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사랑에게,
용산역,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추석이라는 게 별로 실감이 안 났는데..여기에 오니까 실감이 나네요.
고향을 향한 바쁜 발걸음, 분홍색 보자기 속의 추석 선물, 곱게 차려입은 추석빔...
고향에 가는 사람들은 표정만 봐도 딱 알겠어요.
용산역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추석 때마다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세요.
힘드시니까..우리가 내려가겠다고 해도,
이참에 서울 구경 오시는 거라면서..한사코 고집을 피우세요.
그래서 내가 서울 구경이 그렇게 좋으시면
아예 서울 큰오빠네서 지내시라고 했더니, 그건 답답해서 못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니까..진짜 서울 구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식들 고생할까봐..그러시는 거겠죠.
그나저나 며칠 동안 꼼짝없이 엄마의 잔소리 속에서 지내게 생겼네요.
사귀는 사람은 없느냐, 있으면 이 번 추석에 한 번 보자,
없으면 중매를 서겠다..시집 갈 생각은 있는 거냐, 없는 거냐..
똑같은 맥락의 얘기를.. 매일, 아니 매 시간 반복해서 하시겠죠.
어렸을 땐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한 살 한 살 나이가 드니까..엄마의 잔소리가 싫지만은 않더라구요.
누가 날 위해 그렇게 진심어린 잔소리를 해 주겠어요?
우리 엄마뿐이죠..
엄마는 지금도 고향에서 횟집을 하고 계세요.
우리가 어렸을 때..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우리 셋을 키우셨는데..
그때만 해도 그런 가정이 흔치 않아서,
우리 엄마..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우리 셋..기죽지 않게 키우시려고, 얼마나 애쓰셨는지 몰라요.
그래서 성난 파도처럼 억세지셨죠.
지금도 난 그런 우리 엄마를 보면, 가슴이 찡해요.
저기..엄마 모습이 보이네요.
또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어요...다 우리를 위한 것들이겠죠.
큰 오빠가 좋아하는 엄마표 오징어 튀김,
작은 오빠가 좋아하는 녹두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떡...
"엄마~~!! 뭘 또 이렇게 무겁게 들고 왔어?.."
날 보고 환히 웃는 우리 엄마..
그새 주름이 몇 개 더 느신 것 같네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효도는 거창한 게 아니라고,
자주 얼굴 마주 하고 함께 웃고 함께 얘기 나누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