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31일
시월의 마지막 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콧노래를 부르면서 거실로 나갔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오늘이 자기 생일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혼자 하면서 안개가 자욱한 창밖의 풍경에 마음을 내어준다. 아직은 나뭇잎이 파랗다. 집집이 마당에는 감나무가 가을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감나무는 어지간한 집에 마당에는 한두 그루는 심어있다. 늦은 가을날에는 주홍빛 등불을 켜고 있는 감나무가 주인공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이벤트로 두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미용실에 가서 염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들과 남편과 저녁에 시원하게 맥주와 치킨을 먹는 것이다. 그냥 지나가기에는 심심하니까. 이벤트를 좋아하는 나는 순간을 즐기면서 살자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
오전에 미용실에서 염색했다. 머리카락 색깔이 너무 밝은 것 같아서 조금 진하게 염색했다. 이런 화장품을 발랐더니 턱선도 날렵해지고 검버섯 주근깨 잡티가 싹 사라졌다는 신비의 화장품 광고를 오래도록 들어야 한다. 머리카락이 기적처럼 새로 난다는 이야기까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듣는 곳이 미용실이다. 얼굴이 정말 환해지고 예뻐진 원장님은 행복해서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손님들도 덩달아 행복 바이러스가 전염돼서 늦도록 피어있는 덩굴장미처럼 얼굴에 홍조가 가득하다.
늦은 오후 다섯 시에 아들과 토산지로 산책하러 나갔다. 가는 길에 키친 집에 들러서 주문을 해놓고 돌아오면서 찾아가기로 했다. 나온 김에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를 들렀다. 집에서만 그림 작업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해 주는 격려와 사랑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나 초밥, 햄버거. 자장면을 시내에 나가서 먹는다. 성실하게 자기 일을 잘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엄마랑 산책하는 아들이 착하다고 이웃 사람들이 말한다. 친구가 되어주는 아들이 있어서 오늘도 행복할 수 있다.
시월의 마지막 날 이벤트 ‘짜잔’ 하면서 치킨과 맥주를 식탁에 차려놓고 아들과 남편을 초대했다. 과한 반응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두 남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건강하게 무더운 여름도 잘 보내줘서 고맙고 가을도 멋지게 보내자고 건배사를 멋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