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할을 맡든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 이범수가 지난 5월 22일 한 여자의 남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아내 이윤진씨는 춘천 MBC 아나운서로 데뷔한 이력이 있는 방송인이자 세계여성포럼,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등 굵직굵직한 국제회의를 담당하는 통역가. 사실 우리에게 그녀는 가수 비의 영어 선생님으로 더 익숙한데, 이범수와의 만남 역시 그 출발은 ‘사제지간’이었다. 2년 전 영어 선생님과 학생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카페에서 만나 영어 과외를 했다. 두 사람 모두 말수가 적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 탓에 가까워지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범수씨가 워낙 주관이 뚜렷하고 의사 표현이 분명하다 보니 처음엔 무조건 거기에 눌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명색이 선생님인데 야무지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엄청 노력했죠(웃음).”
당시 이윤진씨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었는데 한번은 밤새 원고를 쓰느라 다음 날 과외 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한 적이 있다. 그때 지각한 사연을 들으며 그녀가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범수가 다음 과외 시간에 원고 쓸 때 사용하라며 그녀의 이니셜을 새긴 만년필을 선물했단다. 원고는 당연히 펜으로 쓸 것이라고 짐작한, 세대 차이에서 오는 이범수의 아날로그식 사고 탓에 한바탕 웃은 사건 뒤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허물없이 가까워졌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시기에 자연스레 연애 감정을 품으면서 수업보다는 사심 있는 대화의 양이 늘어갔고 1년 전 자연스레 연인이 됐다. 주로 양재천을 걸으며 데이트를 하고 백화점보다는 재래시장에서 쇼핑을 한다는 이들은 소박한 행복을 아는 커플이다. “연애할 때부터 결혼은 봄에 하자고 얘기했었거든요. 작년 겨울쯤 결혼 시기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드라마 ‘자이언트’ 촬영이 내년 11월쯤 끝나니 그다음 해, 그러니까 2011년 봄에 결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아내가 펄쩍 뛰면서 ‘일이 중요해, 사랑이 중요해’라고 묻더군요. 그 질문을 받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당장 결혼하자고 했죠.”
모던함과 오리엔탈의 믹스 앤 매치, 동남아 레지던스 콘셉트의 거실
이범수・이윤진 부부는 신혼집을 꾸미면서 주상 복합 아파트의 특성상 집 안 구조까지 대대적으로 바꾸는 큰 공사는 어렵기 때문에 애초부터 벽지만 시공하고 나머지는 오브제와 데커레이션에 힘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두 사람 모두 직업상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니 집만큼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인 동남아 레지던스 스타일을 떠올렸다. 동남아의 레지던스 호텔들은 인테리어에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리넨 등 자연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이범수 역시 눈과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화려한 컬러는 피하고, 메인 컬러는 대지의 기운을 머금은, 자연에 가까운 컬러로 하되 그린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신부가 섬세하다고 감탄해 마지않는 이범수 특유의 손길이 느껴진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나뭇잎 모양의 오브제 선택과 투명한 로즈 볼에 모래와 산호를 담은 아이디어도 모두 그의 감각. 원근법에 따라 가구를 배치한 것에서도 센스가 엿보인다. 원근법 배치는 멀리 있는 것은 작아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커 보이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거실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는 키가 높은 가구나 화초를, 현관이나 방문 등 먼 곳에는 키가 낮은 가구를 배치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같은 원근법 배치로 인해 거실에 앉았을 때 공간이 한결 넓어 보인다.
