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제
2016. 2. 금계
다섯 명 모두 ‘삼학도’ 모임 회원. 가운데 서 있는 신 선생이 곡성교육지원청으로 근무처를 옮겼단다.
“그래? 그럼 눈치 한 번 먹으러 가야겠구먼.”
2월 22일 낮12시, 곡성 교육청에서 만나 압록 부근 식당으로 갔다. 왼쪽 김 선생은 여수에서 왔고 다른 사람들은 목포에서 왔다.
내 보기에 누치라는 물고기는 붕어와 잉어 사촌쯤 되는 생김새다. 예전에 압록 부근에서 두어 번 회를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별미였다.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감히 누치 회 맛이 으뜸이라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내가 먹어본 바로는 별미 중의 별미다. 특히 바다 생선은 다양하고 회로 먹는 물고기도 많지만 민물에서 나는 물고기 중에 회로 먹을 수 있는 물고기는 그리 많지 않다.
‘누치’를 전라도에서는 ‘눈치’라 부른다. 누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제. 신 선생은 눈치 회를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들이 눈치 회를 얼마나 간절히 먹고 싶어 하는지 잘 몰랐다. 미리 마음에 둔 식당에 눈치가 없다고 하면 눈치껏 취소하고 눈치 회가 있는 다른 식당을 알아보아야 마땅한데 그냥 그대로 덜컥 예약하고 말았다. 우리가 갔을 적에는 예약을 취소하기에 때가 너무 늦었다. 물론 신 선생이 그 식당을 지정한 데에는 또 다른 까닭이 있었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는 그 식당에서 송어 회와 참게 탕을 맛나게 먹었다. 송어 회도 안 먹어본 사람이 꽤 많다. 민물고기치고는 횟감으로 훌륭한 맛이다. 색깔도 보기 좋고 맛도 연어 회 비슷해서 차지고 쫄깃하고 고소하다. 참게 탕도 아주 맛이 좋았다.
누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제. 제목을 재미나게 붙이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신 선생께서 절대로 섭섭하게 생각지 말기 바란다. 섬진강 압록 언저리에서 먹는 음식은 그 값도 만만치 않다. 신 선생은 멀리서 온 손님들한테 정성껏 최고의 대접을 했다. 너무나 고맙다.
교육청에서 다시 오후 근무를 해야 하는 신 선생은 식당에서 나와 우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신 선생과 작별한 다음 우리는 다시 압록 부근의 ‘사계절’이라는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거기는 눈치(누치)가 있었다. 탕 포함 6만 원. 금방 식사하고 왔다니까 탕 빼고 눈치 회만 한 접시 5만 원.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눈치 회의 덤덤하면서도 쫄깃하고 탄탄하고 격조 높은 오묘한 맛은 먹어보지 않으면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섬진강에서 언제까지 눈치가 잡힐는지, 내가 언제까지나 봄맞이 입맛으로 눈치에 소주 한 잔 걸칠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눈치 회는 겨울에서 3월까지만 맛볼 수 있단다. 혹시 잡숴보고 싶은 식도락가는 지금 빨리 압록강 말고 곡성 압록으로 달려가시기 바란다. (끝)
첫댓글 압록에 누치회가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겨울 민물회를 알았으니 함 만나보아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