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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오륙도문학 31호
P. 231~
<소설>
단톡방 초대
너 둘 & 나 하나
黙泉 김용빈
안방 화장실 양변기가 말썽이다. 변기가 수시로 막혔다. 자동 물 내림 센서는 막힌 변기를 뚫을 요량으로 물 내리기를 거듭하였다. 비데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다. 수리를 해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출장비에 수리비까지 보태면, 차라리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 안에 6층에서 화장실 수리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먼지, 소음이 발생하더라도 양해를 구한다는 글이었다. 시공업자의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전화를 해 보았다.
“안방 화장실 변기를 교체하려고 하는데 얼마나 들까요?”
“변기 나름이지만, 한 40만 원 정도 듭니다.”
“설치한 것을 보고 부탁해도 될까요?”
“네. 설치하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며칠 후, 시공업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변기 설치 공사가 끝나서 오늘 철수할 건데, 지금 보시러 오시겠습니까?”
“지금 멀리 와 있어서……, 죄송하지만, 사진을 보내 주실 수 있나요?”
시공업자가 바로 사진을 보내왔다. 집에 와서 변기 위에 적힌 모델명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중국산으로 10만 원대다. 설치비를 부담한다 해도 40만 원이면 너무 비싸다. 아내가 양변기 매장에 한번 가 보자고 했다.
토요일이다.
아내랑 도기 유통단지를 찾았다. 단지가 꽤 크다. 그러나 주말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거리가 한산하다. 우리는 불이 켜진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남자 혼자 있었다.
“뭐, 찾는 게 있나요?”
“네 변기를 보러 왔어요.”
널찍한 가게에는 변기뿐만 아니라 세면대 등 도기들이 꽉 차 있었다. 국산, 중국산이 뒤섞여 있었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다. 나는 우리 아파트 6층 이야기를 하며 20만 원 예산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고 했다. 그러자 제품이 무엇이더냐고 물었다. 나는 6층 시공업자가 보내온 사진을 보여주었다. 남자가 사진을 보더니 자기도 같은 제품으로 20만 원에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여기 오기를 잘했다는 눈짓을 보냈다. 20만 원이면 절반 값이지 않는가. 그렇지만 중국산은 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국산으로 사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리 따라오시지요.”
남자는 우리를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이 제품은 국산으로 물탱크가 없는 직수 형입니다. 안방 화장실같이 작은 공간에 아주 적합하지요. 도기도, 부속도 모두 국산입니다.”
양변기가 작고 깜찍하게 생겼다. 아내도 보고 좋아했다.
“가격이 얼마입니까?”
“35만 원입니다.”
우리는 이 제품으로 정하고 계산하려고 갔는데, 갑자기 38만 원이라고 했다.
“아니, 35만 원이라면서요?”
“제가 들어온 가격을 잘못 알았네요.”
아무리 잘못 알았더라도 처음에 부른 가격이 있는데, 처음 말한 대로 팔아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는 3만 원 남는 장사라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다른 가게에 가서 한 번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해서 가격만 좀 깎아달라고 했다. 겨우 1만 원 깎아준단다. 카드 결제하려니 부가가치세 10%를 더 내라 했다.
“우리 화장실은 줄눈이 되어 있는데, 변기를 설치하고 그 부분만 줄눈이 빠져있으면 보기 싫으니까, 줄눈까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결제하기 전에 이렇게 말하자,
“네. 줄눈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설치하는 사람들이 돈만 챙기고 공사를 제대로 안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설치비를 직접 주시지 마시고, 제 전화번호가 은행 계좌 번호입니다. 이리 입금하시고, 줄눈까지 완벽하게 되었다고 전화 주시면, 그때 제가 설치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겠습니다.”
설치비 8만 원은 설치 후에 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로 하고, 변기 값은 카드로 결제했다. 그리고 공용화장실 세면대 개폐기가 고장이라 교체하려고 개폐기를 구입하자, 개폐기는 무료로 설치해 주겠다고 자청해서 말했다.
설치일이다.
아침 일찍 설치업자가 도착했다. 아들이 출근하기 전에 공용화장실에서 씻어야 한다. 그러면 물기가 있어 설치업자가 욕실 바닥에 누워서 작업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공용화장실 세면대 개폐기부터 교체하기로 했다. 교체하기 전 설치업자는 세면대가 오래되어 배관이 깨질 수도 있다며, 깨지면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설치업자가 바닥에 누워 배관을 뜯어내고, 구멍 난 배관을 보여주어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안방 화장실 기존 변기를 철거하고, 설치업자가 복도에서 새 변기를 들고 들어왔다. 아내가 박스를 보고 중국산이라고 했다. 설마 하고 박스를 보니 부속 및 구동부는 KOREA인데, 도기는 분명 CHINA이었다.
