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연비, 가격 등을 생각해보면 GLC 350 e는 디젤 모델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약하다고까지 할 건 아니다. 비교한 PHEV 넉 대 가운데 시스템 출력이 가장 낮고 가속 성능이 제일 떨어질 뿐, 5.9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날랜 SUV를 결코 폄하할 순 없다. 메르세데스 벤츠 GLC 350 e는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내는 2리터 터보 엔진을 품었다. 여기에 116마력, 34.7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더해졌다. 시스템 출력은 315마력, 시스템 토크는 57.1kg·m이다. 두 동력원의 힘을 싹싹 긁어모아 날카롭게 작렬시키는 셈이다. 실제 가속감도 시원하다.
반면 효율은 아쉽다. 전기로만 달릴 때 연비가 킬로와트당 2.6킬로미터다. 배터리 용량도 8.7kWh다. 그래서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15킬로미터로 좀 짧은 편이다. 아울러 동력이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이어지거나, 그 반대의 상황일 때 동력 전달이 가끔 완전히 끊어질 때가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순간이긴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배터리는 트렁크 아래 들어갔다. 그러면서 트렁크 바닥이 턱보다 더 높이 올라오게 됐다. 쓰임새도 좋지 않지만 보기에도 별로다.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브랜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수준의 패키징이다.
고정식
포르쉐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트렁크 아래에 배터리가 있다. 트렁크 바닥이 살짝 솟아 짐 공간이 일반 GLC보다 약간 작다. 하지만 배터리 크기를 생각하면 패키징을 잘해 공간 손해가 적은 편이다. 바닥 아래 공간에는 완속충전 케이블이 있고, 나머지 절반은 배터리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 하이브리드 관련 주행 모드는 센터콘솔 옆 다이얼로 하이브리드,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 모드, 전기모터 개입을 최소화해 전력을 아끼는 E 세이브 모드, 전력을 모으는 차지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차지 모드는 외부 전원 없이 주행 중 배터리를 충전한다. 하이브리드 메뉴는 계기반 한가운데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에너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식 액추에이터를 단 ‘햅틱’ 페달은 엔진 개입 시기를 알려준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 가장 똑똑하고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모델이다.
김선관
국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후발 주자다. 같은 고향 출신 라이벌인 BMW와 아우디는 전기모터를 얹은 모델을 진즉 국내에 선보였다. 그래서 GLC 350 e의 어깨는 무겁다. ‘준비 중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벤츠의 선봉장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사격이 든든하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배터리 보증 기간이 월등히 길다. 10년·주행거리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 벤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충전기를 총 72개 설치했다. 완충까지 충전소를 이용하면 2시간 30분, 일반 가정용 전원 소켓을 쓰면 약 4시간이 걸린다.
만약 구매 고객이 개별적으로 충전기 설치를 원하면 전문 상담센터가 설치를 돕는다. 배터리 크기가 8.7kWh로 다른 PHEV보다 작은 편이라 공인된 EV 모드 주행가능거리가 15킬로미터밖에 되질 않는다. 배터리 효율이라고 볼 수 있는 표시연비 역시 1kWh당 2.3킬로미터로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와 같은 수준이다.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이용하면 시동을 걸지 않고 미리 휴대폰으로 차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박호준
독일차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펼친 전동화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만큼 아쉬운 마음이 드는 회사가 없다. E 클래스 디젤 하이브리드(E 300 블루텍 하이브리드, W212)를 가져왔을 때는 홍보가 제대로 되질 않았고, C 클래스와 S 클래스의 PHEV 모델은 수년간 도입 시기만 점치다 출시되지 못했다. 결국 GLC 350 e가 그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이마저도 물량 부족과 WLTP 이슈, 그리고 저공해차 의무판매 비율 위반 등에 떠밀려 나온 느낌이 강하다.
사실 출시 배경은 고객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시스템 업데이트 시기도 맞추지 못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2016년 초에 데뷔한 GLC 350 e가 그대로 소개된 것이다. C 350 e와 거의 같은 구성이란 걸 감안하면 4년이 다 된 시스템인 셈이다. 참고로 오늘 모인 차들의 시스템은 모두 최근 2년 내에 공개된 것들이다.
그런데 이게 또 메르세데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나름의 기회가 된다. 소음과 진동 등 주행 질감이 아주 세련되진 않지만 회전만큼은 매끈하며 효율과 성능에도 나무랄 곳이 없다. EV 모드 주행거리가 짧은 게 약점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20킬로미터 이상)로는 공인(15킬로미터)보단 훨씬 더 잘 나온다.
햅틱 페달은 아직도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효율적인 운전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상황에 따라 가속페달에 의도적인 저항을(변곡점이 계속 변한다) 만든다. 가령 EV 모드에서는 엔진이 개입하는 시점에 맞춰 압력이 강해져(내리막에선 깊숙하거나 오르막에서는 얕은 식이다)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돕는다. 항속 중인 상황에서 앞차와 가까워지면(레이더로 인식한다) 발을 툭툭 밀어내기도 한다. 흐름에 맞춰 달릴 땐 차간거리 조절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미리 떼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GLC 350 e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다. 성능, 연비, 가격 등을 생각해보면 디젤 모델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내가 늘어놓은 단점은 GLC 350 e가 가진 장점에 비해 초라하리만치 작다. 하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바보도 아니고. 이미 계산기가 구멍이 날 만큼 두드려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