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가지 이상의 트라우마를 갖고 산다.
꽃길만 걷고 싶어한다.
눈 앞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가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은 따뜻하다.
그렇게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예기치 않는 일들이 발생한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
왕따를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거나
대학입시에 떨어지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 가슴에 비수를 꽂거나
인간관계속에서 처절하게 짓밟힘을 당하거나
가족이 나를 배신하거나 학대하거나
견딜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받기도 한다.
견딜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머리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 이건 꿈이야! 잠시후 눈을 뜨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거야 ㅠㅠ "
그때 누군가가 따뜻하게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고 위로해주면 좋지만,
꼭 그렇게 고통받을때는 아무도 없이 혼자 허허벌판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극도의 공포심, 외로움, 절망감, 자신에 대한 미움....
내 마음속의 수많은 어둠의 그림자들이 나를 감싸버린다.
이 순간만큼은 살기 위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어렵혀진 영혼을 숨기고 싶어할 것이다.
어두운 방안에 갇혀있는 소녀는 결국 한줄기 빛 조차도 두려워서
결국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다.
그렇게 해야만이 살수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내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한다.
들어와서는 안된다.
시원한 바람조차도 이제는 무서운 태풍이 되어버린다.
따스한 햇살조차도 이제는 내 몸을 타게 만드는 거센 불이 되어버린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의 말 한마디 조차도 이제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들려버린다.
타인의 환한 웃음조차도 이제는 사악한 마녀의 독화살처럼 느껴진다.
누군가가 건네는 그 손 조차도 이제는 지옥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모든 것을 거부한다.
하나.. 둘... 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마음의 문이 닫혀간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 고통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다시 살아간다.
아니, 철저하게 자신을 봉쇄하며 괜찮은척 하며 애써 살아간다.
꿈인것처럼...꿈이였으면 하는 두려움을 갖고...
그러나 내 삶은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하려도 해도 문이 닫혀버린다.
사람을 만나도 대화의 문이 닫혀버린다.
예전에 갖고 있는 꿈이 사라지면서 희망의 문이 닫혀버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두려움이 찾아와서 알아서 막아버린다.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고통만 일어난다.
막연해진다.
답답해진다.
두렵기만하다.
이 넓은 우주에서 나를 잃어버린다.
그렇게 견디고 또 견디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둠속에 갇힌 소녀를 잊어버린다.
아니 숨긴채 살아간다.
두번 다시 소녀를 이 세상속에서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한번더 소녀가 상처를 받게 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범한척 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다시 꽃길을 걷게 되면 참으로 좋을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멍청하지도 않다.
우리의 무의식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알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 살아가지만
작은 상처에도 우리는 울부짓는 아기처럼 괴로움을 느낀다.
애써 외면하면서 웃으려고 할 것이다.
" 난 이제 괜찮아요!!! 하하하 "
" 난 이제 강해졌어요 !!! "
속으로는 잔뜩 긴장하고 경계를 하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겉과 속이 딴 사람처럼 자신을 숨기며 살아간다.
이것이 최선인것처럼...
이렇게 하면 더이상 상처를 받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을 하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 깊은 내면에서 무언가가 두드린다.
" 언니! 나 이제 무서워 "
" 형! 나 죽을것 같아, 나좀 꺼내줘 "
" 엄마! 나 안아줘 "
" 아빠! 놀이터에서 같이 놀러가자 "
"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를 이 무서운 곳에 가둬놨어 ㅠㅠ "
내 안의 꼬마는 울부짖으면서 나에게 애원을 한다.
그러면 나는 어찌할지 모를 정도로 크게 당황을 한다.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그동안 잘 숨기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모른척하며 겨우 숨을 쉬고 살아왔는데...
영원히 숨길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살아왔는데...
우리의 내면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르린다.
내가 밥먹을때, 잠을잘때, 사람을만날때, 일을할때..
매 순간 순간 거침없이 문을 두드린다.
살려다라는 애원을 하면서....
나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순간 꼬마를 숨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피할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다시 꼬마의 손을 잡고 두려운 세상을 살아갈지?
영원히 숨긴채 마음의 문을 닫은채 살아갈지?
사실 선택권이 없다.
당연히 꼬마의 손을 잡고 다시 세상속에 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꼬마는 아무런 힘도 없고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의 나는 꼬마에 비해서는 훨씬 강해졌고 똑똑해졌다.
최소한 꼬마를 지켜줄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한채 어둠의 문을 열고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칼바람이 서서히 시원한 바람이 되어서 내 가슴을 적셔준다.
뜨거운 태양빛이 서서히 따스한 햇살이 되어서 나를 포근히 감싸준다.
사악한 사람들의 비웃음이 서서히 나를 향한 미소가 된다.
내 목을 조이는 사람의 손이 서서히 내 머리를 감싸주게 된다.
물론 어둠속에서 갈고 닦았던 나를 지킬수 있는 무기를 갖은채...
두번다시 순진하게 당하지 않을테야!!!!
이제는 나를 지킬거야, 좀더 냉정해질테야!!!
순수한 꼬마와 현명한 어른이 함께 팀이 되어서 다시 살아간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더 강해진다.
그러면 더이상 두렵지 않다.
물론 두려움이 찾아오지만 두려움에 취한채 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최소한 눈을 뜬채 삶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눈 앞의 장애물은 피하게 되고,
눈 앞의 개울가에서는 손을 씻고,
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피하게 되고,
손을 내미는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등
세상을 멀리볼수 있는 지혜의 눈을 갖게 된다.
누구나 한가지 이상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내 안의 꼬마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가?
내 안의 꼬마를 외면하고 방치하고 있는가?
꼬마가 두드리는 문 소리가 들리고 있는가?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최악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제 내가 지하실로 내려가서 꼬마를 만나야 한다.
" 너 잘못한거 없어!"
" 이제 그곳에 숨지 않아도 돼!"
" 이제는 내가 지켜줄께"
" 내 손을 잡고 빛이 있는 곳으로 놀러가자"
" 두려워하지마, 이제 끝났어 "
한국 최면치유 연구소장
김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