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이와사키 치히로전> 및 <일본 그림책의 이해> 강연회를 다녀와서……
2010년 3월 17일, 꽃샘추위로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10시부터 시작하는 그림책 강연회에 늦지 않게 서둘러 갔다. 그림책에 관련된 강연회이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오늘 초청 강연을 맡으신 분은, 작년 제 1회 cj그림책축제에도 오셨던 아즈미노치히로 미술관 부관장이신 다케사코 유코 님이셨다. 최진봉 송파어린이도서관장님이 소개를 하시자 “안뇽하세요” 짧은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동시통역은 그림책축제에서 일본어통역을 맡으셨던 박소라님이 해 주셨다.
바로강연시작. “안뇽하세요” 아즈미노치히로 미술관의 다케사코 유코입니다. 작년부터 서울에서 몇 차례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관중석을 보니 작년에 뵈었던 분들도 있고 처음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통역을 하다 보니 강연회여서 생각만큼 오래는 못하겠지만 될수록 많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강연회는 지금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이와사키치히로 기획전에 붙여서 하는 강연회입니다. 송파어린이도서관과 서울일본문화센터 그리고 이와사키치히로 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전시회라고 하겟습니다. 이와사키치히로미술관은 세계 최초 그림책전문 미술관으로서 1977년이래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은 국제적인 그림책문화의 계보를 위해서 이제까지 그림책을 많이 만들어 왔던 나라 혹은 그림책을 만들기를 생각하는 나라들과의 교류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시면서) 제가 이런 실수를 많이 하는 성격입니다. 호호...점잖 빼지 않고 하겠습니다. 일본 그림책에 관한 이야깁니다. 먼저 알고 있는 일본 그림책작가를 한 번 말씀해 보시겠습니까? 귀리와 구라도 이야기 할 겁니다. 사카이 고마코는 젊은 작가이죠. 처음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비교적 새로운 그림책을 골라 봤습니다. 관객석의 적극적인 참가 하에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되셨습니까? 큰 소리로 따라 해 주세요. 타니카와 고이치의 『숫자놀이』 숫자만으로 우라팡 오꼬사 하겠습니다. 원숭이 한 마리는 우라팡, 바나나는 두개니까 오꼬사, 어린이가 둘이니까 오꼬상, 시작합니다. 개 하마리가 우라팡, 숫자가 많아지면 오꼬사을 먼저 말하고 나머지는 우라팡하시면 됩니다. 염소 네 마리는 오꼬사 오꼬사, 못 따라오시는 분 계시나요? 일곱이면 오꼬사 오꼬사 오꼬사 우라팡(중략)
-계속 숫자놀이 햇음-스바라시~정말 놀랍습니다. 그림책이란 말이나 민족,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라는 것이라는 것을 체험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림책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그림이 있는 책이죠. 넓은 의미에서는 그림이 들어있는 모든 책을 말하죠. 일본에서는 그림이 들어있는 책이란 에이리혼이란 말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제작되었던 에마끼(그림두루마리)부터 애도시대의 삽화가 들어있는 책을 총칭합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일본 근대 이후에 아동관이 확립되면서 아주 어린독자층에서부터 아동문학의 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치히로미술관은 양쪽의미를 다 소중하게 생각해서 활동이념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림책이란 인간이 처음으로 만나는 미술작품이자 문학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이란 0~100세까지 즐길 수 있는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의 구성요소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림책의 내용, 문장, 형태를 이루는 북다자인 장정 무엇보다도 모든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영화가 상영되었나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본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 실망한다고 합니다. 영화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모리스 샌닥은 미국그림책작가로 많이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의 견해는 그림책이란 글과 그림사이에 어떤 균형을 잡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쉬운 책이란 생각하기 쉽지만 저에 그림책은 책을 만드는 어려움이자 긴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글로 쓴 걸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글에는 그림이 표현할 여지는 남겨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림의 역할이 끝나면 다시 글로 돌아가죠. 그림이 또다시 박자를 맞추고 다시 글이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그림책의 본질에 대한 말이면서 굉장히 중요한 말입니다.
치히로가 그린 한국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로 『은혜갚은 학』 소개. 그림책역사가 짧았을 시절에는 이처럼 이야기가 먼저 있고 뒤에 삽화가가 삽화를 붙인 형식으로 그림책이 만들어졌조. 안데르센이 만든 한국에서도 전래동화에 삽화를 붙여 그림책을 만드는 것은 많이 보편화되어있죠. 이것은 안데르센의 『빨간구두』에 이와사키치히로가 삽화를 붙인 책입니다. 한국에서 출판되었으니 나중에 한 번 봐 보세요. 이때도 삽화가들이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닙니다. 이 텍스트를 받아서 어떤 그림이 어울릴까를 생각해 가며 그림을 그렸던 것이지요. 이 시점에서 치히로는 굉장히 미묘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세게에서 삽화라는 말을 없애고 싶다.” 이 말은 문학이 먼저 있고 그것에 삽화는 그저 붙이는 것이다라는 사고방식 전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림책이 전래동화 혹은 이미 있는 이야기에 삽화그림을 붙여서 만드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방식에서 탈피해서 작가가 이야기를 같이 생각하고 그것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그림책 혹은 그림을 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림책을 생각한 것이 아마 1960년대 경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의 1960년대 후반 시기에 그림책의 황금기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까한 얘기로 돌아가지만 그림책의 구성요소에서 그림, 문장, 장정 그 모든 요소의 조화라는 것을 열거했습니다. 그것을 염두해 두고 60년대 그림책의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림자체가 매력적이라는 것이죠. 두번째는 당연하지만 문장도 매력있구요. 이 문장의 매력이라는 것이 미묘한 말이지만 스토리도 재미있었고 언어도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림책은 글이 매우 짧죠. 그 짧은 글이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는 글에 따라서 리드미컬하게 맞춰지는 그림도 중요하죠. 그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소가 리드미컬하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 주기적인 리드미컬한 반복이라는 것은 사물을 연계해서 이해하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이해를 돕고 사건 또는 이야기를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복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중에 『나의 원피스』란 작품을 보시면서 그것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960년 이후 그림책작가들이 그런 그림책을 만들어 냈던 저변에는 그림책의 역사라는 것이 있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마간산격 으로라도, 일본 그림책의 역사에 대해 짚어 보겠습니다. 8C 모사된 『과거․현재의 인과경』이라는 경전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두루마리입니다.
