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화해를 위해 함께 바치는 기도문 (자료사진) (@Innsblick, Vanessa Weingartner)
교회
남북 화해를 위해 기도 바치다
정치적·군사적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지난 1월 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화해를 위한 특별 미사가 거행됐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1995년부터 함께 바쳐왔다.
Vatican News
최근 고조되는 남북한의 정치적·군사적 긴장감을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1월 9일 서울의 가톨릭 신자들이 평화와 화해를 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교황청 전교기구 기관지 「피데스」(Agenzia Fides)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화해를 위한 특별 미사가 거행됐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1995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처음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400차를 맞은 이날 미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여정을 향한 한국 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증거한다.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미사 후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바쳤다. “주님, 저를 당신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이 기도문은 휴전선 북쪽의 ‘조선가톨릭교협회’ 신자들을 통해서도 울려 퍼졌다. 이는 1995년 8월 15일 미국 뉴저지에서 사목하던 박창득 어거스틴 신부가 평양을 방문해 화해를 위한 기도로 이 기도문을 함께 바치기로 조선가톨릭교협회와 협의함에 따라 시작됐다. 이후 매주 화요일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에서 남한 신자들이, 평양 장충성당에서 북한 신자들이 영적 친교 안에서 같은 지향으로 기도를 바쳐왔다.
“점점 옅어지는 평화의 빛”
이날 미사를 집전한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구요비 욥 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 미사가 시작된 것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해와 일치의 은총을 하느님께 청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자신이 용서와 화해의 도구가 되고, 더 나아가 이 땅의 모든 이를 사랑으로 일치시키는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시도록 기도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 주교는 한반도와 전 세계에서 “만남과 대화를 통해 평화를 건설하려는 시도보다 상대를 위협하거나 무기를 통해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평화의 빛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의 예언자
구 주교는 2023년 7월 27일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떠올리며,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에 강복을 보내고 “평화의 예언자가 되라고 우리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또한 2023년 성탄절에도 ‘로마와 온 세계에’ 보내는 강복을 통해 “대화와 화해의 과정을 거쳐 한반도에 형제적 유대가 굳건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지속적인 평화의 상태를 건설하는 화해와 대화의 여정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언급한 교황의 메시지를 인용했다. 끝으로 구 주교는 “이제 증오를 내려놓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우리도 담대히 걸어가자”며 “우리 각자가 신실한 평화의 사도가 되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29년간 계속된 전통
남북 화해를 위한 특별 미사의 전통은 1995년 3월 7일 당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김수환 추기경이 봉헌한 첫 미사를 시작으로 29년간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 화해를 위한 미사는 서울대교구 주교와 사제들이 번갈아가며 집전했는데 2000년부터는 매년 새로 서품되는 새신부들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지난 29년간 매주 화요일 거행된 이 전통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만 잠깐 중단됐다. 2017년 5월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당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은 교구장 특별 사목서한을 통해 미사 후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신자들을 초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