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카류가 모든 이유를 일일이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한 뒤[...]
잠.시. 세상구경을 나온 이 시점, 왕궁이 발칵 뒤집혔다는 건 눈감고
도 삼척동자까지 휀히 뵈는 사실이다.=_= 그럼 다시 한 번 멋지고
도 웅장한 아르윈 왕성으로 가서 그들의 허둥대는 꼴을 마음껏 비웃
어 보자.[맞는다]
“아직도 못 찾은거냐!!!!”
말 했지 않은가. 발칵 뒤집혔다고. 세상에 어느 누가 그 귀엽고 얌
전하고 깜직해서 콱 깨물어 버리고 싶은 카이세리온이 저리 칼있으
마 넘치리라고 평생에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으랴. 실지로 근엄해야할
국왕폐하 조차 그 여리여리한 몸에서 나오는 강대한 파워에 눌렸으
니 말 다한 셈이다. 루브야… 너까지 눌리면 어쩌자는 거냐...
“그…그것이 수도를 다 뒤졌으나…아직…”
“그딴 말은 듣기 싫다!!! 수.도.만. 뒤졌다니!!! 네 놈이 정녕 뒈지고
싶더냐!!!!”
...의외로 에르가는 자신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언어체계를 여러군
데에 전파 시킨 것이다.[삐질]
“제길…”
옆에서 흘러나오는 무려 세라의 상스러운 소리... 미르랑 키옌은 아
까부터 1절지 두 배 만한 알 수 없는 언어...도형...같은 게 빼곡히
그려진 도면을 펼쳐놓고 뭐라고 지들끼리 꿍얼대는 중이다. 도대체
어떻게 읽는걸까...[미스터리]
한참을 턱을 괴고 있다가 기어코 책상을 쾅! 내려치는 루브. ...저 비
싼 금박이 예쁘게 씌워진 책상이 부서졌다...어흑 아까워라-_ㅠ. 저
게 얼만데.[퍽]
“더 이상 이대로 계속 비밀스레 수색할 순 없습니다!! 아버님!!!!”
“루블로프, 그럼 어쩌자는 거냐.”
참고로 하만국왕의 시한의 소설내에서 엄청난 팔불출이 되 버렸
다.[=_=;] 근심걱정으로 가득찬 얼굴이 예쁜 주황색 머리카락에 살
짝 가려져 찰랑거리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심히 두근케 한다.
[...설마 진짜로 그런 사람 없겠지...?;;;]
“전국에 알려 카류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상을 내려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우린 그것을 가르켜 전국수.배.라 한다.-_-;;; 그러나
그 멋진 아이디어에 정신이 팔려 그게 다른 말로 수배령이란 걸 미
처 깨닫지 모한 그들을 바보인가...;;;
그리고 루브의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서며! 그 위대한 칼있으마를
남김없이 방출하는 하늘과 같은 파란머리의 미소년.
“카류리드 드 크레티야 공주를 찾아오는 사람에겐 남녀노소를 불문
하고 평민에겐 남작의 지위를, 귀족에겐 백작 이상의 지위를 주겠
다!!!!”
오오오-
순간 왕궁 내 모든 하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눈의 착각인가….
“엣취! 음? 누가 내 얘기 하나?”
그리고 현재 어느 마을 커다란 상점 안에서 깜찍하게 재채기를 해 보
인 흑청색 머리의 꽃소녀. 그녀는 음침하게 검은색 망토를 온 몸에 휘
두르고 있었지만 그 싸구려 천조차 그녀가 두르니 천계에서 목숨걸고
훔쳐온 신님의 최고급 비단처럼 뵈인다.=ㅅ=
“말 돌리지 말고! 글쎄 그렇게 비싸게는 못 쳐준다니까”
그랬다. 카류는 지금 온 몸에 치렁치렁 걸려있는 쓸모없는[...] 광택나
는 돌덩이들을 아주 택도 없이 비싼값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다. 왕족
주제에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묻는 사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류는
전생에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하던 살림꾼이었다.[우훗훗]
“이거 보세요, 도대체 어디에 흠이 보인다는 거예요? 게다가 요즘
백작이상의 귀족들이 그렇게 싸구려 돌뎅이 따위나 몸에 걸치고 다
니는 줄 알아요? 이게 바로 리아후작님께서[히노선배 미안해] 너무
오래 지니고 있어서 지겨워졌다고 처분해 달라시던 보석이라구요.
