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기억의 저편에 잊혀져 있던 사건들이 나타나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그 다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삶의 아픈 속사정을 일일이
파헤칠 수 없겠으나, 가족들의 봉사와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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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참사로 잃은 딸의 꿈…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꽃피우다
2014년 마우나리조트 참사로 숨진 故고혜륜양 유족 보상금 전액 기부
부산외대에 2억원 기탁해 소망장학금 조성… 9년 째 수십 명에 도움
'어려운 이들 돕고싶다'는 딸의 꿈 이루기 위해 기부 결정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딸 이름 딴 유치원 · 초등학교 설립
9년 전 마우나리조트 참사로 딸을 잃은 유족이 부산외대 장학금 기부를 지속하며
남태평양 섬나라에 딸의 이름을 딴 교육시설까지 세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희생자인
故고혜륜양의 아버지 고계식씨가 기부한 2억원의 소망장학금으로 9년 간
모두 89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당시 고 씨는 유가족 보상금 가운데 2억원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며 부산외대에 기탁했다. 유족들은 고 양의 유품을 정리하다 '대학
졸업 후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고 적힌 일기를 읽고 딸의 꿈을 이어나가기
위해 보상금 기부를 결정했다. 고 씨는 "장학금이 어려운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힘이 되고, 말 그대로 소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금 이름을 정했다"며
"학생들은 앞으로 할 일이 많고 이룰 수 있는 꿈이 크니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소망장학금은 올해로 9년째 이어져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 힘쓰는 장학생 89명에 총 1억 4900만원을 전달했다.
고 양 가족들은 2016년 나머지 보상금 4억원으로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딸 혜륜 양의 이름을 딴 '국립혜륜유치원·초등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유치원이
단 한 곳도 없던 지역에 생긴 첫 유치원이었다. 이러한 선행은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졌다. 졸업한 아이들이 갈 상급학교가 없다는 사연을 접한 고 씨 지인이 학교
설립 비용을 기부한 것이다. 이렇게 지어진 중·고등학교는 곧 완공식을 앞두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에서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빗물을 정수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고 씨는 2016년
착공식부터 수차례 바누아투를 방문하며 직접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챙겨 왔다.
고 씨는 "아이들도 직접 만났는데 언어가 안 되다보니 소통이 힘들어 참 아쉬웠다"며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 그 나라의 희망이 되어 과거에 우리나라가 그랬듯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는 2014년 2월 17일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던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폭설로 무너진 사고다. 이 사고로 재학생과
신입생 9명 등 10명이 숨지고 214명이 다쳤다.
* 다시 한번 절망의 시간을 삶의 소망으로 바꾸어나가는 가족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노컷뉴스, 부산CBS 정혜린기자... 2023.2.22. 기사 재인용.
따듯한 뉴스를 전해주신 기자님과 노컷뉴스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