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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
The Zen Monastic Experience: Buddhist Practice in Contemporary Korea
원저/로버트 버스웰, 김종명 번역
지은이의 말
이 책은 내가 1974년부터 1978년까지 한국의 절들, 특히 송광사에서 비구승으로 살았던 5년간의 승가 생활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다. 1979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의 랭카스터(Lewis Lancaster) 교수가 한국의 현대 승가 생활과 사원 건축에 대한 책을 함께 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몇 장을 집필하기 시작했으나 다른 할 일들 때문에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집필을 계속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인 1989년에야 그 책의 집필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1987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송광사를 다시 방문한 후 자료들을 모아 그 이전에 써 놓았던 부분들을 보충하여 완성하였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 사찰 중 하나이며,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선 수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다루어진 시대는 주로 1970년대이다. 하루 일과나 보직 승려들의 임무 등은 절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승가 생활 양식도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기는 하나, 실제 송광사처럼 큰절들인 경우에는 절 생활 양식이 거의 같다. 내가 송광사 비구승으로 있던 l970년대 중 후반의 한국은 산업화 과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었으며, 이에 수반하여 사회도 변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송광사가 있던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현대 문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었다. 그러나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송광사도 과거와는 달리 현대화의 거대한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한국의 절 생활에 대한 연구는 이제까지 서양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들도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 한국의 승가 생활, 승단 제도 및 한국 불교계의 현대사에 대해서는 한국에서조차도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한국 불교사상 또 한 번의 중요한 시기인 이 때를 맞이하여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살펴보려는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내가 한국에서 함께 지냈던 한국 승려들한테서 개인적으로 직접 들은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가능한 한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방장方丈 스님이나 주지住持 스님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중요한 위상으로 인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승려들인 경우에는 그들의 이름을 밝혔다.
내 삶을 통해 많은 한국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특별한 행운이며 특권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을 쓰는 데 중요한 정보원이 되어 주신 송광사의 스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국인 친구들의 이름을 여기서 모두 밝히기엔 그 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그들 모두 내가 한국에서 승려로 지내는 동안 내게 여러모로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 싶다. 특히 현호玄虎 스님, 법정法頂 스님, 보성 스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내게 많은 도움과 적절한 조언을 언제라도 아끼지 않았던 송광사의 보직 스님들께도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내가 간염으로 고생했을 때, 건강을 회복하도록 보살펴 주신 현고 스님, 외국인 승려들의 자상한 친구였던 현음 스님, 이 책을 쓰면서 내가 가졌던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해 주신 광훈 스님의 도움도 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감사드릴 분들이 많으나 일일이 거명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해인사海印孝에 계시던 일타 스님을 여러 번 방문하여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그분의 제자 승려들의 도움도 컸는데, 그들 중에는 송광사에서 나와 함께 수행한 승려들도 있었다. 특히 혜국 스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외국인 승려인 우리들이 가진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에 머물렀던 수 년 동안 외국인 승려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셨던 김씨 기족들, 특히 보리심 보살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송광사에 머물고 있을 때 방장 스님이었던 구산九山 스님(1908-1983)께 삼가 바친다. 내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구산 스님만큼 내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 분은 없었다. 구산 스님은 한국에서 불교를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다. 사실 구산 스님의 강력한 후원이 없었다면, 나도 송광사의 선원橋院에서 한국 승려들과 함께 수 년 동안 참선 수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송광사에서 참선 수행을 하기 위해 다른 절에서 온 선승들 중에는 외국인 승려들이 송광사에서 참선 수행하는 동기에 대해 의심을 가진 이들도 있었는데, 구산 스님은 나에 대해서도 그러한 의심을 가졌던 승려들을 전력을 다해 설득하였다. 그러므로 구산 스님은 나뿐만 아니라, 송광사에서 수행했던 다른 외국인 승려들에게도 가장 고마운 분이었다.
그리고 랭카스터 교수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이 책을 쓰려는 생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랭카스터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1978년 봄 그 분이 연구차 절을 방문하러 한국에 오셨을 때였다. 1979년, 승복 차림을 한 채 내가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랭카스터 교수는 승려가 되기 전에 다니던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에 복학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으며, 후에는 그 학교 대학원의 불교학 프로그램에 입학하도록 해 주었다. 랭카스터 교수와 나는 앞에서 언급했던 공저 집필 계획을 계속 추진할 수는 없었지만, 이 책에는 아시아의 현대 불교 전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그의 시각도 반영되어 있다. 또한 내가 아시아에서 승려가 되기로 결심하고, 후에는 불교학자로서의 길을 걷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준 라슨(Gerald Larson)씨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조언과 격려를 받았다. 미시간 대학교의 포크(T. Griffith Foulk) 교수와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켄달 (Laurel Kendall) 박사는 이 책의 원고를 읽고 상세하고도 비판적인 논평을 해 주셨는데, 이분들의 논평은 출판되기 전 원고를 수정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출판된 프린스턴 대학교의 편집자인 케이스(Marget Case)씨의 정성과 도움과 채근이 없었다면, 이 원고는 내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 안에서 몇 년은 더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사용한 자료들을 더 넓은 안목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의 웬거(Michael Wenger) 원장님은 이 원고의 초고를 상세하게 읽은 후 서양 수행자들의 승가 생활과 관련된 문제들을 검토하도록 조언해 주었다. 이 책의 독자층이 더욱 넓어진 것은 그의 충고 덕택이었다. 또한 스트릭만(Michel Strickmann) 교수는 나의 승가 생활 경험과 불교학 공부를 연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해 주었다.
