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해 전만해도 아스파라거스를 파는 곳은 많이 않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 맛집 여행과 음식 관련 방송, SNS 정보가 풍성해져서인지 우리에게 생소했던 외국 채소들을 구하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어떻게 먹는 것인지 조리법조차 낯선 채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서양채소의 귀족으로 불리는 아스파라거스는 고급스러운 맛과 영양, 다체로운 조리법으로 서양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기 채소다.
한국인이 입맛에도 맞고 건강에도 좋은, 가성비 최고의 아스파라거스를 시작으로 낯선 외국 채소 이야기와 다양한 조리법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아스파라거스는 2천 년 전만 해도 이뇨 작용을 돕고 혈액을 말게 해주는 약용 채소로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일부 수도원에서 재배됐다.
최근에는 유럽 전역을 비롯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애용되는 글로벌 채소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후반 정도까지는 데치거나 쪄서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대형 공장에서 통조림과 병조림으로 가공 생산되면서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 다양한 조리법이 생겨났다.
북유럽의 서늘한 기온에서 재배되는 흰색 아스파라거스는 햇빛을 피해 언덕진 구릉 형태의 흙 속에서 경작되어 생으로도 즐기고, 통조림이나 병조림 아스파라거스 수요가 많은 중국이나 대만, 스페인, 네덜란드로 수출된다.
반면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초록색 아흐파라거스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에서 주로 재배된다.
비옥한 흙 위에서 태양을 듬뿍 받으며 빠른 속도로 자라 하루에 한 번씩 수확 가능하다.
그리고 핑크나 보랏빛 아스파라거스는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에서 주로 재배됐다.
아스파라거스의 색과 맛은 재배 방식이나 기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땅이 자양분과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 초록색 아스파라거스는 흰색보다 상큼하고 아삭한 식감이 좋다.
영양적으로는 비타민B1, B2가 풍부하고 칼슘, 칼륨, 철분 등의 무기질과 단백질 함량이 높다.
아스파라거스가 쌉쌀한 맛을 나게 하는 아스파라젠산은 몸의 신진대사와 단백질 합성을 도와 피로와 숙취 해소,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
또한 혈관을 강화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루틴(rutin) 성분이 많아서 고혈압 예방 효과도 있다.
◈ 치즈에 곁들이면 훌륭한 와인 안주
아스파라거스는 줄기가 단단하고 끝이 뾰족하며 색이 선명한 것일수록 신선하다.
보관을 잘못하면 줄기의 아삭한 식감이 떨어지고 질겨진다.
또한 곰팡이 냄새가 나며 색깔도 갈변해 아스파라거스를 맛있게 즐길 수 없다.
아스파라거스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신문지나 두툼한 포장지로 아스파라거스를 둘러싼 다음 비닐팩에 넣어 두거나, 약간 축축한 타월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 정도는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스파라거스는 어떻게 조리해서 먹는게 좋을까?
가장 쉽고 간단한 손질법은 손으로 꺾으면 딱 소리를 내며 저절로 뿌러져 나가는 아스파라거스의 밑동 부분만 버리고, 감자필러로 뵤족한 끝에서 밑동 방향으로 껍질을 얇게 벗긴 다음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5초 정도 데쳐 찬물에 식혀서 조리하면 된다.
이때 아스파라거스의 줄기가 두껍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전통적인 서양식 데치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아스파라거스를 조리용 실이나 두껍고 부드러운 실로 한 묶음씩 두 세 번 감아 단단히 묶은 다음 통째로 팔팔 끓는 물에 소금, 레몬 슬라이스 한두 쪽을 넣고 묶음 채 밑동부터 넣고 데친다.
부드럽고 섬세한 아스파라거스의 끝은 요리하는 중에 부러지기 쉬우므로 끝이 나중에 물에 잠기도록 담가 부드러워질 정도로만 살짝 데쳐 찬물에 넣고 식힌다.
그밖에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한 다음 올리브유에 사짝 버무려 그릴에 스테이크와 함께 굽거나 버터를 두른 팬에 넣고 볶아 먹기도 한다.
한국식으로 나물처럼 양념장에 무쳐 먹거나, 서양식으로 샐러드나 해산물요리, 연어와 같은 생선요리 등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핑거푸드(손으로 집어 먹는 음식) 베이컨이나 프로슈토(햄)로 아스파라거스를 돌돌 말아 팬에 지져 먹거나, 치즈와 함께 곁들여 와인 안주로도 활용 된다.
버터를 녹인 팬에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볶다가 밀가루를 넣어 루(roux)를 만든 다음 육수를 넣고 갈아서 끓인 수프는 서양식 집밖으로 인기 있다.
그 외에도 김밥의 속의로 활용하거나 샌드의치, 혹은 튀김으로 먹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