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자동차 덕후’라면, 1990~2000년대 국내 튜닝카 열풍을 기억할 듯하다. 최고출력 150마력 내외의 2L급 국산 쿠페에, 커다란 과급기 얹어 300~400마력까지 높이는 터보 튜닝이 인기였다. 보증기간과 내구성은 포기해야 했지만, 수많은 튜닝카가 영종도를 배회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완성차 업체에서 내구성까지 확보한 ‘작은 엔진‧고출력’ 모델을 내놓고 있다. 어떤 차가 있을까?
1. 스바루 STI S209
최근 스바루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WRX STI의 신 모델을 공개했다. 이름은 STI S209. 단 200대 한정 판매하는 모델로,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수동기어를 짝 지어 최고출력 341마력을 뿜는다. 비결은 터보차저. 새로운 HKS 터빈으로 바꾸면서 부스트 압력을 16.2→18.0psi로 높였다. BBS 19인치 골드 휠과 던롭 GT600A 여름용 타이어도 눈에 띈다. 그 옛날 '란에보'는 사라졌지만, 라이벌 스바루 STI는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2. 메르세데스-AMG A 35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세상에서 가장 화끈한 해치백 중 하나다. 최근 4세대 A-클래스에 AMG A 35 버전을 더했다. 기존의 AMG A 45와 일반 모델 사이를 메꾸는 고성능 모델이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0.78㎏‧m를 뿜는다. 올해 등장할 AMG A 45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변해 최고출력 400마력 이상을 낼 전망이다.
3. 포르쉐 718 박스터&카이맨
포르쉐 718 시리즈도 대표적인 ‘작은 심장‧고출력’ 자동차다. 일반 박스터&카이맨은 수평대향 4기통 2.0L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을 시트 뒤에 얹고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8.7㎏‧m를 낸다. 박스터 S는 폐활량을 2,497cc로 키우고 두 개의 터빈을 엮어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42.8㎏‧m를 뿜어낸다. 론치 컨트롤을 반복해서 써도 문제없는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4. 아우디 TTS
아우디 TTS는 작은 차체로 들쑤시는 재미가 짜릿한 쿠페 중 하나. 심장에 직렬 4기통 1,984cc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0.8㎏‧m를 뿜는다.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4.5초로 화끈하다.
5. 포드 머스탱 2.3 에코부스트
그 누가 머슬카에 작은 엔진이 들어갈 거라고 예상했을까? 포드 머스탱 2.3 에코부스트는 직렬 4기통 2,261cc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쓴다.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291마력, 최대토크 44.9㎏‧m를 뿜는다. 참고로 같은 장르는 아니지만 현대 팰리세이드 V6 3.8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m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6. BMW 740e i퍼포먼스
BMW 740e i퍼포먼스는 기함이지만, 덩치에 걸맞지 않는 2L 엔진을 쓴다. 그러나 113마력 뿜는 전기 모터를 엮었다.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짝 지어 시스템 총 출력 326마력, 최대토크 51.0㎏‧m의 든든한 파워를 뽐낸다. 결과는 수치로 보답한다. 2t(톤)이 넘는 거구지만, 정부공인 복합연비 11.1㎞/L를 자랑한다.
7. 볼보자동차 XC90 T8
현재 모든 볼보 라인업은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을 쓴다. 가솔린과 디젤 모두 직렬 4기통 2.0L 구성이다. 맏형 XC90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강력한 T8의 경우,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모두 곁들였다. 여기에 전기 모터까지 엮어 시스템 총 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뿜는다. 2.3t(톤)이 넘는 육중한 덩치를 뽐내지만, 0→시속 100㎞ 가속을 5.6초에 끊으며, 복합연비는 1L 당 14.5㎞에 달한다.
8.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P400e PHEV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P400e PHEV는 볼보 XC90 T8과 구성이 비슷하다. 랜드로버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5t(톤)의 거대한 체격을 지녔지만,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인제니움 엔진과 85㎾ 전기 모터, 13.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짝 지었다. 시스템 총 출력은 404마력, 최대토크 65.3㎏‧m를 뿜는다. 0→시속 100㎞ 가속은 6.4초, 복합연비는 NEDC 기준 35.7㎞/L다.
9. 폭스바겐 골프 R
해치백의 교과서, 폭스바겐 골프 중 가장 고성능 버전인 골프 R 역시 1,984cc 엔진을 쓴다. 최고출력 292마력, 최대토크 38.7㎏‧m를 내며, 0→시속 100㎞ 가속을 5.1초에 주파한다. 강력한 성능을 뽐내지만, 복합연비는 1L 당 9.9㎞,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 당 179g을 뿜는다.
10.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메르세데스-AMG 창립 50주년을 맞아 등장한 프로젝트 원은 F1과 빼닮았다. 메르세데스-AMG F1 머신과 같은 V6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W07)을 얹었다. 엔진은 1만1,000rpm까지 회전하며 최고출력 650마력을 내며, 156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를 좌우 앞바퀴와 엔진 및 터보차저에도 하나씩 달아 총 4개의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탠다.
속도를 줄일 때 혹은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릴 때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한다. 시스템 총 출력은 무려 1,000마력이며, 0→시속 200㎞ 가속을 단 6초에 끊는다. 수퍼카보단 ‘하이퍼카’라고 부르는 게 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