참나, 다른 데에서는 그것보다 두 배이상 비싼 값 쳐준데도 싸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안 팔고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그것 밖에 안 쳐준
다면야 여기도 할 수 없죠. 안됐네요, 좋은 기회 놓쳐서. 어차피 저
야 시간은 남아나고[개뻥], 보석도 남아돌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
니면서 좀 더 크고 말 잘 통하는 보석상이나 돌아다녀 보는 수 밖
에…”
“자..잠깐, 후…작님께서 쓰시던 보석...?”
훗, 넘어왔다. 사실은 왕족이 몸에 걸치던 보석이지만 그러면 유통경
로를 물어볼테고 지금 기억나는 잘나가는 귀족이름이 히노선배네 밖
에 없는 걸 어쩌겠는가.
흥정할 때 주의점, 시간이 없어서 빨리 팔아버리려고 하는 것 처럼 ~
느껴지면 제 값 못 받는다. 못 팔면 못 판쪽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카류도 사실은 돈도 다 떨어져가고 빨랑 팔아 치워버려야
하는 것을 저리 여유롭게 말하니 그녀의 연기실력 또한 한층 향상되
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여관비로 보석을 써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네에~♡ 그러니까아~, 2.5배 더 쳐줘요옹~ 응’-^♡~?”
투두두둑….[액체 튀는 소리]
마지막 하트 어택의 공이 상당히 컸다. 날이 갈수록 레벨이 높아져만
가는 그녀의 매력의 장딴지 공격과 별박은 눈의 윙크 어택은 고지식
한 보석상을 단번에 KO 시켜버렸다. 재질 좋은 비싼 나무 바닦을 한
0.5초만에 피바다로 만들었나 보다.
썪은 미소를 지으며 받아낸 돈 주머니를 찰랑찰랑 들고 여유롭게 휘
파람을 불며 척척 거리로 나온 그녀. 오늘도 사람들의 눈초리가 쏴악~
쏠린다. 물론 게중엔 질 나쁘고 엿 같은 깡패들도 있겠지만, 워낙 사
람많은 번화가라서 보류. 이런데서 저런 미인에게 함부로 깝죽댔다가
는 나중에 마을 사람들한테 집단 다구리 당한다.[쿡쿡쿡]
“자~ 그럼 이제 본 목적지로 가볼까나~♪”
멋지게 싸구려 시커먼쓰한 망토를 휘날리며, 옵션으로 불어오는 바람
에 결 고운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용병 중 한 명이 타던 걸 반 협박으
로 뺏어온 말에 올라탄 카류. 글쎄 겉보기만 좋아 보인다니까.
다음 화는 진짜로 세레스트 성산이다![퍽]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12+
심심했다
지루했다
무료했다
지겨웠다
모든 감정이 메말라 버린 이 순간 나는 느끼는 것에 대한 아
무런 느낌도 반응도 없이 단지 대략 몇 년전-이라고 생각되
는-부터 정착한 이 산에 가만히 있을 뿐. 가끔 다시 인간세상
에 유희라도 갈까 생각했지만…역시 그것은 귀찮았다. 인간 또
한, 유희또한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으
므로. 이미 몇십세기전 말라버린 나의 감정은 더 이상 다시 샘
솟을 생각을 못했으므로. 갑자기 이 순간, 어릴 적에 왜 자살
같은 걸 하냐며 고룡에게 바락바락 대들던 철 없는 기억이 떠
오르는 건 왠지…….
어제도 그저께도 그그저께서부터, 아니 그보다 조금 전부터,
인간들은 갑자기 가만히 쉬고있는 나의 레어 근처에서 알짱
대면서 계속 윙윙 귀찮은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그 것들이 무엇을 찾으려 했는가와는 나랑 상관 없는 일이다.
단지 귀찮을뿐. 아니 사실은 그 것이 귀찮은 감정인지도 분간
이 가지 않는다. 단지 그렇다고 정의했을 뿐이다. 감히 드래곤
이 잠든 곳에 왔으니 그냥 보내줄 순 없다고 나의 뇌는 명령
을 내렸다.
그래서 귀찮은 그 것들을 잠시 쓸었을 뿐이다.
“잡아라아아!”
“저기 있드아아아아-!!!”
“아 젠장, 그냥 갈길 가게 내버려 두라고!!”
