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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못난이 신선
관음사 짚고 올라 조릿대 무성한데
새침 뗀 더덕줄기 능선 밑은 곰취밭
지지리 못난 바위를 신선이라 부른 너
* 신선바위봉(1,068m); 강원 영월. 백덕능선의 첫 번째 봉우리다. 산행길로 접어들면 신선이 나올 법한 기암과, 오염되지 않은 경관을 갖추고 있다. 남릉 1.5km 구간에는 각종 산나물이 가득해,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신선바위는 20m가 넘는 수직절벽으로 꼭대기의 조망이 일품이다. 법흥사 뒤편에 있는 연화봉과 사자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치악산과 비로봉이 물결친다. 들머리 관음사(흥원사) 동쪽 비탈에서 ‘괸돌골’이 발원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303면.
82. 치악의 곁다리
산길은 아기자기 바위는 기기묘묘
쫑긋 귀 토끼 잡고 황금투구 쓰랬지
꿩뫼에 곁다리 붙어 알랑거린 삼봉아
* 치악삼봉(稚岳三峰); 강원 원주. 치악산 쥐너미고개와 도실암골 서쪽 지능선이다.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암릉이 많은데, 북쪽부터 차례로 토끼봉(987m), 투구봉(일명 가마봉 1,002m), 삼봉(1,073m)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었다. 투구봉과 삼봉 사이의 산죽군락이 거추장스러우며, ‘산파바위’가 신경 쓰인다. 제아무리 날씬한 사람이라도, 키가 크면 배낭을 벗어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다. 비경이라지만, 등로는 네 군데나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414면.
83. 아이가 춤춘 산
산얼굴 아리송해 토종꿀 따는 두메
약초 향 은은하나 하산 길은 암굴 수로(水路)
아이야 춤추지 말고 강에 가서 천렵해
* 무동산(舞童山 522.3m); 강원 평창. ‘무동실(舞童室)마을’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마을의 진산이다. 산용(山容)은 아이가 춤추는 형국이다. 일제 때 철광이 있었으며, ‘말구리재’를 넘어 평창군 시동과 마지리(馬池里)로 가는 길이 있다. 하산길이 마땅치 않아 주민들만 이용한다는 절벽수로를 통해 힘들게 빠져나왔다. 평창강이 가깝다. 지면 관계로 ‘무동실마을’의 자세한 전설을 생략한다. 인터넷 검색 요망.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제1-192번(17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84. 가래골의 지조
불하늘 달아올라 가마솥 뜨거운데
계류는 넘쳐흘러 납량객(納凉客) 외려 추워
변암(弁岩) 안 청개구리여 지조 뭔지 배우소
* 치악산 가래골; 강원 원주 강림면 부곡리. 비로봉 남동쪽으로 흐르는 수량이 풍부한 납량계곡이며, 부곡리의 형상이 가마솥을 닮았다. 이 계곡의 명물 변암(弁岩-꼬깔바위)은 염량세태에 초연한 여말의 선비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1330~?)이 은거한 곳이다.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외롭게 사는 청개구리 한 마리에게 우리는 야릇한 처세술을 배운다. 운곡의 명시조 한수.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오백 년 왕업이 목적(牧笛)에 부쳤으니/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 한국고서연구회 월보 제 262호(2020년 9월) 원고. 납량시조 2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제1-560번(41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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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jó de Garaegol
El cielo arde, el caldero está caliente.
El arroyo de la montaña se desborda, hace frío y frío.
Rana arbórea en Byeonam (弁岩), aprende qué es jizo
* 2024. 8 .5 서반어 번역기.
85. 영혼을 연 폭포
산골에 숨었느냐 떡대 좋은 푸른 폭포
고스락 꿀맛 약수 그대 곁은 청초한 꽃
벗님아 백옥 발 친 후 신선놀음 어떠리
* 백암산(白岩山 1,099m); 강원 홍천. 이산 서남쪽 기슭에 숨어 ‘영혼을 열어준다’는, 높이 43m의 개령폭포(開靈瀑布)가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비류(飛流)는 마치 백옥으로 만든 주렴(발) 같다. 우렁찬 소리를 토하며 낭떠러지를 뒤흔드는 자태는 웅장하다. 주위에 약초, 야생화들이 풍성해 산새들의 낙원이다. 해발 950m 어사리덕 작은 산골샘에서 솟는 약용수는, 400리 홍천강을 적시는 비레올계곡의 무명남소와 함께 신비감을 더해준다. 일명 가령폭포(可靈瀑布)라 한다. 신달자의 ‘폭포’ 시 하나 소개한다. 오직 외길/세상은 잠시 물러가고/기꺼이 파멸을 향해 뛰어내리는/저 현란한 투신/한번쯤 만나고 싶었던 (중략) 숨은 영웅들의/격렬한 순열을 여기서 본다.
