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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참전용사들이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73년 행사에서 국가보훈부가 지급한 '영웅의 제복'을 입은 채 국기에 대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6·25 정전 70주년을 맞아 제작한 ‘영웅의 제복’을 받은 참전 용사들의 감사 편지와 전화가 국가보훈부로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90대에 접어든 참전 용사들은 “앞으로 친구나 지인들을 만날 때 당당히 입고 다니겠다” “눈을 감을 때 수의 대신 입고 싶다”며 “나라에서 저희를 잊지 않아 감사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그동안 참전 용사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얼마 전 생활고에 몰린 80대 후반의 6·25 참전 용사가 부산의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반찬 8만원어치를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극단적 사례지만 실제 많은 참전 용사가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는 등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국가에서 받는 참전수당은 월 39만원이다. 이것도 많이 올린 것이다. 2010년까진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월 200만원 넘는 참전수당을 주는 외국 사례를 들 것도 없다. 현역 병장 월급이 100만원이고 2년 뒤엔 200만원을 받는다. 정부는 참전수당을 2027년까지 50만원으로 올린다지만 이것이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의 수준에 걸맞은지 의문이다. 2000년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 이후 4900여 명이 받은 보상금이 1100억원이 넘는다. 이런 부조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인 결과일 것이다.
생활고보다 참전 용사들을 더 낙담시키는 것은 사회 전반의 무관심과 냉대다. 참전 용사 예우는 이들의 헌신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북한의 남침 사실을 쉬쉬하고 우리의 전쟁 영웅을 폄훼하는 언행을 일삼았다. 문재인 정부 광복회장은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가로막았고, 과거사위원장은 탈북한 국군 포로들 앞에서 “중공군 포로의 피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충일에 6·25 남침 공로로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인 듯 칭송했다. 참전 용사들을 예우하긴커녕 능멸한 것이다.
6·25 73주년인 어제 문 전 대통령은 추모 메시지 대신 6·25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고 주장하는 책을 소개했다. 과거 좌파 운동권·학계에서 신봉하던 ‘미·소 대리전’ 프레임을 연상시킨다. 6·25 남침의 본질은 김일성의 적화통일 야욕이다. 대리전 운운부터 북한의 책임을 감추고 축소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북한과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어 양쪽 다 잘못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6·25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