카류는 지금 도망치는 중이었다. 에-사실은 이 어휘가 맞는지 약간 의심스럽기도 하다. 방금 전, 세레스트 성산이 접촉해있
는 한 관광지 마을을 통과 해 목적지에 도달하려던 카류는 마
을 사람들의 의심가득한 호기심의 눈총들을 단 번에 끌어모았
다. 그 이유인 즉,
지금까지 세레스트 성산에 마검사 카뮤리안의 유물이 혹시나
있을까 하는 학설에 따라 탐색대를 보냈는데 어째 매번 혼 빠
진 껍데기만 굴러 나왔다 이거다.
혹시 전전전편-한마디로 9화=ㅅ=;-에서 용병 에민과 알아자
씨가 세레스트 성산에 가겠다던 카류를 짐짓 말리려 했던 것
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 쉬쉬하던 소문을 듣지못
했던 지난 마을 같은 경우는 그대로 활기 찼지만, 소문에 능한
그대 용병들은 이미 꿰고 있는 사실이요, 소문 그대로의 삶의
체험의 현장을 느끼고 있는 세레스트성산 영지민들은 또한 그
게 아니올시다 인것이다.-ㅅ-
“젊은이~, 가면 안돼네-!!! 서..설마 당신이…!!!”
“오오 자비로우신 카뮤리안님이시어!!! 이 불쌍한 자의 영혼
을 거두어 주옵소서!!!”
“마을 지하감옥에 가둬야 하오=ㅁ=!! 더 이상 안 간다 그럴
때까지!!”
“글쎄 안 죽을 테니까 내버려 둬어어어어-!!”
도대체 무슨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이며, 무슨 이상한 기도문
따위를 외우는 것이며, 무슨 작당을 꾸미는 것이란 말인가! 평
범한 마을[;]에 왜 공동지하감옥 따위가 존재하는 건데!!
그 들의 다양하고도 알찬 정보[...]를 참 많이도 내포하고 있
는 절규들을 들으며, 우리의 카류공주님은 정말이지 (삐-)줄
빠지게 달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잡히면 도대체 어찌될
지 그녀의 운명을 종잡을 수 없기에,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차
라리 순결을 지키며 죽음을 택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아아, 이
꽃 다운 나이, 춘향이 이 도령 만난 한창 할 나이에 제대로 한
탕 뛰어보지도 못한 채 죽은 그녀를 용서하...[퍽;]
아직 안 죽었다.=_= 타자가 장담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녀석은 제명 다 살고 -잘하면 좀 더 등쳐먹은 뒤에- 늙어 죽
을 팔자다.[쿨럭]
지성이 감천이면 하늘도 감동한다 하였는가, 눈물나게 정열적
으로 차라리 죽음을 향해 달린 그녀의 정성에 정말 신님도 감
동하셨는지 기꺼이 그녀의 선택에 따르도록 해 주셨다. …그냥
쉬운 말로 마을 사람들 따돌렸다.[<-...]
“아아아아, 죽을 고생을 했어.. 그치 소나타?”
여기서 참고로, 소나타는 카류가 여기까지 오면서 심심하다며
멋대로 붙여버린 말 이름이다.=_=; 만약 이름 그대로 그 불쌍
한 말의 운명이 결정 지어 진다면 필시 그 운명은 질식사다.
[소나 타]
뭐 말은 그걸 알지 모르는지 죽을상을 하고서 카류가 잡고있
는 고삐에 따라 흔들흔들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동물 또한 상황판단능력이 있으며 심적 부담감을 받는
모양이다.
“그치이~? 진짜 너무 했다니까. 그냥 좀 가게 내버려 두지.”
카류는 말을 멋대로 자기 뜻대로 대답하게 만들어 놓고는[...]
또 다시 말이 자기 말에 대꾸라도 해 주는 양 투덜거렸다. 그
리고 잠시 주위를 휙휙 살피더니 주변엔 커다랗고 웅장한 나
무들로 만들어진 숲과 바닦에 잘 깔려 있는 꼭 뭐같이 긴 풀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화부터 쓰고
있던 시커먼쓰한 후드를 화끈하게! 벗어제꼈다. 보통 사람이
혼신을 다하여 달리고 난 뒤 땀까지 질질 흘리면 추해도 어지
간히 추해보이거늘, 설정이 너무 잘난 나머지 그녀는 그 모습
마저도 빛나며 깜찍해보인다.-_-
얼굴에 심히 홍조를 띈 그녀는 잠시 말과 함께 천천히 산책하
듯 걸어가며 체력을 확보한 뒤 가차없이 말 위에 올라탔다. …
미처 심적 부담감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그 말의 정신은 상
당히 정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여전히 창백하고 기운 없어 보
이는 말의 얼굴이 안쓰럽기 그지없다.=_=
그 것을 도대체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천천히 숲을 거닐던
카류는 갑자기 말에다 대고 즐겁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
랬다, 그녀는 본디 푼수인데다, 말 수도 심하게 많고, 사교적
인 성격이거늘, 여기에 오면서 말상대란 휴나르 성까지 같이
가던 용병들이요, 가끔 여관에서 카운터 보던 꼬마 아가씨들인
것이다. 도대체 말 상대가 얼마나 없었으면 도대체 말을 향해
대화를 시도했을까.[쯧쯧쯧]
거기다 생각해보라, 초강력로리쇼타콘을 자랑하는 그녀에게 그
험한 여정을 가던 중 꼬마애가 도대체 몇 명이나 그 모습을
드러내었던지. 여관 카운터도 왠만해선 다 큰여자가 본다. 실
지 여행 중에 애 보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인 것이다.
