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백덕산 눈꽃 산행
2003. 1. 19
모처럼 칠곡군 산악회에서는 강원도 백덕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겨울 설경에 신비경을 고루 갖춘 깊고도 웅장하고, 백가지 덕을 쌓아 오를 수 있다는 유래를 갖인 백덕산은 강원도 평창군에 소재하고 있으며 해발 고도 1,350m이다. 나는 평소 등산 시, 마치 바람난 사나이처럼 혼자 집을 떠나오니 아내께 조금 미안한 감을 든다. 오늘은 군청직원들과 가는 코스라 도시락을 지참하여 05시 15분 경산역으로 향한다. 플랫폼에 오니 닭 울음소리가 새벽공기를 흔든다. 입가에는 하얀 김이 호호 날리나 등반하기에는 좋을 것 같다. 어두컴컴한 왜관역에 내려 군청에 오니 덩그런 버스가 일행을 기다린다. 시동과 함께 회원을 태운 차가 출발한 시각은 6시 50분. 칠곡IC에서 회원을 더 태우니 서른 명 가까이다. 중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 버스는 8시 반경, 안동휴게소에 닿아 모닝 커피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
잠시 후, 안동을 통과하니 오늘 일정을 소개한다. 등산코스는 강원도의(태백산,백덕산,계방산) 3대 명산으로 설화와 눈꽃능선으로 유명한 산이며, 우리나라 5대 보궁 명산중 하나인 백덕산을 가는 중이며, 코스는 해발 820m 지점인 문재터널에서 출발 - 오름길-헬기장- 사자봉 정상- 눈꽃능선-백덕산 정상-삼거리-능선따라 하산길-묵골로 내려오는 과정이다.
드디어 목적지 안흥면 경계, 문재쉼터에 오니 10시 20분.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베낭을 풀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여 터널 입구부터 가파른 눈길을 오른다. 조금 오르니 임도랑 오솔 길이다. 우리는 Z코스 임도를 따라 한 시간을 오르니 눈덮힌 헬기장이다. 여기서 휴식 후, 대 숲 길을 걸으니 구름사이로 아침햇살이 부신다, 여기서는 서산대사의 명언 ‘눈 밟으며 들길 가는데 모름지기 비틀걸음 걷지마라. 오늘 나의 발자취 뒷사람의 이정표 되나니 ‘라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내 앞뒤로는 산 꾼들이 즐비하게 오르는데 아이젠 소리는 철거득 철거득 군인들의 행보처럼 들리고 배낭 위로는 눈꽃이 폴폴 나비처럼 난다. 능선 길 나무 가지에는 형형색색 리봉들이 눈보라에 팔락거리니 구리산악회, 치악, 마포, 가락, 백송, 감실우리, 사계절, 이름도 고운 칠보산악회 등이다. 지금 능선은 마치 몇 년 전, 폭설 속 민주지산을 군청회원들과 악전고투하며 오르는 기분이다. 한참을 오르니 봉긋 솟은 바위산이 눈앞을 가로막아 한 바퀴를 도니 재미있다. 걷다 지치면 초클렛이랑 빵 한 조각으로도 우정을 나눈다. 이제 엄마 따라온 아이들은 엉덩이를 땅에 대고 미끄럼을 탄다. 가픈 숨 마시며 터벅터벅 걸으니 어느새 갈림길. 우측 3.3㎞지점은 법흥사, 2.3㎞를 더 가면 백덕산 정상 이정표가 있다. 이곳까지는 두 시간이 걸린 셈이다. 설화를 바라보며 고목 숲을 지나니 정상 500m를 남겨둔 지점에서 V자 모양의 고목이 땅에 누워 일행을 맞는다. 아주 특이한 나무를 보며 걸으니 계곡에는 동아줄이 드리워져 있다.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를 기다리니 내 차례다. 나는 동아줄을 잡고 상체를 날리니 바위틈에 발 하나가 들어갈 만한 홈이 보인다. 겨우 홈에 발을 넣으니 균형이 잡힌다. 그리고 잡았던 매듭을 하나씩 놓으니 발이 닿아 정상이 보인다. 이제 점점 가파른 산세 기온은 내려가고, 눈바람은 얼굴을 때린다. 드디어 1시 40분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이 뾰족한 설경이며, 흐르는 바람결에 구름이 스쳐지나가니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정상에 서면 다시 내려가는 하는 법. 그래서 세상은 길로 이어져 있다고 했던가. 먼저 온 일행은 추위에 떨며 야호! 소리 한번 지르고 하산 길을 재촉한다. 터벅터벅 나무숲을 내려오는 길. 몇몇은 바위로 둘러쳐진 나무아래에서 눈꽃을 방석삼아 중식을 나누며 또 다른 친구들은 라면을 끓여 소주 한잔씩을 권하니 저쪽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술잔을 돌린다. 춥고 허기진 몸 몇 잔술을 들이켜도 거뜬하다. 이제 날이 추워 하산길이다. 어느새 3시 15분. 뒷 능선을 따라 묵 골로 향하니 고목에는 붉은 페인트로 2.5㎞라는 화살표가 보인다. 계속 하강코스. 겨우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눈길 미끄러지듯 내려오니 들판 같은 설경에 듬성듬성 자란 나무들이 또한 가관이다. 이곳은 마치 록키산맥의 설경이라 할까. 몽롱한 정신, 나는 누군가 길에 버린 나무막대기를 하나 주워 지팡이로 하니 이렇게 수월할지는 미처 몰랐다. 계속 내리막길 이제 걸음이 수월해 눈길 위에 칠곡군청 화이팅! 어서 오라- 하며 낙서를 한다. 묵 골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다시 번뇌의 세상이라 환생의 길이라 써니 마치 내가 산골 스님이라도 된 듯하다. 어느새 우린 다 내려와 아이젠을 풀고 이곳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감로주 한잔에 하산주를 즐기며 어느 도랑가 회집에 오니 이 집은 자연수로 고기를 키운 득에 연 홍색 육질에 맛은 아주 쫄깃쫄깃 담백하였다. 여기서 일행은 이곳 산악회장이랑 상추쌈에 풋고추 된장, 회를 곁들인 술잔은 우리 평생 못 잊으리라.... 이제 날이 어두워 가게를 나오니 눈바람이 옷덜미를 잡는다. 우리는 주인께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버스를 타고 달리니 설국의 세상이 끝없이 중앙고속도로를 이어 부친다.
어느새 밤 9시 40분, 아침에 출발한 버스가 칠곡IC에 도착하니 나는 오늘 백가지 덕 중에서 한 가지 덕이라도 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눈꽃보러 한번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