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서서
늘푸른언덕
2021년 4월부터 시작된 강원도 춘천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익숙해져 있던 제 삶의 패턴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게 됩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여 일터가 있는 춘천을 향해 떠날 채비를 합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챙겨준 한 주간의 일용할 생필품을 차에 싣고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섭니다. 약 2시간 정도 쉬지 않고 달리면 춘천 숙소에 오전 8시 이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숙소에서 이지 가지 생필품들을 풀어 놓고 곧바로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하여 금요일까지 춘천에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정해진 루틴대로 춘천에서 주 5일 동안의 업무를 마치게 되는 금요일 저녁 시간이 되면 비교적 마음의 여유와 또 한 주간을 잘 마쳤다는 보람과 감사의 충만함으로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갑니다.
월요일 아침 춘천을 향하여 달려올 때는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에 도착하기 위하여 전속력으로 달리느라 운전에 집중하지만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금요일 저녁 시간은 무척이나 자유롭고 한편 여유로운 오직 나만의 시간이 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콧노래로 따라 부르며 아름다운 경춘 가도의 경치를 완상하며 운전하는 그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작은 행복입니다.
비록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길이 때론 피곤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큰 무리함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건강과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았다는 사실이 때로는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처음 이곳 춘천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서울 집에서 춘천으로 올 때 기차를 이용하여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말 즈음, 아내가 지인으로부터 차 한 대를 구입해 줘서 그 차로 서울과 춘천을 오가게 됩니다. 옥의 티라면 구입한 차량이 아주 오래된 차여서 내심 걱정을 했지만 전 소유주가 차량 관리를 잘하였고 마일리지도 연식에 비해 양호하여 운전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워낙 고급 차였기에 차를 타면서 좋은 차는 역시 ‘오래 되어도 명차’라는 생각을 하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기차로 다닐 때도 오가는 길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지만 차 한 대가 더 생기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의 삶에 편리함이 주어지게 됩니다. 일단 차를 가지고 춘천으로 오게 되면 춘천에서의 활동에 편리함을 누리게 됩니다. 이전 같으면 일일이 택시로 움직이던 거리를 자차로 움직이기도 하고 기동력이 좋아져서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배우기가 편리해짐을 느낍니다.
그러던 지난 주 월요일 아침!
이제는 삶의 루틴처럼 이른 아침 한 주간의 생필품들을 준비하여 집을 나서 강원도 춘천으로 출발합니다.
시동을 걸면 습관처럼 라디오를 켜고 월요일 아침을 힘차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막바지 여름날의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아 아침에도 무더운 날씨를 보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은 일터로 향하는 길이라 오직 운전에만 집중하여 전속력으로 달리곤 합니다.
늘 다니던 길이라 이제는 제법 길도 익숙해지고 어느 지점에 속도 감시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다는 것을 거의 감지한 상태라 완급 조절을 하면서 운전을 하는 요령까지 터득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날 아침은 운전을 하는데 마음 한 켠이 편치 못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지난 주말 교회 일을 하면서 장시간 심각한 회의를 한 탓에 그 생각들이 마음 속에 남아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마음 한 켠이 편하지 않고 머릿속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운전하는 내내 불편한 생각이 들다가 마침내
혹시 이렇게 운전하다가
오래된 차라 차가 펑크가 나면
어떻게 대처하지?
라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었으나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 지워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불길한 느낌은 늘 빗나간 적이 없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급기야 서울에서 춘천 방향으로 운전하던 중, 경기도 마석의 자동차 전용도로를 막 벗어나는 지점에서 차의 오른쪽 앞 부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차가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을 감지하게 됩니다. 이를 무시하고 약 1킬로미터를 더 달렸으나 점점 차가 심각한 굉음을 내면서 차에 이상이 생겼음을 확신하고 갓길에 차를 세우고 보니 차 오른쪽 앞바퀴가 펑크가 나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차 바퀴가 펑크가 난 상태에서 제법 먼 거리를 달렸으니 타이어가 다 찢어지고 못쓰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일쯤은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두 번 겪었던 일들이 아니기에 침착하게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긴급출동 차량을 수배합니다. 출동 수리 차량이 사고 지점에 도착하기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고 하여 차 안에서 대기하면서 이날의 상황을 생각해 봅니다.