[어째 ‘애 보기’가 ‘보모일’ 한단 말처럼 들려...=_=;;;]
“캬아~ 날씨 좋다아- 그치이?”
지금 죽을 상이 말이 그 말을 알아듣고 하늘 보겠다고 고갤
쳐 드는 일은 전혀 없었다.
“자자, 우리 소나타야, 나타야, 한 번 봐봐. 하늘이 싱그럽고
저 푸른 들판이 드 넓다. 으하핫, 멋지지? 멋지지?”
…저 두 형용사가 위치를 바꿔야 일반적 묘사가 성립된다.
뭐 사실 막 뱉어놓고 본 말이라 별로 개의치 않고 카류는 팔
을 직선으로 곧게 뻗으며 쫙 핀 손으로 자신의 시야를 한 번
직선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훑었다. 확실히 겉
보기는 좋아 보이는 자세다. 그 내용이 엽기라는게 문제지. 그
리고 이번에도 역시 푸르르하며 제발 좀 닥치라는 말의 언어
를 전혀 알아 듣지 못한 채, 그녀는 계속 엽기 행각을 감행했
다.
“응? 대답했지? 그치그치? 멋있지이? 아이차암~>_< 쑥스럼
타긴♡”
…솔직히 필자가 쳐놨지만 심하게 엽기다.[침묵]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곧이어 세레스트
성산 숲을 이루고 있던 모든 나무들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휘
청하고 휘어질 만큼 거센 바람이 불어와 그 들의 달콤한 대화
를 훼방 놨기 때문이다. 이 것은 그냥 단순한 거센 바람 수준
이 아니었다. 그 바람에는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인함
이 담겨 있었다. 순식간에 그 바람을 맞은 모든 것은 삶에 대
한 의욕을 잃어버렸다. 풀들은 윤기를 잃었다. 나무들은 생기
를 잃었다. 카류의 귀염둥이 애마 소나타는 더 이상 감히 전진
할 생각도 못한 채 그 지독한 강인함에 석화되어 버렸다.
죽음에 대한 순수한 공포.
인간의 언어로는 그 지독한 바람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이 것이었다. 세레스트 성산에 왔던 자들은 모두 이 바람을 느
꼈던 것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피어오르는 공포감
에 결국 순식간에 붕괴되어가는 자아를 컨트롤 하지 못한 채
스스로 죽음을 향해 뛰어 들었던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못 이
겨 죽음으로 뛰어든다는 말도 안돼는 모순이나, 완전히 미쳐버
리거나 돌아버리지 않고서야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그들의
이성은 그들에게 그리 명령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까지,
그 바람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 까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13+
그녀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은 공포에 질려 자신을 바라
볼 때, 모든 자연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생기를 잃어 갈
때, 그녀는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았다. 겁에 질려 얼어붙어버린 표
정이 아니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정이 그 얼굴에는 실
려 있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죽음에 대한 순수한 공포가 그녀에
게는 통하지 않았다. 모든 공포 중 가장 효과적일 그 것이 그녀에
게는 통하지 않았다. 순간 이미 수 천년전 바싹 메말라 버린 줄
알았던 호기심 이란 감정이 솟아났다.
아주 잠시. 비록 아주 잠시 아주 조금 뿐이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도 대단한 효과였다.
역시 최강의 생명체라 하나 오래 전 퇴색해버린 것을 다시 찾은
이 순간은 자기 스스로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쩐지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듯 했다.