친한 친구이며 학문적 동료 교수들인 박성배, 지멜로(Robert Gimello),그레고리(Peter Gregory), 포르(Benard Faure) 고메즈(Luis Gomez), UCLA 동료 교수들인 이학수(Peter Lee), 던컨(John Duncan), 마꿰(Jacques Maquet), 그리고 여전히 송일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배춰러 (Martine Batchelor) 씨와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간을 내어 여러모로 친절하게 도와주신 지광 비구니 스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의 일부분은 스탠포드대학교, 아리조나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매디슨 소재 위스콘신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로스엔젤레스 젠 센터 등을 포함한 여러 곳의 대학교와 선 센터에서의 강연을 통해 먼저 발표되었다. 이 책의 일부분 중 다른 곳에서 먼저 출판되었던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아래 기관과 관계자에게도 감사드린다.
송광사에 관한 글들은 로스엔젤레스 소재 한국 문화원의 ‘한국문화’에 실었던 것들이며, 송광사의 주지 현호 스님은 구산 스님의 법문집인 ‘구산’에 발표된 나의 글을 이 책에 다시 싣도록 허락해 주셨다. 이 책의 6장인 재가 불자회에 관한 글에서 사용된 자료들은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동아시아학 연구소의 허락을 얻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서 작성을 도와 준 할트(Roger Hart)씨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이들 대학원생 조교들이 이 책을 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해 준 UCLA 학술상원(UCLA Academic Senate)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옮긴이의 말
이 책은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이하 UGA)의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인 버스웰(Robert E. Buswell, Jr)박사의 책 The Zen Monastic Experience: Buddhist Practice in Contemporary Korea(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2)의 완역본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l974년부터 1978년까지 5년간 한국의 삼보사찰 중 하나이며 승보사찰曾寶寺刹인 송광사松廣春에서 비구승比丘僧으로 참선 수행을 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이 때 경험한 승가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 절의 제도적 구조, 절에서의 일상 생활, 수행 형태, 행자行者와 이판승理判僧 및 사판승事判僧들의 활동, 특히 선승들의 활동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불교 전통을 가진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인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들과 비교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은이는 서양에서의 선불교에 대한 기존 인식, 즉 선불교에서는 책의 가치뿐 아니라 선禪 그 자체의 가치도 부정하며, 체계적인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노동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분석적으로 비판하면서, 한국 선불교의 특징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은이도 언급한 것처럼, 한국 역사상 불교는 한국인 삶의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고, 현재도 한국 인구의 약 절반은 다양한 종교를 신봉하는 종교인들이다. 영국 쉐필드대학교의 한국학 과장인 그레이슨(James. H. Grayson) 교수가 세계 종교의 실험실 이라고 부른 한국에서 불교는 여전히 가장 많은 수의 신자를 가진 종교 철학이지만, 한국의 승가 생활을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원고를 읽고 한국학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책이라고 논평했던 켄달 박사의 지적처럼 이 책은 한국학의 세계화란 국가적 구호 속에서도 서양인들이 영어로 읽을 만한 관련 서적이 턱없이 부족한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 의미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은이가 이 책을 쓸 때 많은 조언을 해 준 동료 교수 포크와 지은이 자신이 말했듯이 이 책은 불교학뿐 아니라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및 비교 종교학 등, 여러 분야의 아시아학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은 한국 불교학 연구와 관련,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과 학문적 시각의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국내 학계의 불교학 연구는 주로 철학계와 사학계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이 양자사이에는 분과 학문별 독자성 확보라는 미명 때문에 서로의 학문적 성과를 수용하려는 시각은 상당히 약한 편이다. 또한 그 어느 쪽도 한국 불교의 실천적 측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은이의 지적처럼 현대 한국 불교의 주류를 이루는 선불교의 종교적 목표인 깨달음의 성격은 철학적 혹은 역사적 접근만으로는 규명될 수 없으며, 이 목적을 위해서는 ‘실제로 누가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더욱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국내 불교학 연구의 방법론적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불교 연구에 관한 한 우리가 서양인 학자들보다 나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편견이나 학문적 우월감에서 벗어나 서양 불교하계의 연구 현황을 직시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옮긴이는 지은이가 이 책을 쓰고 있을 때, 대학원생 조교로서 그를 도왔으며 특히, 이 책의 제 1장에 해당하는 일제시대의 한국 불교 부분은 관련 자료를 직접 구하여 초벌 영역을 하기도 해 이 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은 했으나 혹시 오역이 있을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옮긴이의 몫이다.
끝으로,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도록 허락, 격려해 주신 이 책의 지음이 버스웰교수님, 이 책을 번역할 수 있도록 연구실 제공을 비롯, 물심양면의 도움을 주신 한국불교연구원韓國佛敎硏究員의 정병조 원장님(전 동국대학교 부총장), 그리고 연구원 식구들(구현숙, 임동민, 조영관)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승가 생활 용어에 대한 필자의 문의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신 보조사상연구원普照思想硏究院의 인경 스님과 안호상 간사님에게도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이 책의 번역 가능성을 처음 타진했을 때, 흔쾌히 승낙해 주신 예문서원의 오정혜사장님과 이 번역본이 나오기까지 성실하고 꼼꼼하게 교정을 봐주신 장미정씨와 여로모로 애써주신 출판사 직원 여러분께도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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