판매업자에게 전화했다. 판매업자는 전자제품도 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들어 와도 국산으로 판매한다며, 도기도 8~90%가 중국산이지만, 부속이 국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사장님이 가게에 진열된 다른 제품도 도기는 중국산이지만 부속이 국산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가져간 사진을 보고 중국산이라며 중국산을 안 좋게 이야기하면서, 이 제품은 국산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그제야 인정하면서,
“도기 값이 37만 원에서 3만 원 빼 드리면 저는 원가로 선생님께 드리는 건데, 그렇게 하시든지 아니면 반품하세요.”
“지금, 우리 것을 다 뜯어 놓은 상태라서…….”
“도로 붙여 드리겠습니다.”
나는 설치업자에게 다시 붙일 수 있느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반품하기로 했다. 한두 달 쓰다 버릴 제품도 아니고 평생을 쓸 수도 있는데 중국산은 싫었다. 그래서 기존 변기를 재설치했다. 설치업자가 일을 끝내고 나서 나보고 설치비를 달라고 했다. 판매업자가 줄 것이라고 하는데도, 세면대 설치비와 부속값 1만 5천 원 하여 6만 5천 원을 달라고 하면서, 계좌번호를 적어 줬다.
“양변기 사장님께서 줄눈을 해 주시기로 했는데…….”
“저는 줄눈을 할지 모릅니다.”
설치업자가 돌아간 뒤, 핸드폰을 열어보니, 판매업자에게서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어쨌든 타사 제품이라 저도 모르고 판매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판매업자에게 전화했다.
“이른 아침부터 설치업자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사장님께서 설치비를 주셔야지 않겠습니까?”
“설치비를 주고 안 주고는 내 마음인데, 나보고 주라 마라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다시 전화했다.
“줄눈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무슨 줄눈을요?”
“계약할 때 줄눈까지 해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 댁에 줄눈이 되어 있는지 뭐가 되어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줄눈까지 해 준다고 합니까? 줄눈 자체를 모르면서 줄눈이라 하면 안 되고요. 줄눈이라 하는 것은 타일 사이에 넣는 걸 줄눈이라 하고, 양변기를 놓고는 백시멘트로 마감하는 겁니다. 알고나 말씀하시지요. 전화 끊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고, 계속 제쳤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우리가 논을 샀는데, 다음 날 새벽부터 논바닥에 있는 짚을 전 주인이 지게에 지고 갔다. 왜 가져가느냐고 하니까, 계약서에 논만 팔았지 짚은 안 팔았다는 거다. 그렇다 계약서에 줄눈도 같이 적었어야 했다. 반박하려고 해도 증거가 없다. 앞으로는 뭐든지 적어야겠다.
저녁에 퇴근하여 집에 오니, 설치업자가 아무렇게나 찢은 박스 조각에 <전화도 안 받고 왜 입금도 안 하십니까? 방문할 때마다 10,000씩 올라갑니다. 이제 75,000원입니다.>라고, 매직으로 써서 대문 밖에 두고 갔다. 핸드폰을 열어보고서야 설치업자가 전화했다는 걸 알았다. 일하느라 무음으로 두어 전화 온지 몰랐다. 그렇다고 하루도 안 지났는데, 이렇게 하다니 기분이 몹시 상했다. 정 안되면 설치비를 내가 주려고 했는데,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집에 사람이 없을 때 또 찾아와서 1만 원 오른 가격을 적어놓고 갔다.
<사장님! 오늘도 오시면 전화 주십시오.>라고, A4 용지에 적어서 설치업자가 두고 간 박스 조각에 걸어 두고, 출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지금 운전 중이라 도착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하실 것이 아니라, 입금하셔야지요.”
“네, 알았습니다.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도착하여 전화했다. 국산을 정상적으로 설치하였으면, 세면대 설치비는 무료 서비스이니 나는 양변기 설치비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중국산이 와서 반품하고 재설치를 하였으니 그 설치비는 원인 제공자인 판매업자가 주는 게 맞다. 설치업자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하면서도, 우리 것을 달았으니 나보고 달라는 것이다. 하기야 설치업자는 판매업자에게 공사를 받아서 먹고 사는 입장이다 보니, 이럴 경우 판매업자에게 설치비를 달라고 말하기가 뭣할 것이다. 나는 술 한 잔 마셨다고 생각하고 설치비를 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는 달랐다. 확인 안 했으면 우리는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을 뻔했고, 줄눈도 해 준다고 하고서는 백시멘트라 우기는데, 적은 돈이지만 설치비까지 주면, 우리를 완전 바보로 알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설치비를 안 주면 설치 업자만 손해 보는 꼴이라, 다시 판매업자에게 전화했다.
