)
윤선도(尹善道:1587~1671)
본관은 해남(海南).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 해옹(海翁). 시호는 충헌(忠憲).
화가 공재 윤두서의 증조부이며, 다산 정약용의 외 5대조부이다.
조선 시조시가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며, 오우가(五友歌)와 유배지에서 지은 시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로 유명하다.
푸른 바위 아래서 달구경 하는데
玩月蒼巖下 완월창암하
날아다니는 모기들이 천둥소리를 내는구나
飛蚊作雷聲 비문작뢰성
무서워서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畏之欲入室 외지욕입실
밝은 가을 달을 품으려니 어찌할 수가 없네
無由抱秋明 무유포추명
차라리 온몸이 가렵더라도
寧將遍身癢 영장편신양
마음 크게 먹고 이곳에서 즐기련다
博此一心情 박차일심정
네 마음대로 물고 뜯고 하지만
啖咋任汝爲 담색임여위
머지않아 서릿발 칠 때가 있을 것이다.
霜風會有時 상풍회유시
*
윤선도의 시가(詩歌)에 대해 졸업논문을 썼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분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이, 무턱대고 시도했지만
1년 가까이 매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분의 작품도 사상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름없이 아직 구름 속을 헤매고 있을 뿐이다.
이덕무의 『蟬橘堂濃笑(선귤당농소)』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畵而不知詩意 화이부지시의
畵液暗枯 화액암고
詩而不知畵意 시이부지화의
詩脉潛滯 시맥잠체
【뜻풀이】
그림을 그리면서 시(화제)의 뜻을 모르면
채색의 조화를 잃게 되고
시(화제)를 써 놓고도 그림의 본뜻을 모르면
시의 맥락이 꽉 막히게 된다.
예전에 취중에 서예가(書藝家) 선생님과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례하기가 짝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우(愚)를 범한 적이 있다.
“평생 본인의 체(體)도 없이, 남의 글씨만 베껴 쓰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글조차 본인의 뜻으로 한문(漢文)으로 쓸 수도 없는데......”
어쩌면 그분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글은 말을 다할 수 없고
書不盡言 서불진언
말은 뜻을 다할 수 없어
言不盡意 언불진의
상을 세워서 뜻을 다 한다.
立像盡意 입상진의
『周易』
소식(蘇軾)이 왕유(王維)의 시와 그림을 비평한 유명한 말이 있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
詩中有畵 시중유화
그림 속에 시가 있다.
畵中有詩 화중유시
근래의 시들을 보면 그림도 풍류도 음악도 사람도 없다.
저마다 무슨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벙어리냉가슴 앓듯이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웃고
덩달아 손뼉 치고 따라 웃고
웃다 보니 같이 실성하고
쪽파, 대파 만들어 서로 누가 양파인지 떠들어댄다.
정조(正祖)의 문체반정(文體反正) 운동이 절실하다.
(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