* 요산회(회장 故 안경호) 회원과 하산 중 비를 맞아 옷이 흠뻑 젖었다. 귀로 시 노선버스를 탔는데, 주민이 수상한 자(간첩)로 신고해, 중간 음식점으로 경찰이 달려왔다. “말씨, 등산복, 배낭 등을 보면 알 수 있을 턴데..”라고 해명하니, “잘 이해해 달라”며 되돌아갔다. 등산을 하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홍천9경’ 시조 중 제5경 ‘가령폭포’(74면) 시조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제1-227번(19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86. 날아다니는 산
밧도내 표석(標石) 지나 수풀은 우거지고
똬리 튼 서만이강 하늬바람 토라지니
산꾼아 미련두지 마 봉황 벌써 날아가
* 비산(飛山 694.3m); 강원 원주 영월. 북쪽으로 서만이강을 품고 있는 아담한 여름 산으로,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봉황이 날아오른’ 형국이다. 등산 초입마을이 ‘밧도내마을’인데, 바깥으로 물이 도는 냇가의 마을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꼴뚜국수’를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현지에서는 비우산(飛羽山) 혹은, 성산(星山)으로 부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36면.
87. 묘기 부린 광대
신선이 노는 바위 속인은 못 오르리
토할 듯 벼랑 밑은 폭포소리 청아한데
아찔한 외줄을 타는 어름사니 묘기여
* 광대산(廣大山 1,014m); 강원 정선. ‘화암8경’중 제8경인 광대곡을 품은, 몰운대(沒雲臺 제7경) 동북쪽의 선경으로, 길게 뻗어 올라가는 능선상의 최고봉을 말한다. 수백 길의 절벽이라, 정상은 전문 암벽등반가가 아니면 오를 수 없다. 하늘, 구름, 땅이 맞붙은 계곡이자, 태고적부터 인적을 거부한 돌, 물, 산의 전설이 한데 얽힌 신비의 동천(洞天)이다. 대자연의 산물로,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속설이 있다. 산이 꺼리는 음식물(예 개고기)을 먹고 입산하면 나뭇가지가 뱀으로 보이거나, 혹은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탐방하기에 앞서,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함을 강조한다. 입구에서부터 약 4㎞가량의 험준한 구간에는 동굴과 12용소, 폭포 등이 있는데, 차례대로, 산신께 기도하던 소도굴, 촛대바위, 층대바위, 병풍바위, 영천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선녀폭포, 구용소, 피용소, 뱀용소, 치소, 용대암, 항아리소, 가마소, 식기소 등이다. 예로부터 문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특히 심마니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산삼을 캔다고 하여, 지금도 많이 찾는다(출처; 정선 화암팔경 광대곡 광대산, 작성자 푸르미). 들머리는 ‘그림바위’ 마을에서 자동차 길이 난 동대천계곡을 거슬러 약 10리 정도 들어가야 한다.
* 어름사니; 남사당패에서 줄을 타는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 네 번째 놀이인 ‘어름’에 등장하여 줄을 타는 사람이다. 얼음 위를 걷듯 아주 조심스레 탄다.
* 졸작 명승보 ‘화암8경’ 시조 중, 제8경 ‘광대곡’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53번(7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88. 동강의 푸른 산성
가는 길 힘들지만 오는 길도 어려워라
수천 길 절애 위는 고고히 버틴 노송(老松)
동강은 미려한 해자(垓字) 오롯하라 푸른 성
* 완택산(完澤山 916m); 강원 영월.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절벽이 아찔하다. 사행천(蛇行川)인 동강이 감싸 흐른다. 주능선을 경계로 연하리 방면은 급경사를 이룬다. 옛날부터 천혜의 요새로, 남쪽은 동강 물줄기가 방어선 구실을 했다. 이곳은 영월군민들이 전란시 피난처로 이용했으며, 능선을 따라 축성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등산로는 연하리 쪽에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북동쪽에 고고산 (高古山853.6m) 고고히 버티고 있다.