그런 그림두루마리를 바탕으로 12C에는 『다이나건 에토코바』 라는 그림두루마리도 제작이 되었죠. 이런 그림두루마리를 보고 영감을 얻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었습니다. 『시기산 잉키』라는 그림두루마리입니다. 유명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그림두루마리를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나라에』라는 손으로 제본된 책이 등장합니다. 거기서 목판화를 이용한 인쇄본이 나오게 되죠. 애도시대에 이렇게 빨간표지를 한 『아까혼』이라는 커버의 책이 아이들에게 널리 읽혔습니다. 『사루카니 가센』이라는 전래동화를 많이 담고 있어서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애도시대에 어린이 전용도서관이 있었을까요? 그 시대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전용 책은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보지만 아이들도 같이 볼 수 있는 책은 존재했죠. 어린이들이 보면 안 되는 책도 있었습니다. 책 색깔이 달랐죠. 까만 푸르유 표지까지는 아이들이 볼 수 있었지만 노란 키묘시 표지는 연애담이어서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 책이었죠.
이 시대 아이들은 한국에서나 유럽에서마찬가지로 글자를 읽을 수 만 있다면 아무거나 어른들과 같이 읽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유가 가능했던 시기입니다.
그 의식이 차차 발전하면서, 1920년대 이후로 본격적으로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책이 나오게 됩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스웨덴의 아동학자인 ‘엘런 케이’여사가 아동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고, 아동관이 확립이 되면서 의식이 -전 세계로 각 나라마다 유입된 시기는 다르겠지만- 전 세계로 전파가 되었습니다. 그 시류를 타고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나 그림 잡지가 많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기입니다. 이런 그림잡지를 활동의 발판으로 삼아서 화가들이 어린이책 전문삽화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때가 1920년~30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카모토 키치’라는 화가의 작품인데요. 영국의 ‘아서 래컴’이라는 작가가 이런 실루엣을 이용한 그림을 많이 그렸죠. 그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재주가 좋아서 싸인부분에 보면, 사람들은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싸인했다고 생각하지만 검은 잉크로 싸인 주변을 더 까맣게 칠해서 싸인을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원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요. 어렸을 적에 많이 해 보셨던 색종이를 오려서 붙인 작품이죠. 1920년대 작품이긴 한데 그 당시 일본 아이들이 저렇게 입고 있었던거는 아니죠. 물론 유럽의 어린이를 묘사한 것이긴 한데 그 당시 일본어린이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고, 유럽의 앞서가는 패션이라는 것을 어린이잡지가 한 발 앞서 소개했다고 할 수 잇겠습니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기모노를 입고 있죠. 보통 아이들...어린이책은 그러니까 이 시대에 모던하고 하이칼라한 그런 느낌,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이런 그림 잡지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읽힌 것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림 잡지를 보고 있었던 독자층이 다음 세대에 그림책 잡지의 문화적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고 볼 수 있죠. 치히로씨도 같습니다. 치히로씨도 어렸을 때 이런 잡지를 많이 보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와사키 치히로’씨가 좋아했던 ‘하치야마 시게루’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2차전을 겪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사한 색채를 지니고 있고요, 오래되었지만 지금의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과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면 매스 미디어에 의해 대량으로 보급되는 그림책문화에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구요, 역으로, 우수하고 퀄리티가 높은 그런 그림책문화가 그런 그림책을 보고 자란 세대를 양성함으로써 다음세대의 그림책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엔 순수미술가들이 어린이그림책에 손대기 시작했다. ‘고가 하루에’씨 일본의 대표적 서양화가이며 잡지에 그림을 실었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2차 대전이후 그림책의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1945년 이후에 일본의 그림책은 크게 발전합니다. 그 배후에는 2차 대전의 크나큰 희생과 반성이 있었습니다. 여기 한국이나 중국에도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피해를 남겼죠.(잠시 침묵..) 이 시대 일본 그림책 작가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는 전쟁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타국의 아이들도 자국의 아이들도 총을 들리고 다시는 전쟁터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일본의 그림책은 교육운동, 아동문학운동이 활발해짐과 더불어 발전했습니다.
아까 말씀해드린 것처럼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까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의식이 높아지면서 많은 그림책작가들이 새로운 표현을 하고 또 보급해 나갔습니다. 왜 뜬금없이 베트남 전쟁을 언급하는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전쟁은 지금의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월남에 파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월남으로 비행기들이 떴죠. 그렇다고 일본작가들이 주먹쥐고 반대데모를 한 건 아니고, 전쟁보다 훨씬 중요한 뭔가가 있지 않은가 하는 메세지를 그림책을 통하여 전달해 나갔습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