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나란히 앉아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다. "외곽에도 매물은 없어요. 섬도 마찬가지고요.(뚜뚜뚜~)" "최근 들어 하루 30여 통씩 영종도 일대 투자할 땅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온다"며 부동산 주인이 말했다. 그에게 '보상 후 토지주들이 많이 방문하느냐'고 묻자 "보상받은 토지주가 재투자를 위해 방문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R부동산에서는 다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부동산 관계자는 "영종지구가 아닌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영종도 내 다른 곳의 땅값은 평당 150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일부 토지주가 보상 전 금융기관에게서 돈을 대출받아 영종도 외곽과 인근 섬에 투자했다는 소문도 떠돈다"고 했다.
'영종지구 보상여파'로 영종도와 인근 도서지역 땅값이 요동치고 있다. 단군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 가량이 보상금으로 풀릴 영종지구 개발 이익에 편승, 인근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영종지구를 제외한 영종도 일대 건축행위가 가능한 토지는 평당 100만~150만원 수준. 지난 해보다 40~50% 가량 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란 것이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덩달아 그동안 잠잠했던 도서지역 부동산 가격도 껑충 뛰어 올랐다.
신도와 시도, 장봉도 등 영종지구와 가까운 도서지역 땅값은 지난 해보다 30~50% 오른 평당 70만~100만원 수준.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해보다 가격이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투자 문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토지주들이 땅값을 잔뜩 올려놓은 데다 실제 매물도 없어 거래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영종지구 570만평개발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수조원이 풀린다지만 실제 원주민들은 대출금을 갚고 나면 다른 데 투자할 돈이 없다"며 "언론과 방송 보도처럼 수십억원을 받아 여기저기 투자하는 원주민은 거의 없으니, '영종 주민들이 돈방석에 앉았다'는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편, 보상 이틀째를 맞은 토공 영종지구보상사업소 일대에서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점심시간 무렵부터 차량 100여 대가 사업소 일대로 몰려들었기 때문. 사업소 앞 '국민은행 사거리'를 비롯해 사업소와 200여 m 떨어진 공항신도시 역 공사현장 앞에도 모두 200여 대의 차량이 3~4중으로 주차해 있었다. 10~20분 간격으로 신공항지구대 경찰차가 다니며 '주차금지'를 알리는 방송을 했으나, 현찰이나 채권을 예금·유치하려는 금융기관 직원들이 사업소 앞을 지나는 차량을 세워 사업소 앞에 주차할 것을 유도하는 바람에 별 소용이 없었다. 이날 S증권은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이동식상담소를, W증권은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대형차량을 각각 동원했다.
한 금융기관 직원은 "400m 떨어진 '공원사거리' 앞에도 우리회사 직원 2명이 서 있다"며 "대부분 토지주가 농협에서 대출금을 빌려 농협에 돈을 유치할 것으로 보여, 이렇게라도 해야 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공 영종보상사업소는 이날 오후 4시까지 170여 명의 토지주가 보상을 받았고, 400여 명이 보상과 관계없이 사업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종지구 보상과 함께 외지인 발길이 늘어난 공항신도시는 모 처럼 활기를 띠고 있었다. I감자탕 주인은 "점심시간에 30여 명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며 "외지인이 찾지 않아 신도시 주민을 상대로 장사를 해왔는데, 오늘처럼 사람이 많으면 먹고 살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지구 보상여파'로 신도시에는 최근 한달 사이 대형 술집과 성인게임장, 안마시술소 등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