* 해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서 판 못.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29면.
89. 오지는 없어
세상엔 오지 없어 마음의 공백지대
인생도 산길 같아 깊은 곳은 오리무중(五里霧中)
자작 숲 표지로 삼아 청산(靑山) 하나 얻었소
* 가득봉(可得峰 1,059.7m) 강원 인제. 거개가 어린 자작나무숲이 조성된 아홉사리재(775m)에서 오른다. 임도를 제외하곤 등산길이 쉽지 않다. 정상에 2등 삼각점(어론 23 1989년 재설)이 있다. 신갈나무가 우점종(優占種)을 이루며, 오지란 점 말고는 특히 꼬집어 낼만한 특징이 없다.
* 이제 지구상에 진정한 오지는 없고, 마음의 공백지대만 존재할 뿐이다. 지구의 구석구석을 인공위성이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구글 3D 입체지도는 산의 깊숙한 뒷면까지 모조리 들추어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6면.
90. 삑삑 운 매
푸드덕 날개소리 밤이슬 맞은 참매
조망이 끝없으니 북녘 산 가물대고
당귀향 짙은 계곡에 삑삑 울린 메아리
* 매봉산(1271m); 강원 인제. 계곡이 깊고 약초가 많이 자란다. 사방의 조망권(眺望圈)이 좋고, 산은 매를 닮았다. 북쪽으로 백두대간 분기점인 칠절봉(七絶峰 1,172m)이 있다. 대개 연화동계곡의 용대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원점회귀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170면.
91. 천당골 미남
산 높고 골 깊으니 약수 맛 좋다마는
헌칠한 미남 앞에 주눅 들린 얌전돌이
천당골 오르고 나니 달라붙는 야생화
* 중왕산(中旺山 1,376m); 강원 평창 정선. 일명 주왕산이라고도 한다. 태백산맥의 지맥인 중앙산맥에 솟아 있으며, 그 주위에는 가리왕산(1,561m)·청옥산(1,256m)·삿갓봉(1,055m) 등이 포진해, 제법 큰 산군을 형성한다. 서쪽을 제외한 전사면이 비교적 완만하며, 고위평탄면이 남아있다. 동북쪽에서 발원한 계류는 오대천으로 흘러들고, 남쪽에서 발원하는 계류는 정선읍 용탄리에서 조양강으로 유입된다. 북쪽 진부면 장전리는 화전취락이 많았던 곳으로 조사·연구의 대상이다. 남동쪽의 정선읍 회동리는 무연탄을 채굴하는 정선탄전지대에 속한다. 명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서쪽으로 흐르는 천당골이 좋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382면.
92. 청옥보다 비싸
산야초 방긋 웃는 꼭대기 구슬 보라
몽글댄 이마에는 바람전기 일으켜도
산나물 육백 마지기 청옥보다 비싸오
* 청옥산(靑玉山 1,255.7m); 강원 평창. 나물산행 최적지인데, ‘육백마지기’는 지명으로 정상 밑 능선에 있는 고랭지채소밭을 일컫는다. 한 마지기는 지방마다 다르나, 평균 200평으로 치면 모두 12만평 쯤 된다. ‘청옥’은 원래 진귀한 푸른 옥을 뜻하지만, 이곳에만 나는 산나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근자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었다. 옛 헬기장 일대는 밤하늘 별자리 관측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흔히 동해시 삼화면과, 삼척군 하장면 경계에 있는 靑玉山(1,404m)과 혼동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404면.
93. 떨어진 부용
산불 난 등성이에 홍엽은 더욱 곱고
된비알 거친 숨결 그을음 묻었으니
호수에 떨어진 연꽃 그대 먼저 건져요
* 부용산(芙蓉山 644m); 충북 음성 충주. 산 모양이 부용(연꽃)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음성군 생극면의 ‘생동팔경(笙洞八景)’의 하나로, ‘부용산의 비 개인 하늘에 뜬 달’, 곧 ‘부용제월(芙蓉薺月)’을 들고 있다. 단풍이 곱고, 마침 등산할 때는 산불이 난 후다. 중턱에는 석불 1좌가 있고, 정상에는 산행일지를 저장하는 철제박스가 놓여있다. 산을 둘러싼 저수지가 많다. (디지털충주문화대전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272번(226면).
