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바이올린의 연주법이 뭐 별거냐고 하실지도 모르죠.활로 바이올린 줄은 문지르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줄을 어떻게 문지르느냐, 또는 줄을 어떻게 때리느냐, 퉁기느냐 등등에 따라 그 음색의 효과가 다를 뿐 아니라, 왼손의 위치를 어떻게 하느냐, 손가락 관절을 흔드느냐 마느냐, 손끝에 힘을 주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도 음정이나 음색이 아주 달라지게 되죠.
그럼 이제부터 바이올린 연주법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한번 알아볼까요?
바이올린 연주법은 크게 왼손 주법과 오른손 주법으로 나누어집니다.
보통 바이올린을 왼쪽 목에 끼고 오른손으로 활을 잡게 되니까,왼손 주법은 바이올린 지판 위에서 놀리는 손가락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고, 오른손 주법은 활을 쓰는 법, 즉 보잉(Bowing)과 관련됩니다.
먼저 왼손의 주법은 1)정확한 음정을 내는 법과 2)비브라토로 크게 나눠볼 수 있겠죠.
1) 정확한 음정을 내는 법
바이올린 연주에 있어서 정확한 음정을 찾아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번에도 설명드렸다시피 바이올린에는 프렛이 없는 관계로 음정을 찾아내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죠. 새까만 지판의 어느 지점이 '솔'이고, 어느 지점이 '라'인지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그 음정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기는 하죠. 바로 포지션(Position)입니다. 왼손의 위치를 잘 정하면 음정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죠. 바이올린의 포지션은 제 1포지션부터 올라갑니다. 1포지션은 바이올린 목의 가장 끝부분, 즉 줄감개에 가까운 쪽에 있고, 포지션이 올라갈 수록, 온음 간격 만큼 바이올린의 브릿지 쪽에 가까와지게 됩니다.
다 예상하시겠지만, 바이올린의 음정을 내는 데에 사용되는 왼손가락은 모두 네개입니다. 엄지 손가락으로는 악기를 받쳐야하기 때문에 음정을 짚을 수가 없겠죠. 손가락 번호는 집게손가락이 1번이 되고 차례로 4번까지 메겨집니다. 손가락 번호를 정하는 일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기교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음악적 해석에 알맞는 음색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손가락 번호를 정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죠. 이렇게 어떤 곡을 연주할 때 손가락 번호를 정하는 방법을 운지법(Fingering)이라 합니다.
2) 비브라토
비브라토는 음정을 잡은 왼손가락의 관절을 빠르게 움직여서 음고에 미세하고 주기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음색을 풍부하게하는 주법입니다. 이 비브라토야말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개성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죠.
여러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들어보면, 자신의 독특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독특함을 만들어내는 열쇠는 바로 비브라토와 보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악기의 음색도 좌우하겠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비르라토와 보잉이야말로 개성적인 음색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비브라토는 정말 신기하면서도 매력적인 주법입니다.
저도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 포지션도 다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비브라토를 해보려고 혼자서 애썼던 생각이 납니다. 원래 정확하게 음정을 짚을 수 있게 된 다음에 비브라토를 배우는 게 순서이지만, 너무나 신기하고 해보고 싶어서 어디 견딜 수가 있어야죠. 그런데, 아무리 해보아도 도무지 관절이 유연하게 흔들어지지가 않더군요.
좋은 비브라토를 한다는 것은 바이올린을 정공하고 난 지금의 시점에서도 아주 어려운 문제로 느껴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비브라토를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으려면 보통 노력 가지고는 안될 것 같군요.
비브라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가락 관절은 수동적으로 따라서 움직이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비브라토의 충동이 오는 손이나 팔의 움직임에 관절이 따라움직이게 해서 그것을 완전히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죠.
(바이올린 비브라토에 관해서 궁금하신 분이 있으시면 제 졸업 논문이 나오는 대로 한 권 보내드리겠습니다. 실은 이번에 [바이올린 비브라토의 음향학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한편 썼거든요. 아마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많은 흥미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오른손 주법에 대해 말씀드리죠. 오른손 주법은 참 다양합니다만, 중요한 것만 추려서 말씀드릴께요.
* 레가토(legato) : 음과 음 사이가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연주
* 데타셰(detache) : 음과 음 사이가 분리 되도록 연주
* 스타카토(staccato) : 활을 멈춰서 음이 끊기도록 연주
* 스피카토(spiccato) : 활털의 탄력을 이용해서 활을 튀어오르도록 연주
* 피치카토(pizzicato) : 오른손으로 줄을 튕겨서 연주
* 콜 레뇨(col legno) : 활털이 아니라 활대로 연주
* 술 타스토(sul tasto) : 활을 지판 위에서 쓰라!(이렇게 하면 음색이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 : 활을 브릿지 가까이서 쓰라! (음색이 아주 날카롭고 거칠어집니다.)
