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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사랑방 스크랩 "와인" 그 이름을 부를때 그는 하나의 시가 되다
6기 정두호 추천 0 조회 33 07.05.23 09: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보르도 와인  이름의 유래

방어용 마을(Bastide)’과 ‘요새(Fort)’들. ‘백마(Cheval‎! Blanc)’를 탄 ‘탈봇(Talbot)’ 장군은 ‘카스티용(Castillon)’ ‘전투(Batailley)’에서 패배했다. ‘기사(Cheval‎!ier)’들의 시대는 끝나고 ‘대포(Canon)’를 앞장세우는 시대가 도래 했다. 로마시대에 ‘오존(Ausone)’은 이미 보르도의 ‘아름다운 경치(Beau Site)’를 노래했다. ‘석호(La Lagune)’ 너머에서 ‘상쾌한 산들바람(Belle Brise)’이 불어오고 ‘피브랑(Pibran)’ 개울을 따라 ‘하얀 자갈(Caillou Blanc)’들이 깔려 있다. 숲에서는 ‘티티새가 노래하고(Cantemerle)’ ‘오솔길(Allee)’ 따라 저 멀리 ‘탑(Latour)’이 우뚝 서 있다. ‘양(Mouton)’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맑은 공기(Belair)’가 느껴진다. ‘작은 마을(Petit Village)’ ‘교회(L'Eglise)’에서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Angelus)’가 울린다. ‘베드로(Petrus)’의 ‘복음(L'Evangile)’을 전하는 소리인가. ‘낙담(Spleen)’은 없을 것이며 ‘영광의 찬가(Gloria)’만이 있으리라. 석양이 지면서 ‘언덕(Cos)’은 ‘분홍빛 산(Montrose)’으로 물들고, ‘얕은 능선(Lafite)’의 ‘아름다운 거처(Beausejour)’, ‘남작(Baron)’과 ‘백작 부인(Comtess)’의 ‘저택(Mayne)’ ‘곳간(Lagrange)’은 풍요로 가득 차 있다. ‘꽃(Lafleur)’들과 ‘소나무(Le Pin)’, ‘아름드리 느릅나무(Orme)’들이 정경을 이루고 있다.

 

보르도 와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위에 쓰인 단어들이 다 와인 이름이거나 그 중 일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르도에서 유명한 와인 이름으로 에세이를 쓴다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인을 알아가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이름을 외워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보르도 와인이라면 프랑스어 표현의 의미들을 이해할 때 훨씬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소유주들이 귀족이었던 경우는 남작, 백작부인, 후작(Marquis) 같은 이름들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작위 외에 소유주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경우는 허다하다. 린쉬(Lynch), 브로운(Brown), 팔메(Palmer), 세귀(Segur), 바르통(Barton) 등은 과거 혹은 현재까지도 샤토를 소유했던 가문의 이름들이다. 포도나무들은 언덕 사면에서 더 잘 자라므로 라피트, 코스, 퓌(Puy) 같은 단어들은 다 유사한 뜻을 지니고 있다. 자갈밭은 배수가 잘 돼서 포도나무들이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뿌리를 길게 뻗으므로 카이유, 그라브(Grave) 같은 이름은 척박하지만 포도에는 어울리는 토양을 뜻한다. 중세에는 교회에서 와인 생산의 전통을 지켜왔으므로 성인들의 이름과 복음, 교황(Pape), 십자가(Croix), 임무(Mission) 같은 단어들이 샤토 이름이 된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마을들도 성인들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세인트를 프랑스어로는 생(Saint)이라고 발음하니 생테밀리옹, 생 줄리앙, 생테스테프 등은 다 종교적인 느낌이 드는 지명인 것이다.

 

보르도는 로마시대에 아키타니아, 즉 물의 나라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대서양과 지롱드 강이라는 큰 물에 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보르도는 보르 도(Bord d'eaux)라고 분절해서 쓰면 ‘물 가’라는 의미가 된다. 포도나무의 생장에 있어서 물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지명이다. 대서양과 지롱드 강 사이에 있는 곳은 메독이다. 1855년 그랑 크뤼 분류로 인해 보르도를 상징하는 최적의 와인 산지다. 메독(Medoc)은 ‘가운데 위치한 땅’이라는 뜻이다. 지중해(Mediterranean Sea)는 유럽과 아프리카 한가운데 있어서,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문명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서 발달해서 그런 지명이 되었다. 앞에 메가 있으면 중간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면 맞다. 미디엄이나 메조소프라노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지명이나 이름은 오랜 역사나 환경을 반영한다. 보르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샹베르탱(Chambertin)은 베르탱의 들판(Champs)이라는 뜻이다. 샹젤리제는 신화 속에서 영웅이 죽으러 가는 곳이지만, 전설에 의하면 베르탱이라는 사람이 포도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이 와인도 샹베르탱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사시카이아(Sassicaia)의 사소(Sasso)도 토스카나 방언으로 자갈을 뜻한다. 이름 속에 담긴 이런 의미들을 알 때 와인은 훨씬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고형욱 와인 칼럼니스트

출저:헤럴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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