94. 만복을 차지
설산이 좋다 한들 억새밭 당할 손가
산죽이 시비 붙고 철쭉가지 바지 잡나
정령치 남쪽 오리 쯤 복 많은 땅 좋더라
* 지리산 만복대(萬福臺 1,438m); 전북 남원, 전남 구례.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노고단에서 반야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100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빼어난 봉우리이다. 여기서 고리봉(1,304.8m)까지의 3㎞쯤 이르는 능선에는 지리산에서 가장 드넓은 억새 평원이 펼쳐져 있고, 산죽밭도 괜찮다. 보통 정령치에서 출발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84면.
95. 부귀는 허무
하늘을 우러러본 붉은 뱀 어디 갔지
마이산 손에 쥐니 명당도 탐탁찮아
늙으면 부귀를 놓게 마음 한결 편하리
* 부귀산(富貴山 806m); 전북 진안, 금남호남정맥. 글자그대로 부귀를 가져다주는 호남의 숨은 명산이다. 산속에 사지앙천(蛇之仰天) 즉, 뱀이 하늘을 우러러 보는 형국의 명당이 있다. 마이산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므로, 이 산부터 먼저 오르기를 권한다. 오르는 방향에 따라 육산 혹은 암봉이 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진안의 진산(鎭山)으로 기록되어 있고, 『진안지』에는 “가파른 산세에 용이 서린 듯, 호랑이가 웅크린 듯 산세이며, 대인군자의 상을 닮아 군의 주산이 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좌표(座標) 값은 북위 35° 48′, 동경 127° 24′이다. 과거 백택사가 있어서 백택산 또는, 독태산이라고도 불린다. 천지개벽 때 봉우리에 배를 맸다 하여 ‘배때기산’이라고도 불렀다.(자료일부 네이버 지식백과)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25면.
96. 산제에 올린 포도
위례성 올랐더냐 당신은 백제 주인
제(祭)터로 괜찮은데 천주교 성지라나
산보다 더 큰 포도 따 하느님께 바치오
* 위례산(慰禮山 523m); 충남 천안 입장면. 산의 정상부에 위례성(위치논란이 많음)이 있어서, 위례산으로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위례’는 우리말의 ‘울타리’를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 산은 직산 위례성, 검은 산, 신산(神山)으로도 불린다. 북쪽과 서쪽 비탈은 급경사로, 곡간(谷間)에 입장천의 상류부가 형성되어 있다. 남쪽과 동쪽은 그보다 상대적으로 완경사이지만, 병천천의 윗물이 된다. 산제 지내기에 좋은 산이다. 입장면에 알이 큰 거봉포도가 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47면.
97. 돌고 돈 인생
돌아서 이곳 왔네 삼각 뿔 산상바위
자욱길 망태버섯 산아씨 얼을 뺏고
아련한 주천강 위로 금빛 봉황 돌아와
* 회봉산(回峰山 764m); 강원 영월. 산길에 노란 망태버섯이 참 귀엽다. 두산천이 주천강과 합수하는 지점의 남쪽에 솟은 산이다. 작은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는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다. 지명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설이 전한다. 하나는 산의 형세가 삼각형을 이룬 뿔처럼 가파르고 험해서, 돌고 돌아(돌回) 오른 봉우리(峰)라 한다. 다른 하나는 옛날에 이 산에 서식했던 독수리가 겨울이 되면, 다른 곳으로 갔다가 봄에 봉황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하여, 回자와 봉황 鳳자를 쓴다는 이야기다. 여름 산행지로 적합하며, 강 위로 비치는 황금노을이 은은하다. 인생길 역시 돌고 돌지 않는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55면
98. 뱀 머리 잘라
날머리 다다를 쯤 청산이 시끌벅적
요천(蓼川) 변 푸른 와암(蛙岩) 개구리 떼 불안하니
노려본 뱀 머리 잘라 허리춤에 꿰차리
* 사두봉(蛇頭峰 1,015m); 전북 장수, 금남호남정맥. 봉우리는 뱀 머리를 닮았으며, 풍수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번암면 동쪽 12km 지점에 있는 지지(知止)마을 앞 요천 상류에는 개구리 모양의 바위 ‘와암’(蛙岩)이 있다. 먼 옛날 장안산 계곡에서 놀던 개구리가 어느 날 갑자기 뱀에게 쫓긴 몸이 되어 동산치의 선인들에게 구원을 얻으려고, 요천수를 헤엄쳐서 이 마을 앞까지 왔다. 마치 그 곳에는 많은 개구리들이 놀고 있었기에, 위급사정을 털어놓게 됐다. 그 때에 수염 센 개구리가 이르기를 “여기서 동산치 까지는 멀고, 뒤에서 뱀은 쫓아오고 있으니, 우리 다 함께 구원의 소리를 크게 외치자” 하며, 개굴개굴 큰 소리로 울었다. 애원의 소리가 신선에게 메아리 쳐져, 그들은 뱀을 쫓아버리고, 개구리떼를 구해주었다. 그 뒤부터 개구리들은 한데모여 동산치를 바라보고, 고마워 밤낮없이 울다 바위가 됐다 한다. 전설을 뒤로한 채, 우리가 내려선 지금의 밀목재(북쪽)는 염소방목으로 산이 여전히 소란스럽다.
