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상의 개념
심상은 언어에 의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물의 감각적 영상이나 느낌을 뜻한다.
(2) 심상의 기능
① 구체성 :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언어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 여인은 아름답다』는 개념적 서술보다는『그 여인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한 송이 백합이었다』(은유에 의한 이미지)는 표현이 더 구체적이다.
② 함축성 : 여러 가지 의미와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이라는 시구에서 모란이 떨어짐은 보람의 상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③ 직접성 :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로써 이루어진 이미지는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준다.
(3) 심상의 종류
① 시각적 심상 : 색채, 명암, 모양, 움직임 등 눈을 통해 떠올리는 이미지
- 마알간 / 꽃대궁들이 / 물빛으로 / 흔들리고. <유재영 둑방길>
-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진 길 <김광균 추일서정>
-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김광균의 외인촌>
-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조지훈 승무>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논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이상화 들에도 들에도 봄은 오는가>
-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위에 /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복효근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② 청각적 심상 : 소리의 감각에 호소하는 이미지
- 돌돌돌 개울물 흘러가고 <김상옥 사향(思鄕)>
- 손톱으로 툭 튕기면 / 쨍하고 금이 갈 듯 <이희승 벽공>
- 접동/접동/ 아우래비 접동 <김소월의 접동새>
- 까마귀 가왁가왁 새며 울었소 <김소월의 길>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도종환 어떤 마을>
③ 미각적 심상 : 맛의 감각을 이용한 이미지
-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정지용 고향>
-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김상옥 사향(思鄕)>
-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 정처럼 옮아오는 / 막걸리 맛 <김용호의 주막에서>
④ 후각적 심상 : 냄새의 감각을 이용한 이미지
-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 김상옥의 사향>
-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도종환 어떤 마을>
- 매화향기 홀로 가득하니 <이육사 광야>
⑤ 촉각적 심상 : 피부에 닿는 촉각에 관계된 이미지.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김종길 성탄제>
-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도종환 어떤 마을>
- 포근한 봄의 졸음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 내 볼을 빨갛게 간지럽히는 가을의 공기
⑥ 공감각적 심상 : 두 종류 이상의 감각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이미지,
즉 감각이 전이되어 표현된 것이다.
-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청각의 시각화) <정지용 향수>
- 목이 긴 / 메아리가 / 자맥질을 / 하는 곳 (청각의 시각화) <유재영 둑방길>
- 피라미 은빛 비린내 (후각의 시각화) <유재영 둑방길>
-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청각의 시각화) <김광균 외인촌>
- 나비 허리에 /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시각의 촉각화) <김기림 바다와 나비>
- 태양의 즐거운 울림 (시각의 청각화) <박남수 아침 이미지>
- 관이 향기로운 너는 (시각의 후각화) <노천명 사슴>
- 동해 쪽빛 바람에 (촉각의 시각화) <유치환 울릉도>
-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청각의 후각화) <한용운 님의 침묵>
-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촉각의 미각화) <이육사 절정>
-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청각의 시각화) <서정주 문둥이>
※ 우리 시의 회화성
현대시에서 심상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현대시가 음악성보다는 회화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에서는 1930년대 중반의 모더니즘(주지시파;主知詩派)이 서구 이미지즘이 영향을 받아 주로 시각적 심상에 의한 시의 회화성을 추구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시 감상]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보면,
첫 연에는 소쩍새 울음 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고,
둘째 연에도 천둥 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으며,
세째 연에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이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그려졌고,
네째 연에는 무서리라는 시각적인 이미지와 잠도 오지 않는 나의 불면이라는 내면적인 체험이 나타나 있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따로 떨어져 있지를 않고 전체적인 시의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국화에 비겨서 생명의 탄생 과정의 어려움을 노래한 이 시의 주제는 곧 각 연의 구체적인 이미지 속에 용해되어 있고, 이들이 유기적인 연관을 맺어서 비로소 뛰어난 한 편의 시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뎃상 - 김광균
1.
향료를 뿌린듯 곱단한 노을 우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 나무도
불면 꺼질듯이 외로운 들길.
[시 감상]
김광균의 시는 한폭의 수채화처럼 시각적 이미지를 살리고 있는데, 여기 인용한『뎃상』에서도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등과 같이 회화적인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향료를 뿌린듯 곱단한 노을'에서와 같이, 김광균은 특히 색채적 이미지를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어서,『외인촌』,『오후의 구도』,『와사등』,『가로수』,『설야』등에는 색채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가 눈이 부실 정도로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