아니,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더 이상 혼자서 생각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 생명체는 자
신의 모습을 소녀의 앞에 드러내었다. 그녀의 눈에 잠시 놀란 감
정이 스쳐 지나갔다. 과연 드래곤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을
인간이란 없단 말인가. 그러나 그 것도 잠시 뿐, 그녀는 아주 잠깐
드래곤 앞에서 어쩔수 없지~라는 듯한 표정으로 한 숨을 내어 쉬
더니만 곧 체념과 인생무상의 사상이 섞인 목소리로 무언가 중얼
거렸다. 옵샤날아이템으로 옆에 보라색의 빛나는 불이 둥둥 떠돌
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그 생명체의 귀에 스파이가 보
청기 낀 것처럼 지나치리만치 똑똑하게 들렸다.
“우훗훗, 어머니, 아버지. 미안해요. 소녀 여기서 생을 마치게 되
었사옵나이다. 재수 지지리도 없지. 루브형, 카이형, 키옌형, 그리
고 세라누나랑 미르누나, 미안해. 나 죽네. 피식. 다시는 못 보게
되어 매우 안타까울 테지만 어쩌겠어. 나 이번 생은 단명할 운명
이었나봐. 쳇 미인은 단명한다더니만.[ =_=아니꼽다] 우리 깜찍
한 딜티랑, 에르가 형도, 떠나기 전에 몰래 얼굴이나 봐둘걸. 귀
여운 세미르랑, 제르랑 엘, 이젠 말빨도 제법하는 후크랑 카멜,
역시 귀여운 히노선배도 미안해요. 미안해, 일라트 잘 있어. 나
없어도 잘 할 수 있지? 유넨선배, 수식 다 못 가르쳐 줬네. 하르
몬선배, 미안합니다. 수식 까발리게되면 제일 먼저 가르쳐 주겠다
고 스스로 약속했거늘, 결국 나의 천재성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
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생명체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생각.
‘정신상태가 안 좋은가보군...’
말라버린 그 생명체의 감정과는 다르게 아직도 여전히 남아 왱왱
작동하고 있는 그의 이성은 아주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심히 다행
이다. 이 것도 바보였으면 아주 바보드래곤과 바보인간의 역사에
기록 될 만한 또라이 콤비가 탄생할 뻔한 순간이었으니까.=_=;
{인간이여, 어찌하여 이 곳에 오는가}
역시 드래곤의 소리는 인간이 듣기에는 조금[...] 큰 것일까, 카류
는 드래곤이 ‘인’이라는 단 한 글자를 말하자 마자 고막의 안녕에
대해 심히 걱정하며 양 손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물론 드래곤이 보기에 그건 ‘싫어! 니 말 따윈 듣기싫어~![애교]’
로 밖에 안 보인다.-_- 그리고 인간이 고막이 얼마나 얇은지 드래
곤의 입장에서 전혀 생각을 안한 그 것은 하는 수 없이 살짝 한
숨을 쉬며[그러나 그 액션 또한 인간에게는 심각한 오바로 밖엔
보이지 않는 헐리우드 블록바스타 액션이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육체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카류는 아주 놀라운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설마 소
설 속에서만 읽던 폴리모프라는 것을 제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이거 참 놀라운 일 아닌가? 그 크다 못해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는
밝고 붉은 빛을 내 뿜으며 순식간에 카류보다 머리 두 개 정도 더
큰 인간사이즈로 팍 쪼그라들었다.
“인간이여, 어찌하여 이 곳에 오는가”
“에? 어…?”
그러니까 그는 훤칠하게 잘생긴 근육이 적당히 보기좋게 붙은 미
남형으로 폴리모프하였다. 인간은 아주 잘-_-생긴 이성에게 약하
다는 것을 지난 여러 유희에서 몸소 깨닫은 카뮤르의 조건 반사였
던 것이다. 활동하기 좋게 짧게 커트된 뒷머리. 황금비율로 눈앞을
살짝 가리는 윤기나는 붉은 머리카락. 대략 180센티정도의 훤칠한
8등신의 키에 방금 기름칠 한 듯 뻔들뻔들-_-한 건강해 보이는,
그러나 사실은 피부노화의 최대증거라는 살짝 그을린 갈색의 결은
꽤 고와보이는 피부. 확실히 잘났긴 한데…
“그냥 나에게 말해주지 않겠나?”
