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8, 2024 사순 5주 월요일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뜸 들이다.
“예수님께서는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줄곧 물어대자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뜸 들이다. 오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은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고 하는데 예수님께 그래도 될지 말지 답을 요구합니다. 평소대로라면 죄인을 용서하시는 주님이지만 이 경우만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궁지에 몰아넣을 좋은 기회라고 의기양양하며 빨리 대답하라고 좨칩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이제 여인이 아니라 예수님께 쏠려있습니다. 이럴 때 보통의 우리는 빨리 답해야 한다는 대단한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들기 쉽고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바로 답하시지 않고 뜸을 들이십니다. 제가 식당 주방일을 하다 보면 뜸을 들이기 전에 손님이 닥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급한 마음에 김을 빼면 밥이 덜 되거나 제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황이 급하더라도 마음은 급하게 먹지 말고 뜸 들여야 합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고 뜸 들이는 것, 이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며 내가 상황을 주도하는 법입니다. 사실 우리는 뜸 들이는 이 시간을 가지지 않아 지나고 나서 이렇게 답하면 되었을 것을! 이렇게 대처하면 좋았을 걸을! 한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면 오늘 주님의 뜸 들이심도 이런 의미일까요? 자기 주도를 위한 시간 벌기!? 주님께서 뜸 들이신 의미는 분명 이것 이상이고, 우리의 뜸 들임도 이것 이상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의? 하느님의 뜻을 찾고 알기 위한 기도의 시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느님께서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실까? 이렇게 우리는 답을 재촉하는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얼굴을 하느님께 향해 기도하는 것이 신앙인다울 것입니다. 오늘 다니엘서의 경우 소년 다니엘이 성령의 감도로 간음죄에 몰려 죽을 판인 수산나를 살판으로 바꿨는데 우리도 다니엘처럼 이렇게 성령으로 판을 바꾸는 겁니다. 이것은 스테파노가 죽게 되었을 때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본 것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얼굴을 하늘로 향하는 대신 땅에다 ‘하느님’ 이렇게 쓰고 계셨을 겁니다. 그랬는데 그 하느님께서 ‘살려라!’ 하고 답하셨을 것이고, 살리는 방법은 죽이려고 하는 그 사람들에게 죄 없으면 돌로 치라 하면 될 거라고 알려주셨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이런 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황이 빨리 해결되길 조급해하지 말고 뜸 들이고 당황하지 말고 기도하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급할 때 기도하고 급할수록 기도하라! 이것이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행동으로 보여 주신 모범입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