“내가 사장님께 우리 변기를 떼어 놓았다고 하니까, 도로 붙여주겠습니다. 라고 한 것은 설치비를 주겠다고 한 거잖아요.”
“아니, 선생님의 변기를 달았는데, 왜 내가 설치비를 줘야 합니까? 나는 그날 변기 반품 처리하고, 문자도 보냈는데……. 설치비까지 나한테 말씀하신 것은 나를 두 번 기분 나쁘게 하는 겁니다.”
말하는 투가 퉁명스럽다.
“기분 나쁘다고? 누가 할 소리인데…….”
“왜 나보고 설치비를 주라고 합니까? 선생님 물건을 달았는데……, 나는 자재 판매하고 업자만 소개해 주면 끝입니다. 선생님께서 변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내가 설치비 줄 이유도 없구요. 전화 끊습니다.”
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분 좋은 경우라면 5만 원이 아니라 5십만 원도 줄 수 있지만, 기분 나쁘면 5천 원 아니라 5백 원도 아까운 법이다. 나보고 변심했다고?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를 해봤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상담사는 모든 것을 판매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판매업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일을 더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한 번 더 이야기해 보고 안 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사이 설치업자와 통화도 했다.
“판매업자에게 설치비 받아 줄 터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또 방문하면 만 원이 올라갑니다.”
“그건 어느 나라 법입니까?”
“자동차 기름 값은 받아야지요.”
판매업자와 설치업자에게 당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진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려면 셋이 함께 만나야 한다. 각각 따로 이야기해 봐야 지금처럼 쳇바퀴만 돌릴 것이 뻔하다. 그러나 같이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때였다. ‘카톡!’ 동창회에서 모임 안내 문자가 단톡방에 떴다. 그래! 단톡방을 이용하는 거다. 나는 무릎을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두 업자에게 보낼 글을 쓰기 시작했다. 통화녹음도 중요한 부분만 잘라냈다. 그리고 판매업자와 설치업자를 단톡방으로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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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아래와 같이 칭(稱)합니다.
1) 판매자 2) 설치자 3) 소비자
먼저, 판매자와 설치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제1녹음>
(판매자): “도기 값이 37만 원에서 3만 원 빼 드리면 저는 원가로 선생님께 드리는 건데,
그렇게 하시든지 아니면 반품하세요.”
(소비자): “지금, 우리 것을 다 뜯어 놓은 상태라서…….”
(판매자): “도로 붙여 드리겠습니다.”
1) <제1녹음>에서와 같이 소비자가 “떼어 놓은 변기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판매자에게 물어본 것은 ‘설치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물어본 것이고, 판매자가 “도로 붙여 주겠다.”고 한 것은 ‘설치비는 내가 부담할 터이니
소비자는 걱정하지 마라.’고 하는 말과 같습니다.
2) 판매자가 설치자에게 설치비를 지불하면 계약 때 약속대로 세면대 개폐기 설치비는 무료 서비스임으로
소비자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제2녹음>
(소비자 상담실) : “원칙은 판매업자가 원산지를 속여서 판매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품 반품, 교환은 당연하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그 판매자가 부담하셔야 하는 게 맞거든요.”
3) <제2녹음>에서와 같이 소비자 상담실 말씀대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려 한 판매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으므로
양변기 재 설치비를 판매자가 설치자에게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며, 설치자는 소비자에게 설치비를 요구하지
않아야 합니다.
4) 소비자 상담실에서 판매자의 업체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만, 판매자와 설치자의 정보 보호차원에
서 안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설치비를 소비자에게 청구할 경우, 소비자는 소비자 상담실에 접수한 내용에
판매자와 설치자의 업체와 연락처를 공개할 것이며, 정식으로 제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다음에 리뷰를
올리는 등 인터넷 매체에 이 상항을 알리겠습니다.
5) 더 이상 일이 진행되지 않게 현명한 판단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 내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1)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려 한 판매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없고, 문자 한 통이 전부였습니다.
2)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려 하고, 줄눈까지 두 번 속인 겁니다.
3)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려 한 판매자는 간단한 문자하나 날리고, 환불해 준 것이 전부인데, 소비자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금액을 설치자에게 독촉받고, 지불하지 않으면 방문할 때마다 1만 원씩 올라간다는 협박까지
받아야 하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0. 지금까지 말한 위 내용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내일 16시까지 판매자와 설치자가 함께 볼 수 있는
이 단톡방으로 답 주십시오.
0. 위에 정한 시간 내에 이 단톡방에 답이 없으면 소비자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0. 그 이후에는 어떠한 의견도 받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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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독자들이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실화냐? "라고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적은 금액으로 아옹다옹하는 세 사람을 통해 각박한 세상을 그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