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피는 꽃>을 읽고서
아이랜드 시인 예이츠는 시의 소재를 자기의 일상생활에서 택하여 사물과 사건과 인물을 리얼하게 끌어 들어 독자의 호감을 사는 시를 썼다고 한다. 주순보 시인의 시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A.무구의 극치
더불어 피는 꽃은
한결 순박하고 아름답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바로 이웃에 보물을 두고 굳이 멀리 떠나 빈손으로 돌라오는 욕심쟁이의 심보가 없는 순수함이 돋보인다.- 텃밭 놀이 17의 부분
(전 line들 생략)
황령산 초입의 유기농 텃밭마트
날마다 푸른 상표 넘실대고 있다.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작물과 무언의 대화가 순진무구하다)
B.빛나는 객관적 상관물
시인이 가꾸는 텃밭의 채소를 상관물로 하여 ‘내손에서 벗어난 아들’를 생각하는 모정이 짜릿하다 :그래 ,독립/어설퍼도 스스로 사는 법 배워가듯/단비에 소갈증을 풀어댄다.
-텃밭놀이 12의 부분
C. 워즈워스는 시의 소재는 일상에서 찾고 일상어로 표현해야 감동을 준다고 한다.
시인이 거주하는 동네 산 황령산의 편백숲을 친구들과 거니는 日常이 활동사진 같다.
-부산남구황령산 편백숲 그늘 아래
몸을 누이면 폐부 깊숙이 흐르는 옹달샘
퐁
퐁
퐁
물관을 타고 오른 편백나무가
부럽다 힘껏 뿜어대는 피톤치드
--편백숲에서의 일부
D.곧 다가올 동장군과 맞설 그대 이름 시금치
자세히 보아야 한다
너의 이름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보아야 어여쁘다
초겨울 펜촉처럼 세상 문을 연
나와의 인연으로 태어난 시금치란
이름이다 동장군과 맞서야 할.
-텃밭놀이24 전문
이시를 읽으니 지하철 승객을 꽃잎으로 본 이미지즘 시를 주도한
아래의 파운드 Pound (1885-1972)시가 떠오른다.
지하철역에서
군중 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얼굴들
축축한, 검은 나뭇가지의 꽃잎들.
-전문(全文)
이 시는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사상이 배제된 정확하고, 선명한, 객관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 내고 있다.이미지즘의 시는 심각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사물과 현상에서 포착한 특징적 사건과 의미 또는 인상을 감각 이미지로 재현하여 그 이미지들의 중첩이 주는 새로운 발견과 지적 충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드러난 이미지 그 자체의 미적 효과가 더 중시된다.
주순보 시인도 시금치를 동장군이라는 이미지를 끌어들어 사물의 직접적, 구체적 묘사로 명확한 이미지를 제시한 시로 보여 진다.
--이상으로 독자(이종호)의 한 사람으로 느낀 점을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