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영화 ‘기브 뎀: 사라진 자들의 비밀’ - 2022년 감독 김경용
생명은 자신만의 것인가?
왜 그 노인은 죽었다가 1시간 만에 다시 깨어난 것일까요? 왜 그의 시간만 거꾸로 갈까요? 도대체 어디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그곳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요?
<기브 뎀>은 이런 현실에서는 존재 불가능한 상황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단편 미스터리 판타지입니다. 그리고 ‘사라진 자들의 비밀’이란 부제(副題)가 암시하듯 마지막에 다다르는 곳에서 우리에게 눈앞에서 사라지는 자들이 누군지, 그들의 비밀은 무엇인지 마주하게 합니다.
신기루처럼 판타지의 시간들이 사라지면 한 인간이 가진 생명의 무게가, 그 시간들의 연결이, 그것의 시원(始原)이 남긴 아픔과 안타까움, 잔인함이 우리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기브 뎀>의 진실에는 어떤 조건도, 이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주님의 섭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기브 뎀>은 처음부터 호기심과 재미를 자극합니다. 기적같이 생환해 급속하게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송승훈(윤덕용 분)의 모습과 기행(奇行), 그런 아버지를 대하는 철현(김민상 분), 연희(박래연 분) 남매의 반응부터 그렇습니다. 분명 다시 살아난 아버지인데 펜으로 글을 쓰면 자꾸 지워지고, 누구도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수상합니다. 이렇게 설정한 영화적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년 송승훈도 그의 젊은 아내와 어머니를 만납니다. 그들의 눈물과 후회의 비밀도 조금씩 밝혀집니다. 노인(송승훈)이 왜 “우리 아이를 구해 달라.”면서 자꾸 시간이 없다고 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아기로 돌아간 노인과 그 아기를 알아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아픔과 절망도 마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노인과 아내와 철현, 연희 남매의 실체도 충격적으로 드러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기브 뎀>은 목소리를 높여 ‘생명 존중, 태아 보호’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으로써 낙태를 비난하거나 절규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Them)에게 무엇을 주어야(Give) 했는지, 왜 주지 못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영화가 화두로 삼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26)는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 가슴에 ‘쿵’하고 닿습니다. 42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기브 뎀>은 영화가 가진 감동의 힘을 믿고, 공감 있는 이야기로 주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생명의 시작인 태아를 보호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사람의 생명은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을 누군가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미래는 누군가에게는 현재이고, 누군가는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입니다.
그 존재와 시간을 함부로 지워버리는 것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죄입니다. 독일의 생태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책임 윤리는 아직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생명)과 연관되어 있다.”면서 “현재의 우리는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의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은 <기브 뎀>의 노인처럼 결코 거꾸로 가는 일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과거를 마음대로 바꾸도록 허락하시지도 않습니다.
[2022년 8월 7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