* 요천은 한국하천 50선에 드는 아름다운 내이다.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의 경계에 있는 백운산(1,278m)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남원시의 동쪽 가장자리를 지나, 전남 곡성군과의 접경지역에서 섬진강에 합쳐진다. 남원문화의 발상지이다.
* 예전에 고창은 성(性)자랑, 흥덕은 양반자랑, 장수군 무장은 아전자랑이 심했다고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40면
99. 덕산계곡의 연인
장쾌한 억새능선 설원이 무색하랴
추풍은 소삽(蕭颯)한데 송송 맺힌 이마 땀
김 뿜는 덕산계곡에 유방 씻는 연인아
* 장안산(長安山 1,237m); 전북 장수, 금남호남정맥. 옛날 이곳에 장안사(長安寺)라는 절이 있어 그 이름을 따서 불렀다고 한다. 북쪽의 무령고개, 남쪽의 어치재가 경남과 전북의 경계를 이룬다. 서쪽에 유명한 덕산 용소계곡을 비롯해, 26개의 크고 작은 계곡, 7개의 연못, 14개의 기암괴석, 5개의 약수터 등, 연못과 폭포가 절경을 이룬다. 동쪽능선 억새밭은 가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한국100명산이다.
* 여기서 연인은 사람이 아닌, 장안산의 아름다운 계곡 그 자체를 뜻한다.
* 삶의 기준이 따로 있을까? 약 30년 전 필자가 국민은행 차장으로 재직 시, 당시 주한(駐韓) 중화민국 석승인(石承仁) 공사(公使)가 들려준 열 가지 인생지침이다. 현대인의 보편적 가치가 담겼다.
① 일대부처(一對夫妻); 부부는 일부일처의 대등한 사이로
② 양개소해(兩個小孩); 아이는 둘이 적당
③ 삼대동당(三代同堂); 삼대(조부손)가 한 집에 살고
④ 사린돈목(四隣敦睦); 앞뒤 좌우 네 이웃과 친하게 지내라!
⑤ 오분저축(五分儲蓄); 수입의 반 이상을 저축하고
⑥ 육친왕래(六親往來); 부모 형제 자매는 자주 오가며
⑦ 칠분망록(七分忙碌); 너무 바쁘면 판단이 흐려지니, 70%정도 일에 열중하라!
⑧ 팔분학문(八分學文); 여가의 80%를 학문(자기계발)에 힘쓰고
⑨ 구분만의(九分滿意); 꽉 채우면 이지러지니, 자기 뜻의 9할 정도에서 만족하며
⑩ 십분건강(十分健康); 건강은 넘칠수록 좋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484(36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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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nti della Valle Deoksan
Il magnifico campo innevato della cresta d'erba argentata è inutile?
Il vento freddo è come una piccola pala e il sudore sulla fronte è denso.
Un'amante che si lava i seni nella fumante valle di Deoksan
* 2024. 11. 24 이태리어 번역기.
100. 마루금 가른 수리
시누대 한길 넘어 살랑댄 궁둥이들
여산꾼 방귀 뀌자 바람이 킥킥대고
참수리 훨훨 난 산정 두 마루금 갈라놔
* 영취산(靈鷲山 1,076m); 전북 장수, 경남 함양,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 분기산이다. 산은 독수리가 나는 형상이며, 산죽군락지대가 지겨울 정도다. 최근 식생보전차원에서 나무계단을 많이 만들었는데,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서쪽으로 무령고개(970m)가 가깝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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