일단 대기 시간 포함하여 수리시간까지 감안해 보니 도저히 출근 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아 회사에 사고 사실을 보고하고 조금 늦게 도착할 것임을 통보하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30분간을 차 안에서 대기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평안함이 찾아 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이른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경춘 가도를 달려왔으나 이렇게 차에 문제가 생겨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것은 흡사 우리의 달려가는 인생길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기 십상입니다. 때로는 남들보다 더 빨리 목표지점에 도착하기 위하여 무리하느라 쉼도 없이 달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목표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때로는 자기가 가진 엔진 역량 이상으로 무리하다가 중간에 심각한 이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날 아침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차의 연식이 오래되어 하시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습관처럼 달리다가 예상치 않게 차의 바퀴 하나가 지나치게 오래된 연유로 결국 펑크가 났고 그 펑크 난 타이어를 무리하게 운전하다가 완전히 폐기 처분해야 할 정도로 마모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차는 출동 서비스에 의해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된 후 임시 방편으로 춘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춘천에 도착하여 차 상태를 점검하러 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서비스센터의 전문가가 차 타이어 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하더니 타이어 모두가 너무 오래 되어 언제 다시 펑크가 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타이어의 전면 교체를 강권합니다.
차량은 오래되었지만 외관상 차의 상태가 좋아 세심한 점검도 없이 춘천과 서울이라는 장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렸던 자신을 돌아보며 잠시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겉만 멀쩡하다고 세심한 점검도 없이 차를 운전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우리의 삶의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경우, 대부분 언젠가 신체의 엔진에 부하가 걸려 심각한 고장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난 월요일 아침입니다.
삶의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는 중간지점 어딘가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철저히 점검하지 못할 경우 반드시 도중에 노란색의 경고등이 들어 오며 위험 시그널을 보내게 됩니다. 만일 이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달리는 경우 차량이든 사람이든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 다소 어색함으로 시작한 신앙생활에서 초창기 전혀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처음 교회를 출석하여 등록을 한 후 약 10년 동안 교회 주변을 겉돌다가 미국 주재원 생활을 통하여 극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 때의 기쁨과 믿음에 대한 열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었고 제 신앙의 시작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열정으로 어디를 가든지 뜨겁게 주님의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나님의 일을 하다 보니 분에 넘치는 상급이 주어지면서 교회에서 제 신앙 이상의 직분을 받게 됩니다. 거부할 수 없게 분에 넘치는 직분을 받게 되면서 많은 일들이 하나씩 주어지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기쁨과 감사함으로 그 일을 감당하게 됩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감당하면서 모든 일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고 저는 단지 그 일에 쓰임 받는다는 것을 고백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감사함으로 받던 일들이 하나 둘 씩 더해 가던 어느 순간 그 일들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감당하던 일들이 더 이상 주님의 사역이 아닌 나의 사역으로 여겨지기 시작할 때가 있었음을 회개합니다.
그 순간부터 하나님의 일에 감사함이 사라지고 점차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 열정이 사라지고 영적으로도 많이 지쳐버린 상태를 절감할 때가 있었습니다.
영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생기고 영적 엔진에 커다란 부하가 걸리는 상태를 심각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바로 영적 점검을 받아야 할 때였습니다.
영적 엔진의 용량 이상의 과부하로 앞만 보고 달리던 길을 잠시 멈추어 서서 다시 하나님께 초점과 시선을 맞추어야 할 시간입니다. 모든 일은 내가 나의 능력으로 하려고 할 때 힘들어집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대명제를 세우고 나는 그저 그가 사용할 그릇으로 쓰임 받는다는 것을 늘 고백하고 나아가는 영적인 자세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끝까지 달려갈 길을 가기 위하여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영적인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첫댓글 매주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만난 작은 해프닝을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반드시 필요한 중간 점검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