너무 생략한 감이 있긴 하지만, 바이올린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 용어에 대해 알아두시다면 감상에 도움이 되실 거에요.
3) 바이올림의 중음 주법에 대하여...
바하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악보를 보면, 두음이나 세음, 심지어는 네음을 한꺼번에 소리 내도록 지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대위법적인 음악, 즉 여러 성부가 독자적인 선율을 연주하는 음악인 경우에는 피할 수 없는 일이겠죠. 비록,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단선율 악기라 할지라도....
그렇다면 단선율 악기인 바이올린이 어떻게 이런 여러 성부를 한꺼번에 연주할 수 있을지 참 궁금하실 겁니다.
바이올린이 단음이 아닌 화음을 연주하는 경우는 세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겹음 주법(Double stopping) : 이것은 두 개의 음표를 한꺼번에 연주하는 주법입니다. 바이올린을 잡는 왼손의 위치와 손가락 번호를 잘 정한다면, 단2도부터 장10도까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있으시겠지만, 인접한 두 현을 활로 같이 소리내서 연주합니다.
2. 삼중 코드(Triple chords) : 이것은 역시 말 그대로 세개의 음표를 한꺼번에 연주하는 주법이지만, 두 음의 경우에 비해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대에 나타난 개량된 활로는 세 음을 동시에 소리 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불가능 한 것은 아닙니다. 코드가 짧을 경우, 활에 더 힘을 가해서 세 줄을 동시에 진동시킬 수 있으니까요. 물론 매끄러운 소리를 내기는 어렵지만, 비브라토를 많이 하고 활을 유연하고 둥글게 쓴다면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있죠.
삼중 코드를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아래 두음을 먼저 연주하고 곧바로 위의 두 음을 연주하는 방법이죠. 그러니까 중간음은 계속 연주하지만 아래음을 번저 연주하고 나중에 높은 음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주하는 것을 우리 바이올린 하는 사람들은 흔히 '코드를 꺾어서 연주한다.'고 표현합니다. 꺾어서 연주할 때의 주의 점은 코드를 빨리 꺾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느리게 했다가는 아예 한박자가 지나가 버리고, 또 삼중 코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두번의 이중 코드를 이어서 연주한 듯이 들리기 때문이죠.
이런 삼중 코드는 바하의 작품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곡에 수시로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솔로가 등장하는 첫부분에서 바이올린이 '레-시-솔'로 이루어진 G 장조의 삼중 코드를 연주하죠.
연주자에 따라서 이 코드를 한꺼번에 소리를 내기도 하고, 꺾어서 연주하기도 합니다. 고전주의 작품 이후에 작곡된 곡이라면, 코드를 꺾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별로 큰 문제가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곡이 작곡된 당시의 바이올린 활은 현대의 활과 거의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물론 모차르트 시대의 활은 바하 시대의 활에 가까왔다고는 합니다만..) 그러나 바하의 작품에서는 유독, 이 삼중 코드를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가 중요한 해석의 문제로 등장합니다. 워낙 삼중 코드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이지만,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바이올린 활은 정말로 쏘는 활 처럼 생겼기 때문에, 즉 활대가 둥글었기 때문이죠. 그런 활로 삼중, 사중 코드를 한꺼번에 소리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었지만, 지금의 활로 삼중음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것은 상당한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당시의 주법 대로 연주해야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을 삼중음을 동시에 소리를 내서 연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현대의 활로 그렇게 연주하는 것은 무리다! 옛날에 바하가 지금 처럼 생긴 바이올린 활을 알고 있었다면 코드를 꺾어서 연주하라고 했을 거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시대의 코드는 장식음 처럼 아르페지오로 처리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것 참! 과거로 돌아가 바하 할아버지 한테 여쭈어볼 수도 없고... 삼중 코드를 어떻게 연주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3. 사중 코드(Quadruple chords) : 이것은 물론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네 음을 같이 연주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삼중 코드 보다는 고민이 덜합니다. 일단 네 음을 연주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으니까... 아래 두음을 먼저 연주하고, 곧 이어 위의 두 음을 연주하는 방법. 바하에 사중 코드가 나왔다고 해도, 이건 어쩔 수 없이 꺾어서 연주해야겠죠. 네 음을 한꺼번에 소리 내려고 했다간, 활털이 다 빠져버릴 지도 모를 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