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노화 멈추는 '텔로미어'
텔로미어란 단어는 그리스어로 끝을 의미하는 telo와 부분을 의미하는 mer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바꾸면 '종말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사람의 몸에는 염색체라고 불리는 23쌍의 이중나선으로 이루어진 DNA의 꼬임들이 존재하는데 텔로미어는 바로 이 염색체 DNA의 끝단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6개의 염기들이 수천번 반복되어 구성되어 있는데 염색체의 손상이나 다른 염색체와의 결합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이 서열들이 세포분열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는데, 즉 이 텔로미어는 세포가 한번 분열할 때마다 그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다. 세포분열이 일정한 횟수를 넘어서게 되면 텔로미어 길이가 아주 짧아지게 되어 염색체 말단을 보호할 수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게 된다. 이는 세포의 노화 과정으로 늙거나 손상된 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는 이른바 세포소멸이라고 불리는 자연적인 현상인데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텔로미어를 '생명시계'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가 단축되는 것에서 세포의 노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텔로미어가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결과를 얻어 냈다.
최근에는 텔로미어가 길면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학 피어스박사는 유방암, 폐암, 대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환자 5만여명과 건강한 사람 6만여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
연구에 따르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1천개 염기쌍(base pair) 길어질 때마다 폐선암 위험은 2배이상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로미어가 길수록 더 많은 세포분열이 이뤄져 세포의 수명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발암성 유전자 변이의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다. 유방암, 대장암, 난소암은 텔로미어 길이와 연관 관계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빨리 늙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텔로미어가 쓰였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대학과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이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35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 결과가 최근 영국 매체에 보도됐다.
연구팀은 26, 32, 38세 때의 신장과 간·폐의 기능, 신진대사와 면역력,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압 등과 나이가 들수록 짧아지는 염색체 말단 부위 ‘텔로미어’의 길이 등 18개 항목의 생리학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생물학적 연령을 산정했다.
그 결과, 같은 38세라도 생물학적 연령이 30세인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60세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연령이 높으면 신체와 정신기능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