효율성에 미적 감각 입힌 배치의 기술
이들의 신혼집에는 ‘상식’을 벗어난 인테리어 요소들이 많다. 소파의 경우 벽면에 딱 붙여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과감하게 거실 소파 뒤 공간에 콘솔을 배치하고 그 위에 다양한 인테리어 오브제를 놓았다. 이러한 배치로 인해 시각에 따라 이중적인 연출이 가능한데, 현관에서 들어와 정면에서 바라보면 소파에 콘솔이 가려져 이국적인 오브제들이 둥둥 떠 있는 듯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다이닝 공간에서 측면 각도로 바라보면 소파와 콘솔이 모두 보이는 멋스러운 광경이 연출되는 것. 서재에는 책상 두 개를 ㄱ자로 배치해 부부가 서로 바라보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침실 인테리어에서도 그의 감각이 엿보이는데, 침실을 더 넓게 쓸 겸, 그리고 아내의 화장품을 ‘배려’해 메이크업 제품 몇 개만을 꺼내놓고 나머지 기초 화장품은 화장품 냉장고에 넣을 계획으로 일부러 수납공간이 없고 자리를 덜 차지하는 콘솔을 마련했다. 베이식한 콘솔 디자인의 단조로움을 커버하기 위해 화려한 베네치안 거울을 배치한 점도 돋보인다. 커튼에는 남편을 위한 아내의 배려가 담겨 있다. 촬영 때문에 밤낮이 수시로 바뀌는 남편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거실과 침실의 커튼은 빛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안막 커튼을 달고, 포인트를 주기 위해 가죽 레이저 커팅된 패턴 커튼을 양쪽에 한 폭씩 달아 분위기를 살렸다. 패턴 커튼은 실용적인 안막 커튼에 비해 가격이 고가이지만 꼭 커튼의 용도뿐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도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구입했다. 10년도 더 된 아파트지만 큰 공사 없이 전혀 다른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똑똑하게’ 계산한 가구 배치와 센스 있는 오브제 선택 덕이다.
‘디자인광’ 남편의 깐깐한 소품 취향
이범수는 까다로운 남자다. 어떤 것에 까다롭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혼집 인테리어의 총 스타일링을 맡은 스타일리스트 조희선씨에 의하면 그는 집 인테리어를 의뢰했을 초기부터 마감재는 물론이고, 집 안에 들이는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표현해 오히려 일하기가 편했단다. 미대 진학을 고려할 정도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캔버스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이범수는 그림 실력만큼이나 디자인에 대한 안목도 뛰어나다. 직접 디자인해 화제가 됐던 청첩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살인적인 드라마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신혼집을 부부만의 색깔로 완성해 갔다. 뜻밖에도 아내 이윤진씨가 목소리를 낸 부분은 극히 일부분. 남편이 큰 그림을 그리면 함께 상의하고 소심하게(?) 의견을 내는 정도였다고. “남편이 워낙 이쪽에 관심이 많으니 전 그냥 그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에요. 제가 그릇 하나를 사오면 그 그릇을 가운데 두고 한참 얘기를 나눌 정도예요. 전 그냥 그것 자체로 좋아요. 남편의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그건 독단이나 고집이 아니라, 저에게 모든 걸 설명해 준 후 선택한 것이거든요.” 실제로 미술뿐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결혼 전에도 해외 촬영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돌며 명화 포스터나 그림 등을 사다 나르는 게 일이었을 정도. 신혼집을 꾸미면서 그동안 특별히 아끼느라 고이 모셔두었던 그림들을 하나둘 방출해 집 안 곳곳을 꾸몄다. 게다가 계절별로 어울리는 무드의 그림으로 바꿔 걸 정도로 그림에 대한 애착도 안목도 뛰어나다
첫댓글 만년필 선물에 빵터졌네요~~편안해 보입니다
그러게요..
음....배우와...미술...어울리네요 ...
멋져요
정말 멋지네요
전부인 배가 아프게따잉~~ 첫결혼실패이유가 홀시어머니랑 함께 사는동안 촬영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는 남편(이범수)과의 갈등때문이었다는데용~이해는 되지만 조금만 참으시징~~ㅎ 근데 이번엔 퍼팩트 신혼분위기라 다행이네욤~
새로운신혼집이군여 ㅎㅎ 멋지네여 ㅎㅎ 깔끔하니 ㅋ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