오오, 카뮤르?카이야여;;. 그는 단번에 그녀가 있는 곳까지 훌쩍
다가가서 처음보는 멋진 광경에 멍하니 있던 그녀의 턱을 살짝 잡
아다가 자기 얼굴을 쳐다보도록 조금만 각도를 올려 살짝 밀착시
켰다. 이거 참.. 심히 묘한 포즈가 아닐 수 없다.=_=[쿨럭쿨럭]
저 끓는 뻐터 한 빠깨스 통째로 갖다부은 듯 한 느끼함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왜 어떻게 배웠단 말인가.[가르쳐 준 놈, 한
평생 저주할 테다] 또한 그의 연기력을 보라. 놀랍지 않은가? 그
러나 아쉽게도, 필자 또한 감탄할 수준의 가공할만한 연기력은 진
짜로 남자였던, 단지 여자를 연기하던 수준에 그쳤던 카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여기서 동성연애자 아닌 분들, 생각해
보라. 같은 동성이 자기 턱을 잡고, 얼굴을 살짝 밀착시킨 상태에
서, 감미롭게 뻐터쳐바른 얼굴을 드리밀면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
겠는가?[<-뭐...미관상은 좋겠다만...;;]
같은 원리이다.-_- 겉모습이 아무리 받쳐줘봤자 속이 안 받쳐 주
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상야릇[...]한 기분과 단숨에 잡쳐버림 +
느끼함에서 두두둑 솟아오르는 소름을 동시에 받은 카류의 얼굴
은...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_-; 그러나 설정이 지나치게 잘 받
쳐주는 그녀, 그 모습 마저 청순하고 고결하다. 제길-_-[부러움]
“뜨아아악!! 뭐하는 짓이야!! 그 면상 치우지 못해-!!!”
그러면서 그 위험인물의 어깨를 가볍게 퍽!하는 효과음과 함께 밀
어주면서 동시에 뒷 걸음질을 치며 팍 떨어진 카류. 카뮤는 자신
의 실행했다 하면 100%성공률을 자랑하던 ‘필살, 유혹♡대 작전!’
이 난생처음으로 개 박살남에 겉으로 드러난 난감함을 감추지 못
했고, 카류는 놀랍게도 날 제발 죽여주쇼 하듯 틱틱대며 아직도
드래곤 피어의 여운이 남아 [왱-왱-] 석화상태로 감히 움직일 생
각을 못하는 소나타의 가늘고 길죽한 여린 양 뺨을 사정없이 내리
쳤다.=_=;
“인간, 너는 도대체 뭐냐. 어떻게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피어에도 두려움에 떨지 않는거지?”
지금 이 순간 감히 카뮤르님이 순진-ㅅ-해보인다고 느끼는 건 오
로지 필자 뿐인가.[삐질]
다행히 거기에 카류는 다시 한 번 카뮤를 힐끔 쳐다보고, 그 자신
이 가지고 싶다 소원하던 잘난 몸 때문에 이는 질투심과[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카류는 아직 속이 남자다=_=;] ‘훗, 어차피 죽을 테니
한 번 개겨나보고 죽자’라는 대단한 막가파 정신이 완벽히 결합된
모습으로 픽 한 번 미소[라 쓰고 비웃음이라 읽는다]을 날려주며
친절하고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주었다.
“싫어.”
왠 동문서답? 카뮤르가 그 고운 눈썹끝을 살짝 치켜들어 꿈틀하여
나름대로 불쾌감의 연기를 표시했을 때, 카류는 별 필요도 없을
부연설명을 플레이해줬다.
“이건 내가 장담하건데, 네가 아무리 드래곤이래도 이건 100%
안 믿어. 눈 앞에 선해. 지나치리만치 확실해. 그러니까 말 하기
싫어.”
“내가 믿고 믿지않고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너는 내 질문
에 그저 대답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어떻게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랑 관련된 건데 어떻게 내가 상관을 안 하냐,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그게 옳은건지 그른것인지!!!”
그러나 카류의 감히 삿대질까지 해가며 [나름대로] 날린 분노의
일격에도 불구하고 역시 드래곤이었던 그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
고 그대로 카류의 말을 들어주다가 다시 그 앙큼한 붉은 입술을
열었다.
“딴데로 말 돌리지 말고, 질문에 대답해라.”
그리고 작전이 허사로 돌아간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느끼면서,
더 이상 말 돌릴[개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지독한 아쉬움
을 느끼며, 결국 ‘어쩔수 없군, 애야, 애~’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드래곤을 바라본 뒤, 천하무적 필살의 일격 피어무시강습법을 한
마디로 축약했다.
첫댓글 오오!! 사랑의 도피! (탕) 꾸액!!!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